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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2 19:53 수정 : 2012.11.20 10:08

‘캐넌 히터’ 김재현이 지난 10월1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에서 에스케이(SK)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제공

별별스타 미국 이어 일본 연수 가는 김재현
미국서 의사소통 안돼 고생
어린 선수 육성법 공부 소득
여러나라서 야구 배워 행복
“PS때 동료들 일부러 안만나
이제는 잘했다고 전화할 것”

한국시리즈 때 이효봉 해설위원은 “에스케이(SK)에 김재현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해 에스케이 주장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재현(36)의 무게감이 아쉽다는 뜻이다. 당사자인 김재현에게 2일 이 말을 전했다. “아직도 기억 속에 저를 떠올리니 고맙네요. 하지만 아쉬움으로 남아 있을 때 은퇴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해 은퇴 뒤 지도자 수업을 하는 김재현은 8개월간의 미국 연수 뒤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하며 숨을 고르고 있다. 지난 10월1일에는 문학야구장에서 미뤄왔던 은퇴식 행사를 하기도 했다. 현역에선 떠났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에스케이가 적시타 부족으로 삼성에 무너질 땐 어떤 심정이었을까?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뿌듯했어요. 체력적인 고갈도 있었고 세밀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보였죠.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니까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현역 시절 최고의‘클러치 히터’(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터뜨리는 해결사)였기에 몸이 근질근질하고 답답했을 법도 했지만 말을 아꼈다.

한국시리즈 전에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는 경기장을 찾았지만 선수들을 만나지는 않았다. “일부러 안 만났어요.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 게 부담이 될 것도 같아서요. 이제 다 끝났으니 아주 잘했다고 전화해줘야죠.”

사립초등학교(성동초등학교)를 가려고 우연히 시작한 야구. 17년 프로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젊은 시절 순간 순간에 만족하고 말았던 게 아쉽다고 했다. “좀더 집중했으면 개인 성적도 더 좋았을 텐데…. 야구 인생에 점수를 매기면 70~75점 정도 될까요?” 김성근 전 에스케이 감독과는 은퇴식 전날 저녁을 먹으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다 털어버렸다. “감독님이 ‘내가 은퇴식 자리에 있어서 함께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너에게는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그 한마디로 모든 게 정리되더라고요.” 엘지 시절부터 김성근 전 감독과 김재현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아픔도 많이 주셨지만 야구 하면서 내면적인 부분을 많이 느끼게 해주었다”며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시절 카리스마와 유연함을 동시에 갖춰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로 꼽혔던 그는 조만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다시 연수를 떠난다. “곧 출발할 수도 있고, 늦어지면 내년 2월에나 갈지도 몰라요. 다만 여러 나라에서 야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환경이 쉽지는 않다. 앞서 미국 연수 때는 고생도 많이 했다. 먹거리도 마땅치 않았고, 의사소통도 안 됐다.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해야 하는 외로움도 컸다. “어린 선수들을 잘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배운 게 소득입니다. 마이너리그 환경은 아주 열악한데 그라운드 사정이나 잔디나 펜스 등이 선수들을 위해 잘 되어 있어 부러웠습니다.”

1990년대 중반 오빠부대를 끌고 다니던 원조 꽃미남은 이제 영화 <도가니>를 보다가 분노하는 ‘딸에 푹 빠진’ 아빠가 됐다.“야구는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많죠. 그래서 가장 잘 달릴 수 있는 길을 택했고, 지금도 그 길을 열심히 달려가고 있어요.” 새로운 경험을 통해 숙성해가는 그가 어떤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돌아올지 궁금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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