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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16 20:13 수정 : 2013.08.17 07:19

김양중 사회부 사회정책팀 의료전문기자

[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국정원 선거개입 등 상식 없이 돌아가는 세상과 이 무더위에 잘 지낼 턱이 없겠지만, 그래도 인사는 친절하게 하고 시작하렵니다. 안녕들 하시고 건강하시죠? 친절하려고 노력만 하고 사실은 별로 친절하지 않지만 꼭 한번쯤은 친절한 기자로 등장하고 싶었던 김양중 의료전문기자입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면, 취재원에게 꼭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듣고 나서 취재가 가능한 기자입니다. ‘의료 전문’이 붙어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지금도 종종 ‘왜 그 좋은 의사를 하지 기자를 하냐?’는 질문을 듣습니다. 사실상 장롱 의사면허인데 그 덕분에 웬만한 고시보다도 어렵다는 <한겨레> 입사를 면접(?)으로만 들어오는 혜택도 입었답니다.

친절한 기자 한번 돼보려 내심 고대했는데, 하필 소재가 바퀴벌레입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최하층인 꼬리칸 사람들이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 형태의 단백질블록만 먹고 사는데, 이게 가능할까요? 카드를 칠 때도 반드시 상대방 패를 ‘확인’을 해야 하는 관계로 돈을 다 잃고 마는데, 바퀴벌레만 먹어보든지 아니면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봐야만 답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너무 기자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 같아 관련 전문가들의 추정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식품영양학 분야 사람들을 우선 찾았습니다. 그랬더니 바퀴벌레에 대한 연구 결과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렇지! 바퀴벌레를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번에는 식용 곤충을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안미영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연구관과 연락이 됐습니다. 번지수를 제대로 찾았다는 그는 놀랍게도 “가능하다. 바퀴벌레는 완전식품이다”라고 명쾌하게 답을 내놨습니다. 바퀴벌레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다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 종합비타민제, 건강기능식품보다는 골고루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기사를 써온 저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지만, 식용 곤충을 연구하는 그의 말을 더 들어봤습니다. 안 연구관은 “바퀴벌레도 여러 종류가 있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은 바퀴벌레, 귀뚜라미 등 곤충을 식용으로 먹고 있는데, 다만 우리나라 하수도나 부엌에서 발견되는 바퀴벌레와는 조금 종류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 나라들에서 먹는 바퀴벌레는 무당벌레처럼 동그란 모양이며 통통해서 덜 징그럽다는 것입니다. 바퀴벌레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 40%, 탄수화물 20%, 지방 10%, 비타민, 키토산, 각종 무기질이라고 합니다.

바퀴벌레 등 곤충은 동남아시아에서만 먹느냐? 그것도 아니랍니다. 네덜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에서도 귀뚜라미 요리가 있다고 하네요. 물론 이 귀뚜라미는 별도로 사육해서 우리가 흔히 보는 귀뚜라미보다 통통하고 깨끗하답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안 연구관은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앞으로 아열대 곤충을 보게 될 것이고 이를 먹는 습성도 나타날 것 같다. 메뚜기를 구워 먹는 것처럼 각종 곤충이 좋은 식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곤충을 먹는 것에 정서적인 거부감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듣다 보니 저도 메뚜기를 술안주 삼아 한두 번 먹어본 것도 같네요.

잘 알다시피 우리 주변에서 보는 바퀴벌레는 각종 세균과 기생충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먹어도 될까요? 물론 안 됩니다. 식용으로 키울 때에는 바퀴벌레에게 기생충과 세균이 감염되지 않도록 애지중지(?) 키운다니 안심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설국열차>에서 경제적 수준이 높은 앞칸 사람들은 생선회 등 각종 고급 식품을 먹습니다. 바퀴벌레 블록만 먹는 사람들 앞에서 배부른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식사는 생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삶의 여유와 풍요로운 문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물론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고요. 음식을 골고루 먹되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최하위층(물론 아예 없으면 더 좋고요)에게 제대로 분배되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걸까요? 영화 제작진이 바퀴벌레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김양중 사회부 사회정책팀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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