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14 20:22
수정 : 2014.03.15 08:59
친절한 기자들
지난번 우주 미아로 살아남기로 인사드린 사회부 이근영입니다. 기사 쓰느라 거금을 투자해 <그래비티> 3D를 봤건만 영화헤살꾼(스포일러)이라고 야단만 맞았습니다.ㅠㅠ 이번에는 ‘별에서 온 그대’에 대해 말씀드리려 하는데요, 드라마가 끝났으니 헤살 놓을 일은 없겠죠? 요즘 별이 대세입니다. 정확히는 별똥별이지요. 드라마에서 시작해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운석 금메달에 이르더니 경남 진주 파프리카 하우스에 떨어진 운석이 대미를 장식하네요. 운석 금메달은 1g에 236만원으로 금값의 40배라니, 여러분도 ‘별에서 온 그대’를 맞으러 들판에 나가보시렵니까?
우선 파프리카 하우스에 떨어진 돌이 운석이 맞는지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운석 전문가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이종익 극지연구소 박사와 최변각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가 거의 ‘유이’하다네요. 8년 전부터 남극에서 240여개의 운석을 수집·연구해온 두 분의 말씀으로는 운석이 맞다네요. 돌 거죽의 탄 흔적, 엄밀하게는 대기권에 들어오면서 높은 열에 녹았다 식어서 생긴 용융각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답니다. ‘각’은 녹각·용각산의 뿔이 아니라 지각처럼 껍질을 가리킵니다. 철의 성분이 5~10% 들어 있어서 운석이라는 보도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번 운석이 철이 든 종류라는 겁니다. 철 없는 운석도 있거든요. 운석이 정말 맞는지, 어떤 종류인지는 안에까지 들여다봐야 하고 다음주 정도 돼야 결과가 나온답니다. 9.36㎏의 돌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치고는 하우스 파손이나 땅이 팬 정도가 너무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고, 군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기는 합니다.
운석은 대부분 소행성에서 온 겁니다. 인간이 어릴 때 모두 별인 줄 알았던 천체들이 태양 같은 항성(천문학적으로는 이것만 별이지요), 항성을 도는 행성, 행성 사이를 방랑하는 떠돌이별 소행성, 빗자루처럼 생긴 꼬리를 지닌 살별인 혜성으로 나뉜다는 것은 다 아시는 얘기지요. 지구에 떨어지는 유성체는 소행성이나 혜성에서 유래하는데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는 과정에 대부분 타버립니다. 운석은 대다수 소행성에서 온 것이고 혜성에서 유래한 운석도 있는지 여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운석인 줄 알까요? 한마디로 척 보면 안답니다. 공룡 연구에 독보적인 과학자가 강원도 신생대 지질층에서 햄스터 어금니를 처음 발견했다 하여 연구실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커다란 확대경 안에 좁쌀만한 텍타이트처럼 생긴 것이 들어 있더군요. 텍타이트는 소행성이 충돌할 때 지구 토양이 녹아 생긴 새까만 암석을 말합니다. 햄스터 어금니인 것을 누가 확인해주느냐 했더니 ‘선수끼리는 보면 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운석은 구성 성분에 따라 크게 철운석, 석질운석, 석철질운석으로 나누고, 기원과 진화 과정에 따라 시원운석(콘드라이트)과 분화운석으로 나눕니다. 분화 현상은 45억년 전 지구처럼 행성이나 소행성들이 초기 용융 상태에서 무거운 철이 가라앉아 핵이 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석질 성분의 중간층(맨틀)과 껍질(지각)로 진화한 것을 말합니다. 시원운석은 태양계 성운에서 행성과 소행성이 형성되기 이전이나 형성 당시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반면 분화운석은 우리에게 소행성과 행성의 초기 상태를 알려줍니다. ‘선수’들이 나누는 운석 종류는 50종이 넘습니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은 0.5㎏이 넘는 것만 한해 평균 500개에 이릅니다. 이번 주말 들판에 나가 운석을 주울 수도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달이나 화성에서 유래한 운석은 희소성 때문에 보통 운석보다 200~300배 비싸답니다. 극지연구소에도 40g짜리 달 운석이 하나 있는데, 이번 일로 관심이 많아져 철제문에 시시티브이, 대형금고를 설치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으면 어떡하죠? 지구 표면적은 5억㎢, 남한은 10만㎢로 남한에 0.5㎏보다 무거운 운석이 10년에 한번꼴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서 있는 사람의 평면적은 0.8㎡로 운석에 맞을 확률은 지구 나이(45억6000만년)의 20만배에 한번꼴입니다. 70억명 가운데 누군가 운석에 맞아 죽을 확률은 11만년 만에 한번꼴입니다. 최변각 교수의 분석입니다.
인명이나 단체 등의 이름을 붙이는 소행성·혜성과 달리 운석에는 지명을 붙이는 원칙이 있습니다. 소행성 ‘세종’에서 유래한 운석이라도 ‘문종’이라 부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운석은 국제운석학회에 ‘진주운석’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근영 사회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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