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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2 20:16 수정 : 2012.11.20 10:16

신정자가 19일 신세계와의 경기 중 손가락 두 개를 펼쳐보이며 후배 선수들과 사인을 주고받고 있다. 케이디비(KDB)생명 제공

별별스타 여자농구 4년연속 튄공잡기 여왕 신정자
센터중 가장 작은 키지만
부지런한 발로 튄공 따내
도움주기도 눈뜬 맏언니
“은퇴전 최우수선수상 꿈
튄공 5000개 가능하겠죠?”

600g 안팎의 무거운 공에 차이고, 꺾이고, 눌리고…. 12년 동안 손가락은 성한 곳이 없다. 그 고통의 총합을 숫자로 쓴다면 3360이 딱 맞을 것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았던 무명 시절이 길었던 탓일까. 베테랑은 몸을 사려도 좋으련만 천성이 그럴 수 없다. 악바리 근성으로 여자프로농구 튄공잡기 기록(22일 현재 3360개)을 매번 경신하고 있다. 반사적으로 골밑을 돌파해 공을 따내는 ‘제이제이’ 신정자(31·KDB생명). 남자농구와 비교해도 전체 2위권인 그는 “공이 보이면 몸을 사릴 수가 없다”고 했다.

■ 허드렛일 도맡은 살림꾼 프로필에 나온 키는 185㎝. 하지만 “실제 키는 183.8㎝”라고 했다. 여자농구 6개 팀 센터 가운데 가장 작다. 마산여고 시절에도 특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튄공잡기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경기에 나가기 위해선 몸을 사리지 않았다. 깨지고 부딪히며 기어이 튄공을 따냈다.” 상대와 격투를 벌이듯 싸움을 해내면서 몸은 망가졌다. “손가락이 부러지고 머리가 깨진 적도 많다. 타박상은 달고 산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를 보완하는 것은 부지런한 발. 그는 “움직임이 많다 보니 튄공을 잡아내는 행동 반경이 넓은 편”이라고 했다. 여기에 경험이 더해졌다. “공이 떨어지는 위치 예측 능력과 상대와의 자리싸움에 노하우도 생겼다. 공이 품안에 들어온다.” 여자프로농구 최초의 4년 연속 ‘튄공잡기 여왕’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 캡틴, 맏언니, 해결사 3역 신정자는 전주원, 정선민 등과 비교하면 스타급이 아니다. 2006년 8월 국민은행에서 금호생명(현 KDB생명)으로 이적했을 땐 “갑작스런 트레이드에 멍해졌다”고 했다. “텅 빈 숙소에서 혼자 짐을 싸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그것이 기회였다. 팀 선배 정선민의 그늘에서 벗어났고 드디어 물을 만났다. 새 팀에서 에이스로 급성장하면서 팀을 4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에 올렸다. 지난 시즌엔 그의 손으로 챔프전 진출도 일궜다. “챔프전 진출을 확정지은 종료 2초 전 결승골은 영원히 잊지 못해요.” 네 시즌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은 더 커졌다. 맏언니인 그는 “팀 후배들이 너무 좋다. 마치 가족 같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면 바짝 긴장한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후배들은 ‘해결사’를 찾는다. 평균 38분41초 출전시간은 전체 1위다.

신정자(오른쪽)가 케이디비(KDB)생명 후배 선수들과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정자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진영, 한채진, 조은주 선수. 사진 신정자 선수 제공
■ “최우수선수상 받는 게 평생소원” 신정자는 골밑의 절대 강자다. 은퇴한 이종애(전 삼성생명·3050개)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번 시즌에도 경기당 13.6개로 2위 허윤자(신세계·9.7)를 크게 따돌리는 단독 1위다. 도움주기에도 눈을 떴다. 시즌 19경기 중 16번이나 득점과 튄공잡기에서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더블더블’을 해냈다. 10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은 눈부시다. 도움주기가 1개씩 모자라 트리플더블을 두 번이나 놓칠 정도로 국내 최고의 만능 여자선수가 됐다. 그는 “튄공잡기만 잘하는 선수라는 말이 듣기 싫었는데 이젠 그런 말이 사라졌다”며 웃었다.

그러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팀이 우승하고, 은퇴하기 전에 최우수선수상 한번 받아보고 싶어요. 통산 튄공잡기 5000개도 가능하겠죠?” ‘맏언니’의 얼굴에 발그레 미소가 번진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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