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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0 20:34 수정 : 2014.01.10 23:22

지난해 12월5일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알림판과 홍보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우리 동네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과 군수, 구청장은 무소속이어야 할까? 자치 살림을 감시하는 시의원과 군의원, 구의원에도 정당인은 출마하지 못하게 해야 할까?

기초자치단체 선거 후보들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 문제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이주영)는 이달 말이 활동 기한이지만, 공천을 폐지하자는 야당 쪽과 유지를 희망하는 여당 쪽 견해가 맞서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천을 폐지하면 현재 수도권 자치단체장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여당이 밀리는 형국이다. 우선 명분에서 새누리당이 밀린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도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마찬가지로 지방선거 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기에 이를 뒤집는 것은 부담스럽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해 7월에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해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으며, 안철수 신당 쪽도 최근 민주당과 같은 대열에 섰다. 더구나 일반 여론도 폐지하자는 쪽이 훨씬 더 우세하다. 당사자인 기초단체장들과 기초의원들도 대다수가 공천 폐지를 요구한다. 여기에 약 75%가량의 지방정부에서 정당 공천을 금지하는 미국 모델도 있다. 90% 이상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이 무소속인 일본도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이처럼 공천 폐지가 마치 정치개혁의 대명사처럼 됐다. 공천이나 지방자치 운영에 중앙정치가 너무 깊숙이 개입해온 결과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인 영남과 호남 등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자기 밑에 줄세우는 장치로 공천제도를 활용해왔다. 게다가 선거 때마다 돈 공천 문제가 불거졌으니 지방정치에서 정당을 아예 몰아내자는 여론이 형성된 것은 정치권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폐지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가 기본이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정당이 참여하는 게 않는 것보다 더 좋은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다. 풀뿌리 자치에 정당이 개입하는 유럽국가와 정당 금지를 선호하는 미국이나 일본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정치가 곧 생활인 유럽의 삶의 질이 정치를 멀리하려는 나라들보다 훨씬 낫다.

우리나라의 짧은 지방자치사를 살펴봐도 정당이 관여했을 때가 그러지 않았을 때보다 정치발전에 더 많이 기여했다. 기초의원에 정당 공천을 배제했던 2002년(제3회 동시선거) 선거에서 여성 의원은 2.2%에 불과했지만, 비례대표제와 함께 정당 공천이 확대된 2006년과 2010년 선거에서는 각각 11.0%와 10.0%로 크게 늘었다. 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소수정당 소속 기초의원의 지방의회 진출이 증가했다. 정당 공천이 금지되면 이들 대신에 토호 등 지역 기득권 세력만 발호할 가능성이 크다.

또 지방정치에서 공천마저 없애면 정당은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개인조직만 남은 채 지역의 공식조직은 아예 사라질 공산이 크다. 공천받을 일도 없는데 동네에서 누가 귀찮은 정당 일을 하겠는가. 지구당 폐지에 이은 정당의 자기파괴 행위다. 동네에서 정당이 약해지면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은 관변단체다. 상황이 이런데도 눈앞의 이익만 따진 채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쪽이 딱하다. 풀뿌리 정치를 약화시키는 게 새정치, 정치개혁이 아니다.

김종철 정치부 기자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따로 있다. 중앙정당만 허용하는 정당법을 고쳐서 지역정당을 허용하면 된다. 영남과 호남에 지역단위의 독자정당이 생기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독점을 막을 수 있다. 지역 정치인에 대한 줄세우기는 상향식 공천을 법제화해서 중앙 실력자의 개입을 막으면 된다. 정답을 두고 왜 정당도 국가도 실패하는 길을 가려는가.

김종철 정치부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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