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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04 19:50 수정 : 2012.10.17 17:05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 도중 눈에 안약을 넣은 뒤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장롱 속 7억원 출처 수사 분위기
더 끌면 안돼 7월에 마무리할 듯

같은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다음 일을 쉽게 예상하게 된다. 한국 정치에선 대통령 측근·친인척 비리가 바로 그런 일이다.

그런 일은 대부분 봄에 불거졌다. 1997년 5월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둘째 아들 현철씨가 구속됐고, 그 5년 뒤 6월에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가 구속됐다. 둘 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였다. 그들은 세상이 다 알도록 몇 년씩 떠들썩하게 ‘실세’ 구실을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임기 말에야 처벌을 받은 것은, 다른 여러 이유와 함께 그때가 권력의 ‘황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권력의 시계는 물러가는 실세들에게 예외 없이 냉혹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세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에 이어,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대한 구속 여부가 오는 7일 결정된다. 역시 알선수재 혐의다. 그들도 몇 년째 권력전횡 논란과 비리 의혹을 받아왔지만, 큰 탈 없이 지냈다. 불과 두어 달 전까지도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구속에까지 이른 것은 순식간이다. 최 전 위원장이 구속영장 앞에서 “뭐가 많이 잘못됐다”고 넋을 잃을 만하다. 권력의 무상과 표변에 대한 그들의 체감시간은 갑자기 빨라졌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 그다음으로 향하고 있다.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 형제다.

파이시티 사건 수사에서만도 여러 의혹이 새롭게 드러났다. 옛 화물터미널 터에 상가·사무실을 짓도록 용도가 변경되고 건축심의를 통과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일부러 봐줬으리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결재와 결정 라인에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과 그 측근들이 있다. 또 박 전 차장은 포항 지역 경제인을 통해 검은돈을 세탁하고 보관했다고 한다. 해묵은 비리의 사슬도 의심된다. 그런 인맥은 지역 맹주인 이 의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검찰은 이제 갈림길에 섰다. 박 전 차장을 거쳐 곧바로 ‘다음 산’으로 향할지 결정해야 한다. 검찰 수뇌부는 부정적인 듯하다. “추가 단서가 나오면 당연히 수사한다”면서도 그런 단서가 아직 모자란다는 태도다. 다음주에는 파이시티 사건 수사를 끝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적어도 이 사건에서 또다른 실세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밖에서 보면 여전한 눈치보기나 속도조절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검찰이 여기서 그냥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이 의원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은 혐의로 대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자택 장롱 속에서 발견된 7억원의 출처 수사도 합동수사단으로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두 달 동안 이들 사건을 묵혀왔다. 이제는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검찰 안에서 감지된다. 이르면 다음주 후반부터 이 의원에 대한 수사가 다시 본격화할 수도 있다.

검찰의 시계는 4·11 총선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빨라졌다. 파이시티 수사는 불과 보름여 만에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동안 달라진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미래권력의 현실화다. 이에 따라 퇴장하는 권력의 검찰 장악력은 약해졌다. 그러잖아도 지금의 검찰 수뇌부는 대통령의 대학동문, 비비케이 수사 등의 인연 때문에 권력 핵심에 대해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의심을 받아온 터였다. 권력의 급격한 조락은 그런 족쇄를 풀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검찰개혁 논의에 대비하고 장래의 입지를 생각해야 하는 처지에서도 과거와 거리두기, 미래를 위한 포석은 필요했을 것이다.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7월 이전에 일단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더 끌면 대통령선거에 자칫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겠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검찰은 7월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다. 웬만한 수사는 인사 전에 마치는 게 관행이다. 그때까지 검찰의 시계는 얼마나 빨리 돌까.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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