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10.12 20:02 수정 : 2012.10.12 22:02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내곡동 사저 땅 매입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수사할 이광범 특별검사에게 임명장을 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배임 여부·이시형씨 공범여부 판단
최교일 지검장 의문의 발언도 규명을

다음주부터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에 관한 특검’이 수사를 시작한다. 최장 45일간 활동하기로 돼있으니 다음달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수사 자체는 어려울 게 없을 것이라고 한다. 관련자 모두를 무혐의 처리 했던 검찰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이미 팩트(사실)가 다 나와 있다”며 “더 수사할 게 없이,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특검법에서 수사 대상으로 정한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한 배임,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법 위반 의혹’ 가운데 배임에 관해서라면, 더 수사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사실관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수사검사가 없어도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드러난 사실에 따라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결행할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특검이 더 수사할 게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곡동 사건의 뼈대는,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비싼 땅을 사놓고도 돈을 덜 냈지만 국가는 싼 땅을 사고서도 돈을 더 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내야 할 돈을 국가가 떠안도록 한 것이 부지매입을 맡은 청와대 경호처 실무자의 배임이 된다. 이시형씨 등이 당시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배임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은 이 대목에서 눈을 감았다. 누가 이런 사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처벌 범위가 달라지는데도, 이시형씨에 대한 소환조사부터 포기했다. 이시형씨가 어머니 김윤옥씨의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큰아버지 이상은씨한테 빌려 부지매입 대금을 조달했다고 주장하는데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집에 들어가 살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사정을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세상의 상식과 이치에 맞는데도, 역시 모르쇠였다.

특검은 사실상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배임에 따른 이익을 차지할 대통령 가족이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자면 소환조사는 당연하다. 청와대 경호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가피하다. 그런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yeopo@hani.co.kr
수사 대상은 또 있다. 최교일 지검장은 기자들에게 “형식적으로 보면 배임으로 볼 수도 있다”며 “그러면 (실무자인) 김○○을 기소해야 하는데…기소를 하면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가 누구냐면, 대통령 일가가 되거든. 이걸 그렇게 하기가…”라고 말했다.

그런 판단의 주체는 누구일까. ‘형식, 즉 범죄구성요건을 따져보니 배임이다’라는 판단은 어떻게 나왔는지, ‘대통령 일가가 부담스럽게 되니 기소하지 말자’고 결정한 것은 또 누구인지 궁금하다. 그러잖아도 당시 수사팀의 의견을 검찰 수뇌부가 ‘찍어 눌렀다’는 소문이 무성한 터다. 혐의가 분명한데도 일부러 기소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누군가 그렇게 찍어 눌렀다면 직권남용일 수 있다. 총체적으로 검찰의 타락이다. 최 지검장은 그런 판단과 결정을 누가 어떻게 했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최종 결정자라는 투도 아니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반주 한 잔도 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말한 것이니,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처럼 취중 실언이라고 발뺌할 수도 없다. 그의 말이 어떤 사실에서 비롯됐는지 직접 물어볼 필요가 있다. 특검법은 제2조에서 ‘의혹과 관련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 확인의 결과 검찰에 대한 의심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제 제도의 문제가 된다. 지금처럼 검찰한테만 기소를 하고 말고를 결정할 독점적 권한을 계속 주는 게 옳은지를 다시 정해야 한다. 멀리 조선시대에도 사법기능을 여러 기관으로 분산해 서로 견제하도록 한 전례가 있다. 그런 문화에선 남을 단죄하는 기관일수록 스스로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했다. 지금의 검찰에 가까운 사헌부가 그 수장인 대사헌까지 탄핵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마침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검찰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도 적합하다. 특검은 바로 그 앞까지 가야 한다.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yeop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리뷰&프리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