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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04 20:23 수정 : 2013.10.04 21:17

[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 토요판팀에서 몸 쓰는 취재를 주로 하는 윤형중입니다. 예전엔 기업을 취재하는 산업 담당 기자였는데요. 그때 공부 삼아 증권회사에서 시엠에이(CMA·고객이 맡긴 예금을 어음이나 채권에 투자하여 그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 금융상품) 계좌를 만들어 예금하고, 위탁계좌를 만들어 펀드와 주식을 소량으로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기자가 주식투자를 해도 되냐고요? 우량주 위주로 소액투자를 하는 것은 기업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워런 버핏의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는 조언처럼 주식을 살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제가 시엠에이 계좌를 개설하고, 펀드와 주식투자를 해온 증권회사가 다름 아닌 동양증권입니다. 동양그룹의 주력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동양증권은 가장 많은 시엠에이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입니다. 시엠에이 계좌만 344만개이고, 시장점유율이 계좌 수 기준으로 28.5%죠. 가입자들 중의 일부는 이미 펀드나 주식을 환매하고, 돈을 인출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인출 규모가 2조~3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죠.

동양증권, 정말 위험한 걸까요. 증권가의 다수 의견은 위험이 크지 않다는 쪽입니다. 은행의 건전성을 따지는 수치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라면 증권사의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있습니다. 위험자산에 대비해 부동산 등을 제외한 영업용 자본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인데요. 동양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은 6월말 기준으로 336%로, 규제를 받는 기준인 150%를 크게 웃돕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는 과도하다는 비판이 자주 지적될 정도로 강한 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이 제도로 인해 증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애널리스트는 “동양증권의 자기자본 1조3000억원 가운데 해외 계열사 투자금액이 4000억원이 넘는다. 이 투자금의 가치를 다시 매기면 분명 자본금의 변동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 계열사의 기업어음(CP) 1조3000억원이 불완전판매(기본 내용 및 투자 위험성 등을 안내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한 것)로 밝혀질 경우 피해자 4만명이 제기할 손해배상의 책임도 피할 수 없습니다. 물론 불완전판매 여부는 아직 조사 단계일 뿐입니다.

최악의 경우 동양증권이 어려워지면 고객들의 자산은 어떻게 될까요. 시엠에이 계좌 중에서도 예금자 보호 상품에 가입하거나, 주식·펀드 등에 투자된 자산은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소유한 시엠에이 계좌가 예금자 보호 상품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인터넷 뱅킹으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직접 동양증권 대리점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야 합니다. 예금자 보호 상품이어도 보장되는 범위는 최대 5000만원입니다. 펀드와 주식투자금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주식을 사면 해당 증권증서가 공기업인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됩니다. 동양증권은 중간에서 거래를 중개할 뿐입니다. 최악의 경우 동양증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투자자의 주식은 여전히 예탁결제원에 남습니다. 그러면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괜찮을까요.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선 증권사에서 개설한 위탁계좌에 준비금 성격인 예수금을 입금해야 합니다. 주식을 판 매각대금도 이 위탁계좌의 예수금으로 보관됩니다. 이 예수금은 보관의 주체가 증권회사가 아닌 공기업인 한국증권금융이지만, 최대 5000만원까지만 보호가 됩니다. 반면 파생상품 투자를 위한 예수금은 증권사가 보관하기 때문에 보호하는 장치가 없습니다.

윤형중 토요판팀 기자
이번 동양 사태로 엉뚱하게 회초리를 맞은 곳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동양’이란 이름을 내건 기업이 여러 곳 있기 때문이죠.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은 이번 동양 사태로부터 받는 영향이 제한적입니다. 동양생명의 대주주는 국내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로 지분율이 57.6%에 달합니다. 동양그룹이 소유한 지분은 3%에 불과하죠. 한마디로 이름만 ‘동양’인 셈입니다. 동양고속, 동양건설 등도 동양그룹과는 관련이 없는 기업입니다. 오히려 동양그룹과 같은 뿌리는 오리온인데요. 오리온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불가 방침을 지난달 23일 밝혔습니다.

투자의 오랜 금언은 결국 책임은 투자자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주식이나 펀드를 급하게 되팔면 손실이 날 우려가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되, 예금 보호가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현명한 조처입니다.

윤형중 토요판팀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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