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8.10 19:51
수정 : 2012.08.1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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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봉 사회부 24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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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태어날 때부터 친절했던 정환봉 기자입니다. 원래 사회부에 있지만 런던올림픽을 맞아 잠시 스포츠부에 와서 여러분과 함께 밤새워 올림픽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요즘 양학선(20) 선수가 화제가 되고 있죠. 도마 종목에서 올림픽 체조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양학선 선수가 비닐하우스에서 살면서 어렵게 꿈을 키워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생 먹을 라면에서부터 아파트, 격려금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번호표 뽑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 선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주는 월 100만원의 연금과 정부에서 주는 포상금 6000만원은 물론 35평형 아파트, 대한체조협회 포상금, 기업의 격려금 등으로 벌써 9억원에 가까운 가욋돈을 받게 됐습니다. 이쯤 되면 밥상 짚고 몸을 세 바퀴 비튼 뒤(양학선 기술) 침대 위로 착지하려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돈을 벌긴커녕 병원비만 나올 테니 부디 참으세요.
그래도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부자가 될까요?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에 대한 지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는 ‘포상금’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주는 ‘연금’으로 나뉘고 액수는 매번 바뀝니다. 이번 런던올림픽 기준으로 보면 금·은·동 순서로 포상금은 6000만원, 3000만원, 1800만원이고 연금은 월 100만원, 75만원, 52만5000원입니다. 연금은 일시금으로도 대신 받을 수 있습니다. 일시금은 6720만원(금), 5600만원(은), 3920만원(동)입니다.
문제 하나. 올림픽 금메달만 18개를 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태극마크를 달았다면 연금을 매달 1800만원씩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연금은 100만원까지가 최고입니다. 그렇다면 펠프스는 억울하겠죠. 그래서 ‘연금점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연금은 100만원 이상 늘어나진 않지만 연금점수에 따른 ‘장려금’이 있습니다. 연금점수는 올림픽뿐 아니라 세계선수권 입상 등을 해도 쌓입니다.
올림픽의 경우 연금점수는 금·은·동 순서로 90점, 70점, 40점입니다. 연금점수 110점을 따면 연금 상한선인 1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10점이 넘으면 10점당 150만원으로 계산해 장려금을 줍니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특별대우를 받습니다. 금메달의 연금점수는 90점밖에 되지 않지만 연금은 특별히 상한선인 100만원을 줍니다. 금메달을 또 따서 연금점수 110점을 넘기면 10점당 150만원이 아닌 500만원을 줍니다.
지금까지 말한 연금과 포상금은 모든 선수들이 똑같이 받는 돈입니다. 올림픽에는 각 종목별 협회에서도 포상금을 내겁니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미용실 ‘원장님’이 있고 가요대상에 ‘소속사 사장님’이 있다면 올림픽에는 ‘협회장님’이 있습니다.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나 감독의 인터뷰에서 “협회장님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라는 말이 단골로 등장하죠. 스포츠도 돈이 드는 것이라 기업 회장님들이 협회장을 맡아 재정 지원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한양궁협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대한핸드볼협회장은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에요. 한화그룹은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고 있죠. 또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도 협회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으니 단골 감사인사 대상이 되는 것이죠.
협회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축협’이라는 줄임말로 자주 불리는 대한축구협회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올림픽 금메달에 31억3000만원의 포상금을 걸었습니다. 동메달에도 15억2000만원의 포상금을 걸었죠.
그렇다면 결론을 내야죠. 금메달을 따면 부자가 될까요?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12 한국부자보고서’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사람을 한국의 부자로 정의했습니다.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고 포상금을 합치면 금메달 1개에 1억2720만원입니다. 가산점, 기업이나 협회 지원 같은 변수를 제외한다면 약 금메달 9개를 따야 부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번듯한 아파트라도 하나 마련하려면 훨씬 더 많은 금메달을 따야겠죠. 그러니 금메달 하나 땄다고 쉽게 부자가 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식 꼭대기에 올라선 선수들의 마음만은 이미 부자일 것 같습니다. 피눈물 나는 노력과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의 결과니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지만 세상을 두루 살펴보면 운동 경기만큼 공정한 경쟁을 벌이고 노력에 따른 결과를 안겨 주는 것도 별로 없는 듯합니다. 우리가 열대야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올림픽에 열광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과 공평한 대가’가 우리가 사는 사회와는 큰 거리가 있지만 올림픽에서는 그나마 통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정환봉 사회부 24시팀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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