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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28 17:01 수정 : 2012.09.28 20:34

[토요판/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부도사태로 투자자 손실 2조원대
경영진 구태 청산 없으면 또 위기

한가위 명절을 코앞에 두고 재계 순위 30위권의 웅진그룹이 덜컥 주저앉았다. 금융권에서는 채권은행과 개인·법인 등 투자자가 입을 손실 규모만 최대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금융당국은 웅진 이외에도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대기업 2~3곳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감경기는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어느덧 위기란 단어가 식상해지기까지 한 이때, ‘제2의 웅진’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적잖다.

지난 26일 최종부도와 함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웅진그룹 사태의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지주회사(웅진홀딩스)와 계열사(극동건설)가 법정관리를 동반 신청한 전례가 없을뿐더러, 핵심 계열사인 웅진코웨이의 매각작업이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주채권은행은 허를 찔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다음달 초 1조2000억원대 인수자금을 지급하고 웅진코웨이 인수절차를 마무리하려던 상대방(엠비케이(MBK)파트너스)도 충격에 빠지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피해 규모가 만만찮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극동건설의 협력업체 1200여곳이 손에 쥔 상거래채권 2953억원(미지급금 930억원 포함)은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상태다. 개인과 법인이 보유한 1조원대 규모의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대부분도 휴짓조각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웅진그룹에 4조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은 앞으로 1조원이 넘는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웅진 사태’의 첫 불씨는 물론 건설경기 침체에서 찾을 수 있을 게다. 현재 건설업계 자금시장의 불안감은 A등급 건설사가 아니면 회사채 발행조차 힘들 정도로 심하다. 그룹 계열사간 자금지원을 보여주는 ‘계열사 특수관계인 자금대여’ 공시건수는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계열사 ‘자금 돌려막기’가 횡행한다는 방증이다. 이런 마당에 2007년 6월 당시 시장 평가금액의 갑절이 넘는 6600억원이나 들여 인수한 극동건설이 ‘승자의 저주’를 불러오는 악역을 맡게 된 건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정작 불씨를 크게 키운 건 경영진의 ‘구태’임에 틀림없다. 웅진 사태에서도 윤석금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인 행태는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윤 회장 친인척 일가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 보유중이던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자산 빼돌리기 정황도 감지된다.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 웅진씽크빅(250억원)과 웅진에너지(280억원) 등 계열사에서 빌린 단기차입금 530억원을 예정일(10월2일)을 앞두고 미리 상환해버렸다. 계열사한테 진 빚부터 먼저 갚아버려,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겨준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역시나 내부 견제장치는 ‘작동 멈춤’ 상태였다. 2009년 이후 웅진그룹 상장법인 5곳(웅진홀딩스·웅진씽크빅·웅진에너지·웅진케미칼·웅진코웨이)의 이사회에서 모두 409개의 안건이 처리됐지만 이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반대의견을 낸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 이는 지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의 ‘요약본’꼴이다. 공정위가 2011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민간대기업 46곳에 속한 상장계열사 238곳의 이사회 상정안건(5692건)을 분석해 보니, 사외이사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안건은 고작 36건(0.63%)에 그쳤다.

윤석금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 돌연 지주사인 웅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통상 그때까지의 대표자가 관리인을 맡는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려 든 것이다. 법정관리에 이르게 된 과정의 경영책임과는 무관하게, 법정관리 시점 이후에도 경영권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위기의 불씨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있기 마련이다. 작은 불씨를 거대한 화마로 키우는 건 대부분 ‘사람’이다. 한편으론 경영진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론 경영진을 견제하는 좀더 촘촘하고 진전된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하지 못한다면 턱밑까지 찾아온 제2, 제3의 웅진 사태를 되돌릴 방안이 과연 있을까?

최우성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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