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04 20:17
수정 : 2012.11.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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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진(14·과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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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타 피겨 주니어그랑프리 동메달 김해진
2010년 종합선수권서 김연아 이후 7년만에 초등생으로 정상 올라
매일 6시간 악착 훈련 “표현력 또래보다 월등”
“연아 언니가 ‘축하한다’며 문자까지 보내주셨어요.”
‘피겨 여왕’이 보내준 문자메시지를 뚫어지게 보며 웃는 모습이 앳되지만, 김해진(14·과천중)은 ‘포스트 김연아’ 후보군에 오른 기대주다. 지난달 24일(한국시각) 루마니아에서 열린 2011~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해 주니어 무대에 데뷔해 세번째 도전 만에 거둔 값진 메달이었다. 한국 선수로선 2008년 곽민정(18·수리고) 이후 3년 만이다.
“처음엔 누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죠. 연아 언니랑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없거든요. 언니가 보내준 문자를 보고 있으면 그냥 힘이 솟아요.” 김연아(21·고려대) 이야기를 하는 그의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김해진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김연아의 연기를 처음 본 뒤 폭 빠졌다. 밤하늘의 별 같은 존재랄까.
김해진은 지난해 시니어 선수들도 참가하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초등학생 신분으로 정상에 올랐다. 초등학생 우승은 김연아 이후 7년 만이다. 지난달 초 호주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첫날 쇼트에서는 1위에 올랐다. 국제빙상연맹 주관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선두에 오른 것은 역시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7살 때 친구가 피겨스케이트를 하는 모습을 본 뒤 부모님을 졸라 입문했다. 악착같은 연습에 친구들은 ‘독종’이라고 부른다. 초등학교 때 이미 트리플 악셀을 뺀 트리플 점프 5종을 모두 습득했다. 요즘은 과천 집에서 태릉선수촌을 오가며 하루 5~6시간 맹훈련을 한다. “신혜숙 코치님하고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점프와 트리플 러츠 점프 등 고난도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어요.” 빙상연맹이 지난달 초빙한 러시아 출신의 세르게이 아스타셰프 코치한테 안무를 배우면서 선도 더욱 유려해졌다.
김해진의 강점은 나이답지 않은 여유. 빙판에선 마음이 차분해진다니 타고난 강심장이다. 고성희 국제빙상연맹 심판은 “실력도 뛰어나지만, 연습할 때 악착같은 면이 있다. 성격도 밝아 실수를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칭찬했다. 주변에서는 기술·예술성·신체조건 등이 모두 ‘김연아 판박이’라고 치켜세운다. 이지희 빙상연맹 부회장은 “또래 선수들에 견줘 예술 표현력이 뛰어나고, 스핀 동작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피겨 선수의 운명은 수월하지 않다. 좁은 링크에서 부딪히기 일쑤이고, 점프를 하다 엉덩방아를 찧어 시퍼렇게 멍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발목 인대가 파열될 때도 있다. 고통과 싸워 이길 때마다 한 단계 성숙해진다. 그는 “좋아서 선택한 것이다. 즐겁게 타고 싶다”고 했다.
2018년 21살이 되는 김해진의 최종 목표는 평창올림픽이다. 김해진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늘 꿈꾸고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이를 악물어야 한다고 했다. “점프를 하기 전에 스케이트를 밀고 나가는 힘을 더 키워야 해요. 실수도 줄여야 하고요. 연아 언니처럼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지만 결국 해낼 거예요.”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사진 올댓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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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진 프로필
1997년 4월23일 출생
관문초등학교-과천중학교(2학년)
2009 회장배 랭킹대회 주니어 2위
2010 전국체전 초등부 1위, 종합선수권대회 시니어 1위
2011 종합선수권 싱글 1위, 환태평양선수권 주니어 1위, 주니어 그랑프리 4차 동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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