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통상임금 범위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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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대법관들이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일 통상임금 사건 공개변론에 이어, 당사자들로부터 보충 변론서를 제출받는 대로 이달 안에 평결을 위한 합의를 열 예정이다. 웬만한 사건이면 공개변론 직후 바로 대법관 회의실로 올라가 결론을 내렸겠지만, 이번엔 좀더 숙고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는 그래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마지막 고민을 하는 시간이 된다. 그들의 선택은 한두 달 뒤 판결문으로 드러난다. 공개변론 때 대법관들이 원·피고 쪽에 한 질문을 보면, 대법관들의 합의 자리에서 어떤 문제가 논의될지 짐작은 해볼 수 있다. 질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노사 합의, 1임금산정기간, 경제적 영향이었다. 첫 질문을 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물은 것은, 판결이 법리만으로 결정되진 않을 것이라는 예고다. 양 대법원장은 기업비용 상승, 파산, 임금 양극화 등과 함께, 고용 증대와 세수·소득 증대 등을 언급했다. 앞쪽 단어들이 통상임금 확대의 부정적 영향을 주장한 사용주 쪽 논리를 대표한다면, 뒤쪽은 노동자 쪽에서 선순환의 효과로 제시한 것들이다. 어느 쪽이든 대법관들의 선택에서 실제 동기가 될 수 있다. 법적 쟁점은 ‘1임금산정기간, 즉 한 달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인가’와 ‘노사가 통상임금에서 어떤 것을 제외한다고 합의한다면 그 합의는 종전 판례대로 무효인가’ 정도로 예상된다. 판례 변경이 가능한 전원합의체가 기왕 소집됐으니, 바뀔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바꾸겠다는 입장에서 봐도 논리 구성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 달을 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이 아니다’가 다수의견이 된다면, 당장 상식적인 반문을 받게 된다. 대법관들의 질문대로 “정기상여금은 미리 정해진 액수를 두 달마다 나눠 주기로 한 것일 뿐인데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말이냐”라거나 “연봉제 등에서 보듯 임금지급 주기는 다양할 수 있지 않으냐” 등의 물음이다. 기본급과 다를 바 없다면 통상임금으로 봐온 그동안의 논의나 소송의 기본전제도 허물어진다. 노사 합의를 존중하는 쪽으로 판례를 바꾸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공개변론 문답으로 추측해보면, 과반수의 근로자가 가입한 노조가 사쪽과 ‘대등한 교섭력’을 갖춘 상태에서 단체협약으로 통상임금의 범위에 ‘합의’하고 그 합의가 노동자 쪽에 ‘불이익’하지 않다면 ‘신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정도의 결론이 나올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예외적으로 배제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사건마다 경우마다 일일이 따져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경계가 그때그때 달라지고, 또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다툼과 소송이 늘어나게 된다. 전원합의체 판결로 논란을 정리하기는커녕 법적 불안정만 키우는 꼴이다. 노동법의 근본 체계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계약법적 사고방식으로는, 대등 관계·이익·합의·신의칙 등의 논리가 지극히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 보호를 위해 사용자에게 최저기준의 준수를 강제하는 노동법은 출발부터 계약법적 사고방식과 다르다. 노동법의 기본 성격을 부인하는 판결은 그런 점에서 어쩌면 사법부의 월권일 수 있다. 그런 일은 국회의 ‘입법적 결단’으로 가능한 일이다.
여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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