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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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리뷰&프리뷰 정희진의 어떤 메모
<경제의 세계화와 도시의 위기>사스키아 사센 지음, 남기범·유환종·홍인옥 옮김, 푸른길, 1998 ‘안철수 현상’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등장과 행보는 필연적이라는 의미에서 자연스럽다. 오히려 ‘현상’은 사태 파악에 골몰하는 한국 사회 자체다. 사람들은 그가 ‘힐링캠프’의 이미지 밖으로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논의도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정치인으로서 준비 여부가 쟁점이다. 정치를 정당 중심으로, 사회 분석 단위를 국가로 한정해서 사고하기 때문이다. 대의제? 한강에 국회의원과 쓰레기가 빠지면 수질 보호를 위해 국회의원부터 구출해야 한다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지금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을 포함해 정당이 민의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때는 시민단체가 대의제를 보완했지만 촛불시위 때 그마저 무너졌다. 당시 시민운동에 헌신하던 친구의 고뇌를 잊을 수 없다. “예전에는 우리가 조직해서 시민들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들 때문에 우리가 나온 형국… 왜 나왔는지 왜 저렇게 열심인지 모르겠다.” 주요 참여자가 여고생부터 주부까지 여성이었고, 평화적이면서도 적극적이어서 전통적인 시위 양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우익’ 시민사회의 조직화와 영향력의 확대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도 정당만큼이나 존재 이유를 질문받고, 또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사태가 우리의 ‘잘못’만은 아니다.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의 주된 논쟁점은 지구화 시대의 국가의 역할이다. 저자들은 회의적이었지만, 나를 포함해 ‘애국자’가 많은 한국 사회는 우왕좌왕, 좌충우돌했다. 국가가 세계 자본의 침투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길 바라면서도 한류와 민주화운동 경험의 수출, 대기업의 해외진출에는 자부심을 느낀다. 이 역시 우리가 ‘미성숙’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의 세계화와 도시의 위기>(Cities in a World Economy, 1994)는 이런 상황에 대한 안내이자 자본주의의 특정 단계에 대한 빼어난 문제제기다. 옮긴이들의 부제는 내용을 압축한다. ‘초국적 시장 공간으로서 세계 도시의 성장과 새로운 공간적·사회적 불평등.’ 이 책은 정치경제학 전반에 걸쳐 국가와 정당 위주의 사고에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특히, 한국의 정당은 지역 정체성(지역차별)에 기반해 있다. 대의제 자체가 차별과 따돌림에서 시작되었는데도, 지역과 대의제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부재한 상태에서 “정당정치의 정립이 중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국제사회의 주도권은 국가가 아니라 세계 도시(global cities)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도시란 1)세계 경제조직의 조정·통제 중심지이며, 2)금융과 생산자 서비스 활동의 입지 장소와 시장 지역이자, 3)이러한 산업의 생산지이며 혁신의 창출 지역을 의미한다.(22쪽) 지금 국가 밖은 인터-내셔널, 국제(國際)가 아니라 글로벌이다. 세계의 중심은 메트로폴리탄들의 ‘연합국가’다. 첨단 도시들 간의 연대는 국경을 재정의했다. 이른바 지리의 종말. 자본 축적으로 인한 교통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은 공간적, 시간적, 심리적 거리를 단축시켰다. 이 책에 의하면 글로벌 도시는 뉴욕, 런던, 도쿄, 파리,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암스테르담, 시드니, 홍콩, 상파울루, 멕시코시티. 이 도시들은 자국 내 지역과의 관계보다 이동 시간, 의식에서 훨씬 동질적이다. 서울의 부자들이 뉴요커와 동일시하는 식이다. 국적과 관계없이 부자는 글로벌 시티즌, 빈자는 난민인 시대다. 일국의 행정부와 정당의 무능력은, 부패와 낡은 인식과 겹쳐 불가피한 현상이 되었다. 글로벌 시티즌이 될 수 없는 절대다수는 기존과는 다른 경로에서 대변자를 찾기 시작했고, 거리시위는 지구촌의 일과가 되었다. 국가 내부의 빈부 격차는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시티 내부의 양극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도시는 국가와 달리 빈곤을 구제할 규범적 의무가 없다. 경계 없는 세계? 이동통신 광고에서만 그렇다. 가난한 이들에겐 도처가 철조망인 세상이 도래했다. 론리 플래닛(여행 책자 이름), 지구는 더 외로워졌다. 정희진 여성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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