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08 20:27
수정 : 2012.11.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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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영이 지난 4일 대구육상선수권 남자 400m 계주에서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구/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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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스타 대구육상 남 100m-400m계주 천당-지옥 오간 김국영
400m계주 응원덕 ‘한국신’
“꿈 꾸는게 아닌가 싶었다”
100m예선 실격 눈물 쏟아
“경기운영상 단번실격 필요”
스무살 청년은 ‘한여름 밤의 꿈’이 믿겨지지 않는다. ‘악!’으로 시작해 ‘와!’로 끝난 9일간의 반전.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처럼 절망의 나락에 빠졌다가 마지막날 비상한 것은 극적이었다. 한국 남자 100m 기록(10초23) 보유자 김국영(20·안양시청) 이야기다. 4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지옥과 천당의 기억은 생생하다. 개막일 남자 100m 자격예선 부정출발에 굵은 눈물을 쏟았다. 폐막일엔 남자 4×100m 계주 한국기록을 0.10초 앞당기고 포효했다. 폐막 이튿날 소속팀에 복귀해 휴식도 없이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전국실업육상대회에 참가한 김국영을 8일 전화로 만났다.
-100m 자격예선에서 실격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는데.
“여러가지 기분이 얽히고설켰다. 한국에서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세계선수권 무대였다. 한국 육상계는 물론 온 국민의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욕도 컸다. 축구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꿈이듯이 우리에겐 세계선수권이 그렇다. 계주팀에 합류하면서도 외롭게 100m 준비를 많이 했다. 컨디션도 괜찮았고, 홈팬들의 응원도 힘이 됐는데 뛰어보지도 못하고 짐을 싸야 했으니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왔다.”
-실격 당시 상황은?
“‘차려’ 소리가 나고 준비 자세를 취하는데 뒷발이 살짝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리콜이 울리고 난 뒤 처음엔 속으로 ‘누가 파울을 했지?’ 했다. 그때 갑자기 심판이 내 앞으로 오더니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순간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번 실격’(원스타트 아웃) 규정이 너무 가혹하지는 않았나?
“정반대다.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전엔 주변에서 파울 한번 나면 선수들이 예민해졌다. 당연히 집중력도 떨어지고 레이스 운영에도 방해를 많이 받았다. 고의로 부정출발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규정으로 내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적 선수들과 함께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누구와 같이 뛰었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난 내 방식대로 가야 하니까. 다만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다. 아무리 볼트라고 해도 우리 국민들은 한국 선수를 더 응원해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볼트와 이야기를 나눠 봤나?
“기회가 없었다. 다만 기술, 신체, 정신 모든 면에서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100m 실격 이튿날 여유를 잃지 않고 연습을 하고, 마지막에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장면은 왜 그가 대스타인가를 잘 보여준다.”
-국민들의 응원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당연하다. 400m 계주 경기 때 소름 끼칠 정도로 느꼈다. 소개가 나가고 전광판에 우리 모습이 비치자 어마어마한 함성이 울려퍼졌다. 또 한번 ‘이건 꿈이다’ 싶었다.”
-400m 계주 때 한국 신기록(38초94)을 예상했었나?
“그렇지 않았다. 사실 연습 때 그 정도 기록이 안나왔다. 38초대만 끊으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응원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저쪽에서 (조)규원이가 달려오는데 ‘이거 잘만 하면 좋은 기록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바통을 넘겨받고 죽어라 달렸다. 그 순간만큼은 관중들 함성도 안 들리고 멍했다. 마지막에 (임)희남형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전광판을 봤더니 우리 기록 옆에 ‘NR’(National Record·국가 기록)라고 뜨더라. 또 한 번 꿈을 꾸는 게 아닌가 싶었다.”
-관중들로 꽉 들어찬 곳에서 달려 본 건 이번이 처음 아닌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국민들이 육상보다는 축구나 야구를 더 좋아하는 걸 두고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9일간의 꿈’은 끝났다. 이제 어떤 꿈을 꾸고 싶나?
“당장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어떤 성적을 내겠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올 시즌은 10월 전국체전으로 끝난다. 이후 부족한 근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그리고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선 꼭 금메달을 목에 걸 거다.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가 얼마나 우리에게 힘이 되는지도 깨달았고, 아직 쏟아부어야 할 힘들이 많이 남아 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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