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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03 20:18 수정 : 2013.06.04 10:11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6월11일에는 ‘국제중’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한-미 정상회담의 모호한 대목, 분명히 설명해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나 발언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대목이 애매모호하게 넘어간 게 있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망 참여,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일명 서울 프로세스)과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관계, 한-미 원자력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그것이다.

정상회담에서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지 않고 원칙만 확인하는 것이 관례라고는 하지만, 위의 사안들은 구체적 설명 없이 넘어가기에 너무 중대한 것들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미래와 깊은 연관이 있는 주제인 만큼, 추후에라도 박 대통령이 꼭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사일 방어에 대해 두 나라는 온도차를 보였다. 양국은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선언’에서 “북한의 도발로부터 양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동의 능력, 기술 그리고 미사일방어를 투자함으로써 함께 성공하고 함께 작전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참여 제의에 응한 것인지 아닌지 불투명하다.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여부는 효과, 비용, 중국과의 관계 면에서 매우 민감한 쟁점이다.

둘째,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동북아 평화 구상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설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아시아 회귀 정책’이라고 불리는 오바마의 재균형 정책은 군사·경제적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적어도 중국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논법대로라면 서울 프로세스가 대중 포위정책의 하위 수단이라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셋째, 우리나라의 안보, 경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한-미 원자력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정상회담에서 나온 말만 가지고는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돌려받는다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한-미 원자력협정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휘를 했는데 무슨 성과를 거뒀는지 모호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충실한 이행이란 말 속에 재협상의 여지가 없어진 것 아닌지도 궁금하다.

[중앙일보 사설] 박-오바마의 한·미 동맹 미래 청사진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어제 새벽 한·미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두 사람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한국 나이로 환갑을 맞은 한·미 동맹을 계속 강화하고 조정함으로써 21세기의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군사동맹에서 정치·경제·문화·인적교류 분야를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해 온 한·미 동맹을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인권, 인도적 지원, 개발 지원, 테러리즘, 원자력 안전, 사이버 안보 등 범세계적 이슈에서까지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2009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채택한 ‘한·미 동맹 미래비전’을 한 차원 높여 더욱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공동선언에서 양국 정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이라는 표현으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재래식 및 핵 전력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으로서 한·미 동맹의 본원적 기능을 확실하게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국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 분담을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 증대라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국의 정치·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할 대목이다.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며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지만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비핵화 의지를 보일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북한이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전에는 결코 손을 내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본 노선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관심거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직접 설명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이해와 지지를 표명했다고 하지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처음부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이 단합된 목소리로 북한의 ‘선(先) 태도 변화’를 촉구하긴 했지만 고립과 고통을 각오하고 북한이 계속 버틴다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 북한의 자발적 변화를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한반도의 현재 상황은 너무 엄중하다. 북한 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구상을 한·미 정상이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논리 대 논리]
중앙, 동반자 관계 주목…한겨레, 주권적 측면 강조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미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정서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나라다.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전방위적인 교류와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과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 선언은 이런 한·미간 정서적 친밀함이 갖는 역사적 의의와 현실적 한계를 평가하는데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두 사설은 모두 공동선언의 합의 내용과 과정에 주목하여 박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단지 공동 선언에 담긴 내용에 대한 평가가 다를 뿐이다. 선언 속의 구체적 항목들이 지니는 함의와 실천성 그리고 미래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인식의 틀과 평가의 방향이 다르다. 합의 내용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언의 총론적 성과에 주목하느냐, 아니면 선언에 담긴 여러 내용이 실제로 어떤 후속 조치나 실천을 보장하고 있는가를 세밀하게 짚어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냐에 따라서 순방 결과에 대한 평가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우선 사설 제목에서부터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중앙일보는 ‘박·오바마의 한·미 동맹 미래 청사진’이란 긍정적 제목을 붙인 반면, 한겨레는 ‘한·미 정상회담의 모호한 대목, 분명히 설명해야’로 미흡한 점을 강조하는 부정적 제목을 달았다. 결국 두 신문은 정상회담과 공동 선언으로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대한 평가에 기본적인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공동 선언에 담긴 내용들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부분에서도 두 신문은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다. 중앙일보는 조목조목 공동 선언의 항목들을 짚어 가며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범세계적 이슈에서까지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등 성과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 물론 ‘미국과의 협력관계 강화가 한국의 정치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이고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다.

한겨레는 양국 정상 간의 합의와 발언 가운데 중요한 대목에서 애매모호하게 넘어간 부분에 집중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의 관계, 한·미 원자력 협정, 한·미 자유무역협정,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등에 대한 좀더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확실하게 짚어내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간 사안이 많다는 비판적 입장이다.

오늘날 한·미 관계는 이제 더 이상 양국의 문제로만 제한할 수 없다. 남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주변국 전체와의 관계로 확장해 생각해야 한다. 또 기존에 정치·군사 문제에 국한돼 있던 협력의 틀이 지금은 경제·환경 등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런 미국과의 관계 전환을 미래지향적인 동반자 관계로 읽어냈지만, 한겨레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망 참여 문제나 미국의 동북아 회귀 정책 등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두 신문의 관점은 ‘한국에 미국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중앙일보의 사설은 우리나라가 우리의 국익을 위해 미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우리의 군사적 우방이자 경제적 협력자라는 게 중앙일보의 기본 취지다.

한겨레 사설은 두 나라가 군사 우방이자 경제 협력자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미국이 자국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측면을 좀더 강조한다. 한미동맹의 틀 속에서 과도하게 우리의 주권이나 국익을 침해당하는 일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만큼 한미 관계의 현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잣대에 차이가 있는 셈이다.

미세한 시각 차이 같지만, 여기서부터 모든 게 달라진다. 우리나라를 반으로 가르는 보수와 진보 논쟁, 우파와 좌파 분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견해 차이가 과연 좁혀질 수 있는 것일까. 한미 동맹을 각자의 시각에서 평가한 사설을 읽으며 두 신문사에 물음을 던져본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동맹

이번 중앙일보와 한겨레 비교 대상 사설의 키워드는 ‘동맹’이다. 동맹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개인이나 단체, 또는 국가가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 동일하게 행동하기로 맹세해 맺는 약속이나 조직체’다.

그 중 군사 동맹은 국가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세력 균형 장치로 작용한다. 한미동맹은 전형적인 군사동맹이다. 1950년대 한반도를 압도하고 있던 북한의 군사적 우위를 견제하기 위해 결성됐다. 한국의 군사력이 북한과 대등하거나 우위에 서기 시작하면서 한미동맹 초기의 군사동맹에서 영역과 범위를 넓혀 포괄적 동맹으로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1953년 8월 8일 가조인됐고, 같은 해 10월 1일 워싱턴DC에서 정식 조인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초로 체결된 양국간 공동 이익을 위한 국가적 약속이다.

중앙일보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는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이번 공동 선언이 지니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의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한겨레는 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이나 대통령의 발언 중에서 보다 명료하게 다뤄졌어야 할 사항들 즉, 전반적으로 선언의 미흡한 부분에 대해 사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또한 중앙일보는 공동 선언의 기본 성격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 재확인과 안보 불안 해소 역할 등에 주목한 했지만, 한겨레는 공동 선언 속의 여러 부분이 결국 미국의 동북아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을 기념해 내놓은 양국 정상간 회담의 결과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만큼 다르다.


[추천도서]

동맹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한미동맹은 영구화하는가
서재정 지음, 한울 아카데미 펴냄 (2009년)

21세기 한-미 관계의 재정립
이각범 지음, 한국경제연구원 펴냄 (2009년)

<한미동맹은 영구화하는가>의 저자는 한미동맹 60년 역사에 대해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일”이라 평가하며 “안보 위협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단단한 결속력을 보이는 국가 간 동맹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21세기 한미 관계의 재정립>은 한국과 미국이 군사 동맹을 뛰어넘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시점임을 강조한다. 안보의 위협에 공동 대

응하기 위한 파트너십이 아니라 ‘포괄적 가치동맹’ 관계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6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동맹을 시작할 때와는 양국의 위상도, 세계의 구도도 전혀 달라졌다.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곤 여전히 북한과 대치 중이라는 한반도의 상황 정도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한국과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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