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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25 20:22 수정 : 2013.01.26 17:05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지구 퇴적암층서 대규모 추출경쟁
환경오염과 그린에너지 후퇴 우려

국제사회의 석유 지정학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은 2014년이 되면 현재보다 약 25%가 늘면서 26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9일 발표했다. 미국 국내 석유 생산은 지난해 하루 640만배럴에서 내년에는 790만배럴이 된다. 미국의 석유 수입은 2005년 하루 1250만배럴에서 점점 떨어져, 2014년이 되면 그 절반 이하인 600만배럴이 될 것이라고 이 기관은 예측했다. 이 추세대로 가면 미국은 2020년께면 하루 1110만배럴을 생산해, 1060만배럴에 그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이 되고, 2035년이면 에너지 자급국이 될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추산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셰일에너지가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지구의 퇴적암층에 갇혀 있는 셰일 오일과 가스를 개발하는 기술이 최근 5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수압분쇄라는 기술이 상용화됐다. 미국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최고치였던 2008년에 비해 현재 4분의 1로 떨어진 상태이다. 금융위기로 인한 산업수요가 줄어든데다 미국에서 셰일가스 등 천연가스 생산이 크게 늘었났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은 2015년이면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 된다고 국제에너지기구는 예측했다.

셰일에너지 자원의 매장량은 인류가 앞으로 최소한 100년은 풍족히 쓰고도 남을 양으로 추정된다. 현재 셰일에너지 시험개발 현장으로 가장 주목받는 미국 콜로라도의 그린리버 지층에는 약 3조배럴의 석유량에 상당하는 셰일에너지가 묻혀 있다고 미국 회계감사원은 평가한다. 인류는 지난 100년 동안 1조배럴의 석유를 소비했다. 셰일에너지의 전세계 매장량은 현재로서는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궁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매장량이 많다. 셰일가스의 경우, 중국은 886조, 미국은 750조 세제곱피트의 매장량으로 세계 1·2위이다. 두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들이다. 셰일에너지 개발의 선두주자인 미국에 이어 중국도 셰일에너지 개발에 나설 것임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도 24일 로열더치셸에 약 100억달러 상당의 자국 내 셰일가스 개발권 계약을 했다. 에스토니아와 폴란드 등은 이미 셰일에너지를 생산하는 중이다.

셰일에너지는 미국과 중국을 에너지 자급국으로 바꾸는 등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이 핵폭탄급이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 국제사회의 지정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석유 때문에 벌어지는 중동분쟁, 석유 등 자원확보를 둘러싼 양대 강국(G2) 시대 미-중 갈등 등의 의미를 퇴색시키며 국제정치의 문법을 바꿀 것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화학·비료·플라스틱 공장 등이 해외에서 다시 미국으로 회귀하는 등 산업효과도 나기 시작했다.

셰일에너지 효용성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모래, 물, 화학물질 등을 고압으로 지층에 뿜어넣어서 퇴적암에서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는 수압분쇄 방식은 환경적으로 아직 안전이 입증되지 않았다. 수질 및 토양오염에다 엄청난 수자원이 낭비된다고 환경론자들은 주장한다. 영국 랭커셔에서는 수압분쇄 방식으로 셰일에너지를 개발하다가 미진이 두 차례나 일어나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다. 당장 안전이 보장된다고 해도 지층 깊숙이 있는 자원을 갉아먹은 뒤 생길 지층공동화 현상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수압분쇄 공정을 금지했다. 셰일에너지는 기존 석유와 가스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다고 하나, 기본적으로는 화석연료이다. 값싼 셰일에너지는 현재 진행중인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개발을 미룰 것이다.

이런 부정적 측면이 셰일에너지라는 눈앞의 유혹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인류가 오일쇼크 이후 40년 동안 씨름하던 석유와 관련한 문제들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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