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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09 08:53 수정 : 2013.07.09 09:54

송승훈 남양주 광동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2~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7월 16일에는 ‘NLL 발언록 공개 논란’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시장불안보다 경제부총리의 무소신이 더 걱정
2013년 6월21일치 31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9일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 국채와 달러화는 급등하고 돈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 신흥시장은 증시가 폭락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는 예고된 악재여서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양적완화는 반짝효과는 가져올 수 있지만 정상적인 통화정책은 아니다. 돈의 힘으로 경기를 받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미국 경제가 완만하지만 확장하는 모습이고 미국이 양적완화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함에 따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수출 등의 호조로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한국의 대응력은 여타 신흥국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적완화의 축소가 우리 경제에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경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되 단기 해외자본의 흐름을 철저히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금융시장 불안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무슨 일만 있으면 경제가 거덜날 것처럼 엄살을 떨며 경제위기론으로 경제민주화를 저지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집요하고 뻔뻔한 저항이다.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는 재벌 대기업의 탈법과 불공정 비리 행위를 바로잡고 복지 확대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때 미래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며 창조경제도 피어날 수 있다. 전경련이 재벌 대기업과 그 소유주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경제부총리까지 장단을 맞추는 것은 무소신과 단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현오석 부총리가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불러다 놓고 기업의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주문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경제민주화법은 재벌의 과도한 탐욕과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자는 것인데 이에 제동을 걸다니 비리를 눈감아 주자는 뜻인지 묻고 싶다. 애초부터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경기침체로 세금이 덜 걷히자, 복지 확대를 우려하며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성장동력을 떨어뜨려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규제완화와 감세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양극화와 가계부채 누적, 부동산 거품만 초래했다는 것은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익히 경험했다. 복지 지출이 확대되면 구매력이 높아져 수요가 창출되고, 성장을 촉진하게 된다. 그래서 복지는 산업화를 이룬 국가가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사다리이며, 경제자동안정장치라고도 한다.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는 낡은 레코드판은 그만 돌려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경제민주화 입법, 속도조절 필요하다
2013년 6월19일치 30면

뭐든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경제민주화도 마찬가지다. 어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집행부처들과 조찬 회동을 가졌다.

현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 중 과도하게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은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국세청·관세청에도 기업 의욕을 저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이나 입법 활동이 기업 경영활동이나 투자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되거나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애초 이런 혼란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아예 빼버렸다. 경제민주화 후퇴란 비판이 거세게 일자 정부는 5월 140대 국정과제를 확정해 발표하면서 다시 경제민주화를 3대 추진전략으로 내세웠다. 그 바람에 지금껏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하면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재계는 물론 정부 부처까지 헷갈려 했다. 그러는 사이 좌불안석이 된 재계는 투자를 미루고, 국회는 여야 없이 포퓰리즘 입법 경쟁에 뛰어들었다.

6월 국회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대거 준비해 놓고 있다. 민주당은 34건의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여기엔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담을 강화하는 프랜차이즈법 개정안, 인위적인 정리해고 금지 등 위헌 소지까지 있는 법안도 많다.

압권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다. 현재 은행에만 적용되는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보험·증권 등 제2금융회사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대주주가 배임·횡령 등으로 처벌받으면 경영권을 박탈하자는 내용이다. 대주주의 친인척이 처벌받더라도 대주주의 금융회사 지배권을 빼앗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기업을 하려면 친인척 범죄와 비리까지 책임을 져야 할 판이다. 민주화란 이름으로 법을 만들면서 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연좌제를 부활하자는 식이니, 도무지 말이 되는가. 포퓰리즘의 극치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경제민주화 입법,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논리 대 논리]

복지지출 강조한 한겨레, 기업투자 중시한 중앙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세계로 진출해서 눈부신 성과를 내는 대기업들이 여럿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일반 시민들은 살림살이가 어렵다. 대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도 보통 사람들은 살기가 힘들다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되었다.

어떤 사람은 대기업이 잘되기에 국가경제가 튼튼해져서 그나마 보통 사람도 이 정도라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은 대기업이 지나치게 여러 영역에 사업을 확장해서 보통 사람들이 성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한쪽에서는 대기업을 규제하지 말고 그냥 두자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대기업의 사업 영역을 규제해서 전문 분야에 집중하게 하자고 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규제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에 대기업들이 시장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데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재벌가 자녀들이 빵집을 열어 동네빵집을 어렵게 하고, 대형마트가 너무 많이 생겨서 재래시장의 중소 상인들이 생계가 어려워진 데 대해 너무한다고 했다. 대선 때 경제민주화는 여야 후보 모두에게 중요한 정책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국회에는 대기업의 시장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으려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여러 건 올라왔다. 이런 법안을 두고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부처의 기관장들과 만나 적극 대응 의지를 밝히며 기업 의욕을 저해하지 말라고 했다.

한겨레는 경제부총리에 대해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면서 경제민주화를 막으려 하는 뻔뻔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경영을 방해하자는 게 아니라, 재벌이 법을 어기지 못하게 하고, 불공정한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제민주화로 복지가 더 나아지면 사회양극화가 해소되고, 복지 지출이 커져야 보통 사람들의 구매력이 높아져서 소비가 늘어 기업도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기업에 대해 규제를 줄이고 세금을 깎아주어도, 그것이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중앙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지나치다고 보고, 경제부총리를 옹호한다. 과도하게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이 있기에 천천히 다시 검토하자고 한다. 프랜차이즈 법안과 인위적인 정리해고 금지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특히, 금융회사 대주주의 친척이 비리를 저지를 때 경영권을 뺏는 내용이 들어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연좌제 부활’로 규정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포함된 것을 지목한 비판이다. 경제민주화 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 기업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과잉입법’으로 규정한 셈이다.

한겨레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막힘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하고, 중앙은 경제민주화 입법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 신문이 입장이 크게 다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규제와 세금의 적정선은
규제가 약하고 세율이 낮으면 기업 활동이 더 왕성해질까? 이 물음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한겨레와 중앙으로 입장이 달라진다.

규제가 세고 세율이 높으면 기업가가 사업을 하는 데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현실성 없는 관료주의적 규제 때문에, 기업가가 큰 자본을 들여 위험을 무릅쓰고 사업하는 데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세금은 부의 재분배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자칫 생산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게 되어 해당 나라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규제가 약하면, 대기업이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이용해서 작은 회사들의 경제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대기업이 회장의 아들딸들이 소유주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어, 다른 회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하지 못하게 한 사례가 있다. 높은 세금은 기업에 부담이지만, 그 세금이 복지에 쓰이면 사람들이 소비를 더 하게 되어서, 결국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결국, 규제와 세금이 어느 정도여야 알맞은가에 대해 판단하는 일이 핵심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한국에서 대기업의 영향력은 적당한가 지나친가. 규제가 강해서 대기업 활동이 방해받는가? 아니면, 규제가 약해서 작은 기업들이 대기업들에 권리를 침해당하는가? 세금을 줄였을 때, 그 돈으로 대기업은 산업에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늘리는가, 아니면 오너가 돈을 빼돌리고 문어발 확장을 해서 경제 건전성을 해치는가?


[키워드로 보는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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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자본주의는 누구나 더 노력하면 더 낫게 살 수 있게 하는 데서 활력을 얻는다. 여기에는 기회균등이 중요하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기에 모두가 열심히 일할 동기가 생긴다.

경제민주화는 자본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누구나 창의적으로 열정을 갖고 노력하면 성공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하기 위한 일이다. 거대경제세력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향한 노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작은 회사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데, 대기업에서 그 기술을 베껴서 다른 작은 회사에 더 싼 값에 물건을 만들게 해서 납품받는 일이 있었다. 이러면 자본력이 약한 작은 회사는 위기에 빠진다. 그 결과, 새롭게 기술 개발에 나서는 진취적인 기업가들이 줄게 되고, 전체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 더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사회 전체를 발전시키는 동력이다. 하지만 기업이 탐욕을 부려 다른 사람의 정당한 권한을 침해할 때, 국가가 나서서 그 탐욕을 제어해야 한다고 우리 헌법에 나와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헌법 119조 1항)“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 119조 2항)

헌법 119조 1항은 자유경제 체제를 말한다. 헌법 119조 2항은 자유경제 체제의 부작용인 거대경제세력이 자본력으로 국가경제를 왜곡할 때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추천도서]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
김종인 지음, 동화출판사 펴냄
2012년

경제민주화 멘토 14인에게 묻다
경제민주화를 연구하는 기자 모임 지음
퍼플카우 펴냄, 2013년

김종인은 경제학자로 보수 정부인 노태우 대통령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선거 공약을 만든 인물이다. 김종인은 대기업들이 탐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때 국민경제에 큰 손실이 일어난다고 보고, 경제민주화가 ‘시장이 효율을 잃었을 때 운영 질서를 조금씩 바꾸어 효율을 지속하자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민주화가 어떤 의미인지 쉽게 설명한 책이다.

<경제민주화 멘토 14인에게 묻다>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진보와 보수 양쪽 전문가들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재벌이 불공정거래를 할 때, 보수주의자는 그 행위를 사후에 규제하면 된다고 하고, 진보주의자는 재벌의 소유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한다. 진보와 보수의 생각을 각각 알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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