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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7 20:37 수정 : 2012.11.20 10:13

김기태 엘지 감독이 지난 16일 연암공대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별별스타 진주서 ‘마무리 훈련’ 김기태 엘지 감독

엉성한 플레이엔 2시간 벌
지각벌금 5만원→50만원
“A4 100장 써서 사인 익혀라”
1점 내기 위한 세밀한 훈련
팬들 취임 반대에 눈물도
‘피눈물 흘린뒤 기쁨 누린다’

‘헉헉’

뛰다가 지친 코치들도 괴롭다. 누군가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표정을 살핀다. 그러나 감독은 “우리 때 비하면 약과”라며 못마땅해한다. 언덕배기를 야수는 6㎞, 투수는 10㎞로 나눠 달리는 선수들의 표정엔 긴장감이 감돈다. 구름 한점 없는 가을 하늘과 대조된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감독의 서슬은 시퍼렇다. 16일 엘지(LG) 트윈스의 마무리 훈련 캠프인 경남 진주의 연암공대. 취임 한달째를 맞은 현역 최연소 김기태(42) 엘지 감독은 크로스컨트리로 선수들을 다잡았다.

■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한다” 시즌 뒤 정리 훈련이라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코치라도 조금 삐딱한 자세로 선수들을 지도하면 바로 주의를 받는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2009년 엘지 2군 감독 부임 때 선수들이 엉성한 플레이를 하면 2시간 동안 그냥 서 있게 했다. 코칭스태프도 함께 서 있는다. 스스로 잘못을 깨닫는 시간을 주어야 경기 도중 어이없는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다. 벤치 사인을 헷갈려 하는 선수에게는 구단의 사인 내용을 자필로 A4용지 100장씩 써오라고 했다. 현재 엘지 선수들은 지각 벌금으로 50만원(종전 5만원)을 낸다. “팀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라”는 엄명이다.

■ “팀워크를 위해 살점도 떼어낸다” 엘지 선수들은 개성이 너무 뚜렷해 ‘모래알 군단’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김 감독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팀워크를 해치는 선수가 있으면 살점을 떼내는 아픔을 느끼더라도 희생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앞으로 선수단은 숙소에서 야수와 투수가 섞여 한방을 쓰게 된다. 보통 다른 구단은 따로 방을 쓴다. 그는 “현역 때 조규제(투수)와 함께 방을 쓴 적이 있는데 투수 심리에 대해 들은 것이 타석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 서로를 이해해 팀워크가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주장은 선수단 투표로 정한다. 선수시절 20대 주장으로 선배보다 후배를 챙긴 카리스마는 유명하다. 김인식, 김성근, 김응룡, 강병철, 김경문, 하라 다쓰노리 등 현역과 코치 수업 기간 스승만 12명이다. 김기태 감독은 “명장들의 공통점은 잔인할 정도로 냉철하고 냉정하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팀을 위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송구 훈련 모습(위 사진)을 지켜보는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수석코치(가운데). 새로 온 김무관 타격코치가 서상우의 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엘지구단 제공

■ 남몰래 운 쌍방울 출신 감독 10월 사령탑으로 임명되자 엘지 팬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2003년부터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면 베테랑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초보 사령탑에다 엘지 프렌차이즈 출신도 아니다. 한때 삼성, 에스케이에 몸담기도 했지만 그의 원 고향은 지금은 없어진 ‘쌍방울 레이더스’. 1992년 좌타자 최초 30홈런 기록을 세웠고 홈런왕(1994년)과 타격왕(1997년)도 지냈다. 그러나 팀의 인기가 높지 않아서인지 화려한 그의 성적과 달리 팬 지지층은 두텁지 못했다. 일부 팬들의 비난에 취임식을 앞두고 남몰래 울기도 했다. 그는 “여태껏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조금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팬들도 그들의 권리가 있으니까 이해는 한다”고 했다.

■ 빠른 야구, 세밀한 야구 김 감독은 빠른 야구, 세밀한 야구를 추구한다. “팀이 필요할 때 번트를 댈 수 있어야 하고, 또 강공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수비할 때 2루 주자를 쉽게 홈까지 뛰게 해서는 안 된다.” 마무리 훈련에서 번트, 수비 백업, 주루 플레이 등 세밀한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 30일 훈련 종료 뒤 1월 중순께 시작하는 스프링캠프에서는 전략, 전술을 다듬는다. 그동안 1점을 내기 위한 팀플레이가 약했다는 분석에서다. 그는 “피눈물을 흘려보지 않은 자는 환희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현역 시절 우승반지를 껴보지 못했기에 조용히 칼을 갈면서 쌍둥이 둥지를 개조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글·사진 진주/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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