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2 20:08
수정 : 2012.11.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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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팬들은 올 설날씨름장사대회에서 이들 두 선수의 활약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설렌다. 이슬기가 2011년 11월27일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대한씨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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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스타 모래판 ‘신황태자’ 이슬기
김해 유소년팀서 첫 샅바
천재 소질로 대회 휩쓸어
안다리 등 기술씨름 연마
‘황태자’ 이태현 은퇴식날
천하장사 등극…올 3관왕
2011 천하장사 씨름대축제가 막을 내린 지난달 27일 경북 김천체육관. 백두장사 20차례, 천하장사 3차례 등 역대 씨름 최다 우승에 빛나는 ‘황태자’ 이태현(35)이 은퇴식을 했다. 바로 그 황태자가 떠나던 날, ‘신황태자’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이슬기(24·현대삼호중공업). 그는 이날 결승전(5전3승제)에서 키 1m90, 몸무게 145㎏의 ‘거인’ 장성복(31·동작구청)을 3-0으로 가볍게 뒤집고 올 시즌 모래판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2월 설날대회와 4월 보은대회 백두급 우승에 이어 체급과 상관없이 펼쳐지는 천하장사대회마저 석권하면서 ‘이슬기 시대’를 활짝 열었다. 3관왕이 된 이슬기는 “상반기 2개 대회 우승 뒤 하반기에 우승이 없어 조급했는데 마음을 비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기뻐했다.
이슬기가 샅바와 인연을 맺은 것은 경남 김해 신호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만든 유소년 씨름팀에 들어가 씨름에 재미를 붙였다. “어렸을 때도 굉장히 뚱뚱했어요. 이만기 교수님이 맛있는 것 사주면서 씨름하라고 꼬시길래 홀랑 넘어갔죠.” 옛 추억을 떠올리며 크게 웃었다.
소질도 있었다. 김해 장유고 3학년 때는 8개 전국대회를 모조리 휩쓸었다. 인제대에 진학해서도 1, 2학년 2년 동안 11개 대회 우승컵을 가져왔다. 2학년을 마친 뒤 서둘러 성인 무대에 입문한 것도 이런 천재성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에 입단하자마자 부상이 찾아왔다.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개점휴업’을 해야 했다. 2009년부터 대회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마침내 성인 무대에서 처음으로 기회가 왔다. 지난해 추석장사대회 결승에서 ‘백전노장’ 이태현과 맞붙은 것. 하지만 이태현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계체량으로 내준 둘째판이 가장 아쉬웠다. 이슬기는 144㎏, 이태현은 140㎏이었다.
“장사에 목이 말랐다”는 이슬기는 절치부심하며 2011년을 준비했고 곧 기회는 왔다. 지난 2월4일 설날장사 백두급 결승전 무대. 이번에도 상대는 이태현이었고 깨끗한 설욕을 했다.
첫판 승부는 500g 계체량의 차이로 갈려 짜릿했다. 제한 시간을 넘기면서 몸무게를 쟀는데 이슬기는 138.9㎏으로 139.4㎏의 이태현보다 500g 적게 나갔다. 이어 2-1로 앞선 마지막 판에서 안다리 기술로 이태현을 거꾸러뜨리며 감격의 눈물을 흘렀다. 그는 “마지막 판을 기술로 이겨 더 기쁘다”고 했다.
140㎏ 안팎의 거구가 펼치는 ‘기술 씨름’에 대한씨름협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협회는 “씨름이 재미없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160㎏ 상한제 도입으로 기술씨름을 유도하고 있다. 이슬기는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기술로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씨름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상에 오른 감격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을 텐데 이슬기는 전남 영암의 숙소에서 훈련에 열중이다.
내년 설날장사대회까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야간훈련도 한다. “여자친구도 아직 없어요. 운동선수를 이해하고 내조 잘해주는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 귀엽고 동그란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대한씨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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