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를 위한 협상 1차 회의가 열린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귀빈식당에서 박선숙(왼쪽) 민주통합당 협상대표와 장원섭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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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다음주의 질문
절박감 적고 리더십도 없고
다음주 넘기면 대혼란 예상
대통령 선거와 달리 국회의원 선거는 선거구별로 승패가 갈린다.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꽤 높다. 선거구별 바닥 민심의 미세한 변화가 전체 판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역대 총선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1985년 2·12 총선에서 양김(김영삼·김대중)씨가 만든 신민당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이 제1야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이 1992년 총선에서 과반에 미달한 것도 이변이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김영삼 정권은 임기말인데도 불구하고 이재오·김문수·홍준표·안상수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사들을 영입해 1당을 차지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자 전문가들 중에는 민주당의 승리를 예견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1당을 차지했다.
이때까지 어느 한 정당의 압도적 승리는 없었다.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가 예외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결판이 났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4개월 전 대선 바람’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지금 나오는 야당 압승 전망은 지난 두 차례의 이례적인 결과 때문에 일어나는 착각일 수 있다.
이변에도 몇 가지 법칙은 있다. 첫째, 방심하는 쪽이 진다. 둘째, 분열하는 쪽이 진다. 셋째, 과감하게 변화하는 쪽이 이긴다. 4·11 총선에선 누가 이길까? 아직 알 수 없다. 승패를 결정짓는 두 가지 변수는 공천과 야권연대다. 공천을 어느 쪽이 더 잘할까? 더 두고 보아야 알겠지만 양쪽이 비슷해 보인다. 참신하고 능력있는 인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현역 물갈이만으로 감동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야권연대가 이번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잘될까? 잘되기 어려울 것 같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부분적이지만 지역별로 야권연대가 이뤄졌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첫째, 절박감이다. 야권은 대선과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지면 모든 권력을 잃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둘째,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적절히 분배할 수 있는 자리가 존재했다.
그런데 이번 4·11 총선에선 절박감이 떨어진다. 민주통합당 지지율은 한나라당보다 높다.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반대로 너무 낮아 협상에 필요한 동력이 달린다. 총선의 특성상 분배할 수 있는 ‘자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후보직을 양보하는 사람이나 경선에서 패배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물러나야 한다. 양당의 협상에 과연 진보신당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두 정당의 내부 사정도 복잡하다.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야권연대 의지는 강하다고 하지만 당내 반발을 제압할 수 있는 리더십은 부족하다. 통합진보당은 “협상으로 가능한 곳은 협상으로, 나머지는 모두 경선으로 하자”는 태도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당 한편에선 “애걸복걸하지 말고 차라리 깨자”는 과격한 목소리도 나온다.
공식 창구인 민주통합당 박선숙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의엽 정책위의장은 매일 저녁 힘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조짐이 아직은 안 보인다. 자칫하면 협상 결렬과 재개가 반복되면서 시간만 잡아먹을 수 있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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