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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3 21:06 수정 : 2012.11.24 11:09

최우성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자국 통화가치 절상 방어 힘겨루기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첫 탐색전

22일 오전 9시45분, 정부과천청사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9시50분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긴급브리핑.’ 최 차관보가 7층 방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기자실로 내려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그로부터 5분. 그사이 외환시장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5원가량 급등했기 때문이다. 달러에 견준 원화값이 불과 5분 새 5원이나 뛰는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날 아침 개장가 1081.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개장 30분쯤 지났을 때는 1080원 선이 깨지기 직전 분위기였다. 환율 하락 흐름이 정부의 ‘액션’에 한순간 급등으로 돌아선 것이다.

최 차관보는 원화 절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시장 개입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특히 선물환 포지션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선물환이란 미래의 특정 시점에 사전에 정해진 환율로 외국 돈을 살 수 있는 권리인데, 선물환 포지션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을 말한다. 수출기업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을 달러화 가치가 환율 변동에 따라 줄어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에 선물환을 파는데, 이때 은행들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현물 달러를 팔게 된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하나은행,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은행(ANZ) 한국지점, 프랑스 소세에테제네랄 한국지점 등을 상대로 1차 외환 공동검사를 끝내고 결과를 분석중이다. 모두 올해 들어 선물환 포지션이 급증한 곳이다. 정부는 다음주 중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달러 공급 물량 줄이기에 나설 방침이다.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진정될까?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반영한 달러 수급 사정상 원화값 상승 압력은 계속된다고 보고 있다. 달러 대기물량이 많아 추가적인 환율 하락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국내 은행들이 불필요한 외화 빚을 갚고 있는데다 수출업체들도 그동안 움켜쥐고 있던 달러 물량을 적극적으로 시장에 쏟아내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6개월 사이 100원가량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이날 정부 움직임을 촉발한 직접요인은 ‘원고(원화값 상승) 베팅 세력’으로 봐야 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최근 1~2주 사이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유독 빨라진 데는 원화값이 오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역외 투기세력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영향이 컸다는 얘기다. 지난 19~20일 이틀간 환율 하락 폭만 10원에 이른다. 펀더멘털에 더해 역외세력이라는 또하나의 요인마저 등장했다. 정부로선 펀더멘털 이외 변수의 영향력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일종의 신호를 보낸 셈이다.

문제는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약한 달러’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가 빠르게 절상되는 것을 막으려는 아시아 나라들 사이에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당장 이웃나라 일본은 국제 금융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다음달 중순 치러질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는 최근 ‘무제한 금융완화’ 정책을 공세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헬리콥터 벤 버냉키’에 이은 ‘윤전기 아베 신조’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일본 엔화가 최근 들어 급락세로 돌아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펴낸 ‘2013년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의 제목을 ‘엔화 약세의 해’(The Year of JPY Weakness)로 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리는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나란히 차기 정부 등장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두 나라가 벌이는 흥미진진한 탐색전 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 한-일 통화스와프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예정된 ‘메뉴’는 자칫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아베식 ‘돈 쏟아붓기’ 카드에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 쪽도 이번 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시장 개입’ 움직임을 트집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보아 다음주 초 외환시장 흐름은 당분간 원화 가치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변동성 확대’가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인 듯하다. 만일 역내 나라들이 적정한 수준에서 ‘물밑 타협’을 택하는 대신 아시아발 환율전쟁에 뛰어든다면, 한껏 확대된 변동성엔 그야말로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최우성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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