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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08 20:24 수정 : 2012.11.20 10:12

별별스타 프로야구 최고령 26살 신인왕 배영섭

어깨 수술·2군 생활 ‘시련’
믿어준 장효조 감독 있기에
묵묵히 이겨내며 때기다려

배영섭은 한국 나이로 스물여섯이다. 동국대를 마치고 2차 4라운드 28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해가 2009년. 상위권 신참내기도 아닌데다 시작부터 어깨 수술과 2군 생활로 힘든 2년을 보냈다. 그러나 노력은 재능을 더 빛내는 법. 절치부심한 2011년 그는 역대 최고령 신인왕이 됐다. 평생 한번의 영광에 상심에 빠졌던 지난날들이 스친다. 2011년의 배영섭은 2009년 배영섭에게 어떤 말을 할까. 우쭐해할까, 겸손해할까. 그 마음을 가상 편지로 엮어본다. 지금 2군에 있는 수많은‘제2의 배영섭’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도 될 것이다.

“영섭아, 안녕. 나 신인왕 영섭이야. 어깨 많이 아프지? 수술하고 재활하면서 많은 생각 했을거야. 같이 야구하던 동료들은 벌써 1군에서 뛰는데 부럽기도 할 테고. 그래도 ‘몸 나으면 더 열심히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네가 기특해? 부러우면 지는 거다. 넌 잠재력이 있어.

대학 시절 기억하지? 너 ‘대학야구의 이치로’로 불렸잖아. 메이저리그 시애틀의 교타자 스즈키 이치로는 왼손 타자고, 넌 오른손 타자인데 왜 그렇게 불렸나 몰라. 아마도 발 빠르고, 방망이 콘택트(접촉) 능력이 좋아서 그랬나봐. 외야수라는 점도 닮았고. 그때부터였는지 모르겠네. 이치로가 너의 롤 모델이 된 게.

부모님 얼굴도 많이 떠오르지? 막내 외아들이 야구 한다고 했을 때 엄청 반대했지. 겨우 설득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한길로 달려왔는데. 그 전에는 축구를 더 많이 했지. 그런데 야구 하면서 야구공만 눈에 들어왔던 거 잘 알아. 두 누나들은 막내 응원 많이 해줬고. 그래서 입단하면서 1군에만 제발 붙어 있자고 빌었는데, 덜컥 어깨 수술이라니. 그래도 난 널 믿어. 좌절하지 않고 재활 열심히 하면서 때를 기다리니.

1군서도 부상당했지만 재활
KS 2차전 결승타 주인공돼
25~29일 아시안시리즈 설레

영섭아, 지금은 아픈 팔을 부여잡고 깜깜한 앞날을 걱정하고 있지? 하지만 이것만 알아두렴. 스스로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 기회는 온다. 감독님이 알아봐준다는 것을. 그게 1년이 되든, 2년이 되든 반드시 기회는 온다는 것을.

나를 봐! 올 시즌 고비도 많았지만 결국 해냈어. 생각지도 못한 부상을 두 번이나 당할 땐 아찔했어. 7월 중순 왼 새끼손가락 인대 부상을 당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어. 그런데 9월21일 왼 손등 뼈가 골절됐을 때는 정신이 없었어. 전치 4주여서 시즌이 끝난 줄 알았거든. 일본에서 보름 남짓 재활했고, 경기에 뛸 수 있도록 웨이트 트레이닝에 올인했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자 주위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하더라. 2차전 때 결승타 쳤을 때는 정말 날아갈 것 같더라.

우승이 결정될 때 난 외야 구석에 서 있었어. 동료들이 모여든 마운드로 달려가는 데 참 멀더라.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뒤엉킨 동료들 위로 확 뛰어올랐는데, 정말 난 행운아인 것 같아. 데뷔 10년이 넘도록 우승 못하는 선수들도 많은데 풀타임 1년차에 우승까지 맛봤으니까. 끝까지 믿어준 류중일 감독이나 돌아가신 장효조 2군 감독께 너무 감사해. 아참! 나 8일 아침 일본으로 출국해. 그곳에서 2011 아시아시리즈(25~29일·대만)를 준비할 거야. 아시아 다른 클럽팀에도 삼성 1번 타자의 매운맛을 보여줘야지. 상상이나 해봤니, 2년 뒤 너의 모습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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