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14 20:04
수정 : 2013.05.14 20:04
|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킥보다는 패스, 특히 강한 패스를 선수들에게 주문한다. 지난 9일 경기도 화성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에게 패싱 훈련을 시키면서 잠시 포즈를 취했다. 선수시절 100m를 11초6에 돌파하는 ‘날쌘돌이’였다.
|
별별 스타ㅣ서정원 수원 감독
배짱 두둑한 3개월 초보 감독
눈앞의 성적보다 큰 그림 욕심
“뻥 축구 안돼” 패싱게임 강조
“정대세처럼 프로정신 무장 필요”
삼성전자 화성공장(반도체) 건물이 올려다보이는 연녹색 그라운드. 지난 9일 오후 수원 삼성 블루윙즈 선수들이 연신 패싱게임으로 몸을 달구고 있다. 조금 전만 해도 클럽하우스에서 검은 뿔테 안경에 빨간색의 튀는 운동화를 착용한 채 팬들에게 줄 축구공에 사인을 하고 있었던 ‘인민 루니’ 정대세도 어느새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검게 그을린 얼굴의 서정원(43) 감독은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다.
“훈련중 킥을 하면 반칙입니다. 저희 팀은 그동안 수비에서 공격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롱킥이 많았어요. 패스를 거치지 않은 ‘뻥축구’가 많았던 거죠.” 서 감독도 요즘 대세인 FC바르셀로나식 패싱게임의 추구자다. “요즘 축구는 상대 압박이 심합니다. 그걸 이기려면 패스가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강한 패스여야 합니다. 그리고 공을 공격 방향으로 가도록 잡아놔야 합니다. 그래야 빨리 갈 수 있죠.” 선수 시절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친 때문인지 공격축구의 신봉자이기도 하다. 그는 “공격하다 끊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프레싱하는 것도 공격수들에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수석코치였다가 윤성효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올해 수원 지휘봉을 잡게 된 그는 현재 경기 데뷔 3개월밖에 안 된 ‘초보감독’. 그러나 수원은 지난 주말 경기까지 6승1무3패(15골, 10실점)로 2013 K리그 클래식 3위로 순항하고 있다.
“준비된 지도자입니다. 선수들과 소통도 잘하고요. 그동안 ‘여리어 보인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초짜 감독치고 배짱이 정말 대단합니다. 성적에 연연했으면 젊은 선수들 과감하게 기용했겠어요. 항상 웃고 있지만 냉정할 땐 냉정합니다.” 수원 프런트인 최원창 차장의 귀띔이다.
안정환·김남일 등 스타들이 즐비하던 차범근 감독 시절 ‘레알 수원’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 팀 사정은 확 달라졌다. 스타급 선수는 골키퍼 정성룡, 올해 독일에서 영입한 정대세 정도다. 서정진·홍철·김대경·신세계·권창훈 등 젊고 패기 넘치는 실력파들이 많다. 용병은 스테보와 보스나. 레알 수원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젊은 수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눈앞의 사탕(성적)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물론 올 시즌 우승이 당연한 목표이지만….” 서정원 감독은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선수들을 기용해 장기적으로 팀을 변화시키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K리그 클래식 개막 이후 3개월 동안 34명의 선수 중 그라운드를 밟지 않은 선수가 한명도 없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번외 선수’로 데려온 왼쪽 미드필더 김대경의 경우, 올해 5경기 출장이 목표였으나 감독의 신임을 얻어 20경기 출장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다.
“팀이 조직적이고, 선수들이 한발 더 뛰면 어떤 팀인들 무섭겠어요. 선수들에게 이 점을 늘 강조합니다.” 베스트11은 따로 없다. “선수 생활 때 쟤는 베스트11, 얘는 2군 하는 것을 많이 봐 왔는데, ‘감독 되면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떨어지는 선수 없어요.” “태도, 열정, 성실성, 컨디션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선수가 경기에 출전합니다. 그런 것 주문하다 보니, 다들 열심히 해요.”
그는 “선수가 최우선이고, 감독은 도와주는 입장”이라고 강조한다. 선수들이 실수해도 웃음으로 대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표팀 시절, 경기에서 1대1 기회를 3차례 놓쳐 졌는데 당시 독일 출신 명장 데트마어 크라머 감독은 오히려 “세오(서 감독의 애칭)에 감동받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감독 같았으면 욕을 바가지로 했을 것이다. 문화적 충격을 받은 그는 “지도자가 되면 선수들 윽박지르지 않고 칭찬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요즘 팀의 흥행카드이자 공격의 핵인 정대세에 대해선 높은 평가를 내린다. “경기력 괜찮아요. 독일에서 1년 못 뛰고 왔는데, 동계훈련 통해 금방 올라왔어요. 한국프로축구 적응이 상당히 빠른 겁니다. 이적생 중 성적 최고이고 득점 랭킹도 상위이고…. 칭찬하고 싶은 건 프로페셔널 정신이 잘돼 있다는 거예요. 경기 준비과정도 좋아요. 컨디션이 안 좋으면 개인훈련도 합니다.”
수원은 시즌 초부터 ‘부상병동’이다. “6명이 빠졌는데도 이렇게 잘하고 있어요. 우리 선수들 대단해요.” 서정원 감독은 마냥 웃고 있다.
화성/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