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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28 20:23 수정 : 2014.02.28 20:23

에스케이그룹 최태원 회장이 2012년 11월22일 오후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다음주의 질문

“공황, 멘붕”

대법원이 지난 27일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 형제에게 계열사 돈 45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각각 징역 4년과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직후 통화를 한 에스케이 간부의 첫마디다. 배임액이 1500억원을 넘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최근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현실은 총수 형제가 동시에 실형선고를 받는 최악의 결과였다. 예전처럼 대통령의 사면복권이라는 특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 회장은 이미 1년간 감옥생활을 했지만, 앞으로도 남은 3년을 꼬박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에스케이 사장단 회의에서는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던 대규모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총수의 장기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한다. 그동안 재벌 총수들은 법을 위반하고도 경영공백 우려, 경제발전 기여,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관행이었다. ‘3·5 법칙(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하지만 총수 봐주기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정부 말기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총수가 재판을 받는 다른 그룹들도 초긴장이다. 이재현 씨제이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부자는 배임횡령이나 탈세 금액이 최태원 회장보다 더 많고, 죄질도 가볍지 않다. 현재현 동양 회장은 1조원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으로 큰 사회적 파문까지 일으켰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 총수들의 잇단 감옥행 뉴스가 해외토픽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재벌 총수들의 잇단 감옥행은 법치주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업이나, 전체 경제 차원에서는 큰 비용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관건은 이런 막대한 비용을 언제까지 치를 것이냐다. 재벌 총수라고 해서 무조건 특혜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면, 재벌 총수의 감옥행을 피할 해법을 적극 찾아야 한다.

재벌의 한 임원에게서 “회장님이 (감옥에서) 빨리 나올 수 있는 방안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기자의 답은 간단했다. “감옥에서 빨리 나오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다시 안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총수 1인이 절대권한을 행사하는 한국의 재벌체제에서는 총수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총수가 사법처벌 대상인 에스케이, 씨제이, 효성, 동양, 태광조차 불법행위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획기적 조처를 취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곽정수 선임기자

최태원 회장이 사법처리된 것은 2003년 회계부정 사건 이후 두번째다. 만약 당시에 진정으로 뉘우치고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는 노력을 폈다면 지금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겉으론 윤리·준법경영을 다짐하면서 실제 행동은 달라지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도 심하다. 2012년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방해 사건이 터지자, 이건희 회장은 크게 화를 내며 관련자 엄벌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하지만 해당 임원이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사회적 노력도 더 중요하다. 국회는 재벌 총수의 위법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봐주기를 못하도록 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하루속히 처리해야 한다. 키스 다시 윤리준법경영인협회 사무총장이 지난해 말 방한 때 “불법행위로 처벌받은 총수는 아예 상장기업의 경영을 맡을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재벌 총수 여럿이 감옥에 가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도 얻는 게 없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수준 문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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