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미국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사건을 전후해 국제사회는 다시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 시기로 돌아가고 있다. 이슬람주의 세력에 의한 첫 미국 본토 테러, 시리아 내전 등 중동분쟁의 격화, 알카에다 세력의 부활이 동시에 겹치고 있다. 2년 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에 따른 테러와의 전쟁 종식, ‘아랍의 봄’이 부른 대중민주주의의 확산에 대한 희망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형세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은 첫째, 중동분쟁의 확산이다. 지난주부터 이라크 내전, 시리아 내전, 리비아 내란이 격화하고 있다. 전면전의 가능성까지 보인다. 이라크 내전은 지난주 북부에서 수니파 반군에 대한 정부군의 공격을 전후해 2008년 이후의 소강상태가 깨졌다. 유엔이라크지원단(UNAMI)에 따르면, 지난 4월 이라크에서 전투와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712명으로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수도 바그다드는 211명이 죽고 486명이 다치는 최악의 전투 장소가 됐다. <비비시>는 미군 전투력이 철수한 상태에서의 내전 격화는 1921년 이라크 건국 이후 국가 와해를 부를 가장 중대한 위기라고 평가했다.
시리아 내전의 강도는 이라크를 이미 능가했다. 미국이 금지선으로 삼은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정황이 나왔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2일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관리들이 이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2년 만에 7만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평가된다. 10년이 된 이라크 내전 동안 사망자는 최대 19만명, 최소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시리아 내전의 더 큰 문제는 해답이 없다는 거다. 미국은 최소한의 무력개입인 반군에 대한 무기공급도 망설인다. 결국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만 살찌우기 때문이다. 이라크 내전으로 중동지역의 5대 분쟁인 종교(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종파(수니파 대 시아파), 외세(아랍 및 이슬람 대 서방), 민족(다수 대 소수 민족), 민주(독재정권 대 시민사회) 투쟁이 동시에 폭발했다.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이 5대 분쟁을 더 격화시키고, 두 나라 모두를 하나의 내전지대로 묶을 것이다. 팔레스타인-시리아-이라크로 이어지는 이슬람권과 중동의 중심 레반트 지역에서 이렇게 중동분쟁이 동시에 폭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둘째, 알카에다 등 국제 이슬람 무장세력의 부활이다. 오사마 빈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 중앙조직은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에 은거하며 위축되는 대신에 그 지부세력들이 완전히 만개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의 격화 배경에는 알카에다의 지부들인 ‘이라크 알카에다’와 ‘잡하트 알 누스라’(승리의 전선)가 있다. 올해 초 프랑스군까지 개입한 말리 내전과 격화되는 리비아 내란에는 ‘마그레브 알카에다’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보코 하람’, 예멘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파키스탄의 ‘파키스탄 탈레반’은 세력을 더욱 확대했다.
셋째, 9·11 이후 미국이 국력을 총동원해 막아왔던 이슬람주의 세력에 의한 본토 테러가 재현됐다. 9·11테러를 주도한 독일의 이슬람권 유학생들인 ‘함부르크 그룹’처럼,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의 범인인 차르나예프 형제들도 서방의 문화적 세례를 받았음에도 지하디스트가 됐다. 수많은 ‘차르나예프 형제’와 ‘함부르크 그룹’들이 있을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테러와의) 전쟁의 조류는 썰물이 아니다. 밀물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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