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4 10:14
수정 : 2019.05.04 10:39
[토요판] 커버스토리
공구·직구 등 소비시장 주도
정치권에서도 표심잡기 노력
|
지난 4월25일 경기도 용인시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대리급 이상 직원 120명이 모여 직장 내 세대갈등을 다룬 연극을 관람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에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 등 특정 조직의 조직원이라는 측면 외에도 소비자, 유권자 등 다양한 방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부각되는 이유는 인구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밀레니얼 세대 인구수가 18억여명으로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인터넷을 매개로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는 “엑스세대는 태어난 곳, 소속 국적에 따라 감수성이 제각각이었다. 70년대에 한국에서 태어난 40대는 민주주의를 경험했고 같은 시기 베트남에서 태어난 40대는 사회주의를 경험한 것이 그 예”라며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자라면서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공유해 비슷한 감수성을 지닌다. 세계적으로 감수성이 비슷한 거대한 집단이라 기업이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리한 소비자 이 세대는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소비 패턴을 형성하는 등 소비시장을 선도한다. 인터넷 가격비교를 통해 가장 저렴한 물건을 찾아 돈을 쓰고 공동구매, 해외직구 등에도 적극적이다. 이른바 ‘스마트 컨슈머’(영리한 소비자)의 모습이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는 양심적인 기업의 상품 판매량을 늘려주기도 하고, 법을 지키지 않거나 비양심적인 행태를 보이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도 한다. 정직한 상속세 납부와 비정규직 없는 회사로 유명한 오뚜기의 상품은 적극 구매하지만 대리점에 갑질을 한 남양유업,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폭언을 한 종근당의 상품은 불매운동을 벌이는 식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주요 고객인 외식업체, 제과업체 등은 ‘밀레니얼 세대의 이해’ 등을 주제로 임직원 대상 강의를 벌이기도 한다. 제과업체인 에스피시(SPC)그룹 관계자는 “식문화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호기심을 끄는 제품을 연구하고 선보이지 않으면 금세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화되는 20대? 2020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표심은 중요한 변수다. 특히 여권은 20대 지지율이 집권 초기보다 낮아지는 추이를 보이자 긴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설훈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홍익표 의원(민주당)이 “20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제대로 교육을 못 받아서 보수화됐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 4월9일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20대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라는 강연을 듣기도 했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현 정부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20대가 보수화됐다’고 말한다면 공감받지 못할 것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20대의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추이를 보이는 것은 또다른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지난 4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설문조사를 보면, 20대 남성(19~29살)은 35%가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현재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49%가 ‘잘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20대 여성(19~29살)은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에 62%가 긍정했고 25%만 부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차이가 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참고 문헌
<밀레니얼 세대에게 팔아라>(제프 프롬, 크리스티 가튼 저)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저)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은형 저)
<월간 홈쇼핑>(2018년 4월호)
<월간 기획회의>(2019년 4월호)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