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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27 19:12 수정 : 2012.07.27 22:25

이유진 사회부 사회정책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잘 계시냐고 안부 여쭙기가 저어됩니다. 세상이 미쳐간다고 입을 모으는 요즘이니까요. 저는 사회부 이유진 기자라고 합니다. 복잡한 일을 쉽게 풀어드리라는 ‘명령’을 받들어 모셨지만, 글쎄요,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까 말입니다.

오늘 설명드릴 것은 성범죄 재발방지 관련 제도입니다. 경남 통영 여자 초등학생 살해사건의 용의자가 2005년 노인을 성폭행한 뒤에도 신상공개 대상에서 빠졌다며 신상공개 사이트에 방문자가 폭주해 논란을 빚은 건 다들 아시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제도는 10년 넘은 제도입니다. 실제 시행된 건 2001년 8월 말이고 성범죄자의 이름, 거주지 시군구까지만 연 2차례 공개했죠. 그 뒤 2006년 서울에서 동네 ‘아저씨’가 저지른 초등학생 살해사건을 계기로 공개 확대가 추진됩니다. 미국 ‘메건법’(1996)을 적극 참조한 것이죠. 2007년 ‘혜진·예슬이 살해사건’, 2009년 ‘조두순 사건’, 2010년 ‘김수철 사건’ ‘김길태 사건’ 등으로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부착 연한이 확대됩니다. 지금은 법원의 유죄판결과 공개명령이 있는 자에 한해 1년마다 새로 촬영한 사진을 게재합니다. 비교적 최근 사진인 거죠. 2012년 6월30일 현재 성범죄자 신상공개자 수는 1964명, 우편고지는 810명입니다. 지금 당정이 신상공개와 전자발찌의 소급적용을 검토중이라, 공개대상자 수는 대폭 늘 겁니다. 본인인증을 없애고 모바일로 보게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고요. 우편고지는 법원 명령에 따라 성명, 나이, 실거주지 주소, 신체정보, 사진, 성범죄 요지 등을 해당지역 미성년자 가구와 청소년시설 단체장에게 보내는 겁니다.

찬반양론을 보죠. 전자발찌는 2010년 김길태 사건으로 시행됐습니다. 화학적 거세는 전자팔찌(발찌도 아니었죠)와 함께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장한 뒤 2011년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로 시행됐습니다. ‘성도착증’ 환자가 대상입니다. 그러나 성범죄는 ‘인면수심’ ‘늑대’ 등으로 지칭하는 일부 ‘성도착자’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인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포퓰리즘적인 제도라고 여성단체들까지도 반대한 바 있습니다.

신상공개는 2003년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정보 노출 등으로 사진과 주소 공개를 반대했습니다. 여론은 공개 확대 쪽이었죠. 사회적 합의라기보다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보는 편이 정확하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신상공개를 반대하는 쪽은 오히려 수가 증가한다고 하고, 찬성하는 쪽은 높은 성범죄율을 문제 삼아 왔습니다. 학자들 또한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신상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 오히려 재범률을 높여왔다는 분석, 저항과 분노감정만 불러일으켜 문제행동을 강화한다는 풀이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캡쳐.

초기 성범죄 신상공개는 청소년의 법정대리인, 교육기관의 장이 증빙서류를 첨부해 열람신청서를 쓰고 경찰서장에게 제출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찾아볼 수 있으니 손쉬운 편입니다. 식별이 어려운 단점도 있지만 아이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교육한다면 불안감만 커질 것이란 우려도 여전합니다. 모두가 만족할 합의는 어려울 겁니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일관되게 이뤄져왔는가, ‘분노 사회’의 징후는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길게 설명했듯이,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즉자적으로 만든 제도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재범률을 높일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분석하고 정치권이 어디쯤 인식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변화는 분명합니다. 성범죄자들은 타고난 ‘비인간’이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거죠. 성범죄자 재발방지 제도는 주의 환기와 징벌적 의미가 같이 있지만, 거칠게 말하자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조심시키고, 어른은 알아서 조심하라는 뜻이 강합니다. 그러니 질문이 있습니다. 성범죄자가 이웃이라면 이사를 가야 할까요? 새로 이사 오는 사람에게도 그 사실을 고지할까요? 남에게 위험요인을 떠넘기는 건 아닐까요? 성범죄자 이웃과 나눠오던 눈인사를 어떻게 철회할까요? 강남의 성범죄자가 적고, 강북이 많다는 식의 분석은 부동산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요?

사실 전 ‘친절한 설명’이 아니라 더 문제를 헷갈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해결의 실마리라는 점에서, 많은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 지금은 가장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 만든 제도를 바로잡는 일은 때론 우리의 시간과 노력과 돈을 심각하게 요구하니까 말입니다. 이유진 사회부 사회정책팀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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