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1.23 21:01
수정 : 2012.11.2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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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윤형 국제부 국제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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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이번주 친절한 기자 국제뉴스팀 길윤형입니다. 제가 말씀드릴 내용은 이주 내내 외신을 장식한 이스라엘에 의한 가자지구 폭격 사태입니다.
하루도 끊이지 않고 테러가 이어지는 현대 중동의 모습은 어찌 보면 이해하기 힘든 고차방정식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중동 사태의 대부분은 19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과 이에 맞선 팔레스타인인과 아랍 주변국들 사이에 벌어진 갈등과 화해의 역사라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소개하는 뉴스 가운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들이 현재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입니다. 하마스는 소목 하마과에 속하는 수륙양생 포유동물의 복수형이 아니라 ‘이슬람 저항운동’이라는 아랍어를 발음되는 대로 영어로 옮긴 뒤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줄임말입니다. 하마스라는 아랍어 단어 자체에 ‘격정’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도 하네요.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직접적인 이유로 하마스와 그외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극단주의 조직이 이스라엘을 향해 쏘아 올린 로켓탄을 꼽고 있습니다. 내년 1월 조기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이들의 ‘도발’을 팔짱 끼고 구경만 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은 14일 하마스 군사부문의 최고지도자 아흐마드 자바리를 정밀타격해 살해하는 것으로 이번 가자 폭격 작전을 시작합니다. 8일간의 공방전 끝에 22일 정전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도 네타냐후 총리는 “국민들 가운데 이번 정전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공격에 나서면 된다”고 말합니다.
국제적으로 하마스는 테러조직으로 공인돼 있습니다. 하마스는 1987년 일어난 1차 인티파다(민중봉기)의 영향을 받아 그해 12월14일 이슬람 성직자 아흐마드 야신이 만든 단체입니다. 이전까지 팔레스타인의 투쟁은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주도했습니다. 이들은 처음엔 요르단에서, 요르단에서 쫓겨난 뒤에는 레바논에서,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뒤에는 튀니지로 거점을 옮겨 싸웠습니다. 그러나 오랜 투쟁을 진행하며 현실적인 노선으로 기울어갔고, 결국 1993년 9월13일 미국 워싱턴디시 근교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오슬로 협정’을 체결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아라파트의 현실론에 동의할 수 없는 이들이 있었을 겁니다. 하마스가 그랬습니다. 생전에 야신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지닌 것이라곤 생명뿐인데, 그걸 던져 침략자 이스라엘에 저항하고 있다. 우린 이를 완전한 자유와 해방을 위한 성전이라 부른다”(2000년 11월·335호)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하마스는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을 상대로 맨몸을 던지는 무장투쟁을 진행해 왔습니다. 최근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던 노선을 바꿔 “3차 중동전쟁(1967년)의 정전 라인을 국경으로 하고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주권 인정”을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선으로 설정해 두었습니다. 최근의 로켓 공격도 5년째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풀기 위한 저항이라고 보는 게 합당한 이해입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가자지구 내 실업률은 40%가 넘고 70% 가까운 사람들이 외부의 식량 원조에 기대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테러집단일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보다 더 민심을 잘 이해하는 정치세력이기도 합니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팔레스타인 평의회 선거에서 132석 가운데 과반수인 76석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유화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파타에 밀려 2007년 6월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점령한 채 틀어박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마스는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기 위해 때로 폭력에 의존하기도 했던 우리의 임시정부와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길윤형 국제부 국제뉴스팀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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