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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3 18:43 수정 : 2012.04.18 10:11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공화당내 좌파’였던 조지 롬니
아들은 중도로 시작해 우향우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밋 롬니,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공화당내 좌파’였던 조지 롬니

아들은 중도로 시작해 우향우

조지 롬니는 투쟁의 선봉에 섰다. 1964년 7월 미국 공화당 샌프란시스코 전당대회. 강경보수 배리 골드워터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연단에 나선 롬니 미시간 주지사는 인종차별 반대 민권 조항을 당 정강에 넣자고 제안했다. 구두투표로 일거에 부결됐다. 좌우 극단주의를 비난하는 성명을 제안했다. 기립투표로 일축됐다.

이 대회는 현대 공화당 우경화의 출발점이다. 조지 부시의 네오콘 행정부까지 이어진 신보수주의의 태동이다. 공화당은 롬니가 저항했던 우경화의 수렁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린다. 그의 아들 밋 롬니가 지난달 31일 플로리다 경선에서 낙승해,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해졌다.

이제 미국 대선 구도는 거의 잡혔다. 버락 오바마라는 상수와 롬니라는 변수이다. 롬니가 변수인 이유는 아버지가 싸운 것과 남긴 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숙제 때문이다.

아버지 롬니는 정치인으로 좌향좌의 길을 걸었다. 골드워터의 대선 운동을 거부한 그는 자유주의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은 채 주지사 재선에서 대승했다. 68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베트남전 반대도 천명했다. 그러나 당의 거센 보수화 물결 속에서 리처드 닉슨이 이겼다. 그는 닉슨 행정부의 주택도시개발 장관으로 입각했다. 인종분리 거주지역 철폐와 영세민 주거 확대를 추진했다. 보수파 반대로 식물 장관으로 전락했다.

아들 롬니는 정치인으로 우향우의 길을 걸었다. 자유주의적 중도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당파였고, 9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폴 송거스에게 투표하는 등 민주당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200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공화당 후보로 나서, ‘당파적 공화당원’이 아니라 ‘진보적 견해의 중도파’라고 했다. 주지사 시절 모든 주민에게 적용되는 공공의료보험도 도입했다. 오바마 의보개혁의 원형이다. 그러나 동성애자 권리와 낙태에 대해 보수적 입장으로 선회한다.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그는 미국 강경보수의 심장인 전국총기협회 총회에 나가 구애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싫어하던 자신의 의료보험제도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아버지 조지는 정치적 조류에 기꺼이 도전했으나, 아들 밋은 이에 기꺼이 영합한다”는 평도 있다. 밋 롬니로서는 공화당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이제 그는 기로에 섰다. 아버지가 싸웠던 것에 마냥 영합할 수만 없다. 공화당 집권 시절의 이라크전과 금융위기에 넌더리를 내는 많은 미국인을 달래야 한다. 공화당 주류인 보수세력의 지지도 잃을 수 없다. 그는 아버지의 정치유산을 상속받아야 한다. 또 그 유산 상속을 비토하는 세력도 접수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롬니는 보수 주류에게 의심스런 중도로, 박근혜는 보수 주류의 잔다르크로 출발했다. 롬니는 아버지의 유산을 승계해 자산을 불려야 하고, 박근혜는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해 자산을 새롭게 해야 한다. 롬니는 아버지를 평생 소외했던 당을 접수해야 한다. 박근혜는 아버지가 시조인 당을 환골탈태해야 한다. 둘 다 당 안팎 주류 보수로부터 저항을 받는다. 롬니는 우향우의 길목에서 머뭇거리고, 박근혜는 좌향좌로 갈지 두리번거린다.

둘 다 가문의 후광을 받은 2세 정치인이다. 롬니는 오바마라는 ‘개천에서 난 용’과, 박근혜는 자수성가형 후보와 맞붙어야 한다. 2세 정치인들의 부상은 사회 신분 고착화의 반영이다. 이들은 ‘1% 대 99% 대결’인 오큐파이 운동 와중에서 1% 쪽에 설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2012년 미국 대선은 오바마 대 롬니 구도가 아니다. 롬니 대 공화당이고, 롬니가 공화당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중도실용주의로 자신과 당을 회귀시킬 수 있느냐이다. 그럴 수 있다면, 롬니는 이번 대선에서 져도, 차기를 예약하는 주자로 살아남는다. 이건 박근혜도 마찬가지이다. 롬니와 박근혜, 누가 아버지의 유산을 잘 관리해 당내 싸움에서 승리하느냐, 2012년 한·미 양국 대선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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