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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02 20:00 수정 : 2013.08.02 21:31

석진환 정치부 정치팀 기자

[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정치부에서 청와대를 담당하는 석진환 기자입니다. 6월 말 윤창중 전 대변인의 근황을 전해드린 적이 있으니 한 달여 만이네요. 오늘은 주초에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지 ‘저도’(猪島)에 대해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참,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박 대통령은 7월29일부터 8월2일(월~금)까지 주중 5일을 꽉 채워 휴가를 냈습니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야 장차관부터 일선 공무원까지 연쇄적으로 눈치를 보지 않고 휴가를 갈 수 있어, 대통령의 휴가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기 마련입니다.

대통령이 어디서 휴가를 보내는지는 경호 문제 때문에 미리 알리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저도’에서 찍은 휴가 사진을 올린 시점은 그곳을 이미 떠났거나, 떠나기 직전이었을 겁니다.

저도는 어릴 적 가족들과 추억이 있는 장소여서, 이전에도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고등학교 1학년 박근혜 학생의 비키니 사진도, 아버지와 동생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찍은 해수욕 사진도 모두 저도에서 찍은 것들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휴가 때마다 가족들과 저도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청와대 비서진은 박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한참 전부터 어떤 콘셉트의 휴가 사진을 일반에 공개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한가롭게 바다낚시를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이나, 토끼 귀를 잡고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등을 미리 연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이 저도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하면서, 최종적으로 가족과 함께했던 ‘저도의 추억’이 사진 콘셉트로 채택된 셈입니다.

43만4181㎡ 면적의 저도는 경남 거제도 북단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섬 전체가 해송과 동백나무, 팽나무 등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있어 풍광이 빼어납니다. 해변엔 200m 길이의 인공 백사장(해수욕장)이 있고, 섬 내부에는 9홀 규모의 골프장과 팔각정, 산책로, 전망대, 자가발전소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저도의 풍광에 반한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이곳에 있던 목조 건물을 헐고 화강암으로 전용 별장을 지었는데, 이후 줄곧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靑海臺)라고 불렸습니다.(나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저도에 휴가를 와서 ‘내가 현대건설 과장으로 있을 때 이 별장을 지었다’고 털어놨다고 합니다.)

빼어난 풍광에도 불구하고 저도는 일반인들에겐 ‘닿을 수 없는 섬’입니다. 섬 전체가 국방부 소유로 군사보호시설이기 때문입니다. 저도가 거쳐온 험난한 세월 탓에 섬 자체가 거대한 군사시설이 돼버린 것이지요.

일제강점기인 1920년부터 일제는 저도를 일본군의 통신소와 탄약고로 사용했습니다. 일제의 군사시설을 대부분 그대로 썼던 한국전쟁 때도 저도는 주한 연합군의 탄약고로 활용됐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해군은 저도의 군사시설을 정비한 뒤 이승만 대통령의 휴양지로 내줬고, 1975년에는 아예 저도의 행정구역을 거제군에서 해군통제본부가 있는 진해시로 편입해버렸습니다. 군사정권이 끝나고 김영삼 대통령 때인 1993년에 청해대가 대통령 별장 지정에서 해제되면서 행정구역도 지금의 거제시 장목면으로 환원됐습니다. 그 이후에도 민간인 출입은 여전히 통제되고 있고, 최근에는 대통령 숙소 인근에 숙박 시설이 새로 지어져 대통령이 방문할 때 외엔 해군의 휴양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방부와 거제시 사이에 약간의 갈등도 있다고 합니다. 거제시민들은 거제권 관광개발계획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저도의 시설물과 관리권을 반환해주기를 원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군사보호시설 유지에 대해 완강한 입장입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충북 청원군에 있는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준 적이 있습니다. 이후 청남대를 돌려받은 충청북도가 막대한 유지관리비를 부담하느라 곤란을 겪은 사례를 생각하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인 듯합니다. 대통령이 경호 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 휴가를 보낼 ‘외딴’ 장소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을 테고요.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저도는 완전한 섬일까요? 아닙니다. 자동차로도 갈 수 있습니다. 2010년 개통된 8.2㎞ 길이의 거가대교(거제~부산 가덕도) 중간에는 저도로 빠지는 길이 있습니다. 유사시 대통령을 대피시키기 위한 용도라고 하는데, 평소에는 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석진환 정치부 정치팀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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