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제청권자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8월12일 장관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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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늦어도 7월 중순, 벌써 뒤숭숭
‘사찰 연루’ 김진모 승진설 파다
요즘 검찰은 분주하다. 지난 몇 주 동안 검찰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여럿 ‘털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의혹은 지난 8일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민간인 불법사찰 및 은폐 의혹은 13일 재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사건은 20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이어, 다음주 초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조사하고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까지 수사 대상에 올려놓는 등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마무리가 머지않아 보인다. 비비케이 가짜편지 사건도 7월 중순 이전에는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수사 현안은 다 매듭지을 태세다.
왜 이렇게 한꺼번에 몰릴까. 연말 대통령선거에 미칠 영향을 줄이려 서두르는 탓도 있겠지만, 주로 인사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검찰 인사는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7월 중순에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직은 벌써부터 뒤숭숭하다. 자리를 옮기기 전에 수사중이던 사건을 처리하려면 시간이 별로 없다. 누가 어떤 자리로 가는지, 내가 어디로 갈 수 있는지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인사가 중요하지 않은 조직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특히 검사들에게 인사는 한 단계, 한 단계가 다 중요하다. 좋은 자리로 가야 다음, 또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승진과 보직만큼 공무원, 특히 검찰을 쉽게 길들일 수 있는 수단도 따로 없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만큼 이런 원리를 100% 활용한 정부도 별로 없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는 검찰청법 제34조는 이 정부 들어 유감없이 활용됐다.
그런 예는 한둘이 아니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배임 혐의 사건은 1·2·3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이 났고, <문화방송> ‘피디수첩’도 각종 민·형사 소송에서 완승했다. 하지만 검찰 인사는 그런 재판결과와 정반대다. 이들을 기소한 검사들은 하나같이 영전했고, 또다시 더 요직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 사건은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다 무리한 수사였지만, 정권의 입맛에는 맞았다. ‘청부수사’의 대가가 좋은 자리였으니, 셈이 맞은 것일까.
그리 보면 이번 인사도 어떤 이들에겐 포상을 기대할 만한 ‘숙제검사’일 수 있겠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억지스런 결론이 인사권자의 이해와 일치한다면 그런 의심은 피할 길 없다.
대표적인 게 내곡동 사건이다. 국가예산에 손실을 끼치고 국고로 이익을 본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도 배임이 무혐의고, 외형만 봐도 부동산실명제 위반인데도 또 무혐의다. 그러고선 검찰도 계면쩍었는지, 강제수사권도 없는 감사원에 사건을 되넘겼다. 부끄러웠는지, 관심이 덜한 주말 보도를 노려 금요일에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도 ‘대통령에 대한 일심(一心) 충성 문건’ 등을 통해 ‘윗선’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윗선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수사결과를 또 버젓이 내놓았다.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멈췄다는 비판은 당연하다. 내란·외환의 죄 말고는 재임 중 형사소추되지 않는 대통령의 특수한 지위 따위를 내심 핑계삼았을 수 있겠지만, ‘부실수사’의 수혜자가 바로 인사권자인 터에선 이도 저도 다 속 보이는 변명이다.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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