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20 19:54
수정 : 2012.04.2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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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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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총선 승리 이후 강화되는 추세
‘경제 민주화’ 태도가 좌우할 것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있다. 주관과 객관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박근혜 대세론을 둘러싸고 정당가에는 네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 박근혜 위원장을 포함해 새누리당 주류는 ‘대세론은 없다’고 말한다. 방심과 오만을 경계하는 목소리다. 현 집권세력은 2002년 대선에서 ‘방심’, 2004년 총선에서 ‘오만’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둘째, 정몽준·이재오 의원과 주변에서도 대세론은 없다고 한다. 역시 여당의 방심을 경계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선후보 당내경선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더 커 보인다. 보수 성향의 신문들도 사설을 통해 새누리당의 방심을 질타한다. 박근혜 대세론은 없다고 눈을 부라리는 게 최근 보수진영의 논리다.
셋째, 야당에도 박근혜 대세론은 없다는 분석이 있다. 4·11 총선 결과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과 부산·경남 등 영남지역의 득표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근거로 한다.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의 정권교체 희망은 여기서 출발한다. 넷째, 야당 일각에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야당 대선후보들의 지지부진함, 그리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냉철하게 분석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현실론이 근거다. 물론 박근혜 대세론을 극복하고 집권해야 한다는 의지까지 꺾인 것 같지는 않다.
이 가운데 네번째 시각이 가장 합리적이다. 야당으로서는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박근혜 대세론은 총선 승리 이후 확실히 강화되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 총선을 어떻게 이겼을까? 박근혜 위원장의 개인기, 야당의 전략 부재, 30~40대의 저조한 투표율 등 여러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유권자의 눈으로 보면 ‘먹고사는 문제’가 승부를 갈랐다고 본다.
박근혜 위원장이 유세를 다니면서 시장 상인들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을 받은 두 가지 법안이 있다. 하나는 중소상인의 높은 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주기 위해 마련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다. 일정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른 한 가지는 인구 30만명 이하 중소도시에 대형 유통업체가 진입하는 것을 5년 동안 금지하겠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다. 새누리당이 지난 2월 정책쇄신 최우선 과제로 발표한 내용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국 82개 시 가운데 50곳과 전체 군 지역에 당분간 대형마트가 들어갈 수 없다. 두 가지는 새누리당이 ‘국민과의 약속’에서 밝힌 경제 민주화의 내용에 해당하는 법안이다.
법안 추진 과정에 찬성 의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밀어붙였다.
새누리당 안에는 경제 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두 그룹이 있다. 한쪽에는 김용환·이한구·최경환 등 관료 출신 성장론자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정책 기조는 재벌에 유리하다. 다른 한쪽에는 김종인·안종범 등 경제 민주화론자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가 개입해 시장의 실패를 조정해야 공동체가 건강하게 유지된다고 본다. 재벌이 이런 사람들을 좋아할 리 없다. 문제는 박근혜 위원장이 두 노선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일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불균형 성장을 추진하며 재벌이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괴물은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 정치권력을 압도하고 있다.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위원장에게 불균형 성장의 후유증을 치료해야 할 책무가 주어진 것은 아이러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고 말한 일이 있다. 복지담론에 편승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만은 아니기를 바란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박근혜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를 약속대로 실천하면 할수록 대세론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의 길로 가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선택은 그의 몫이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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