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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22 18:43 수정 : 2013.07.22 18:43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7월 30일에는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김영란법 중재안’으론 공직 부패 근절 못해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에 대해 국무총리의 중재안이 마련돼 곧 국회로 보내질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3일 정홍원 총리가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과 국민수 법무부 차관을 불러 중재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권익위와 법무부가 잠정 합의했던 안에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한 금품수수는 대가와 관계가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업무와 관련 있는 금품수수도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했던 잠정 합의안에 비해 강화된 것이긴 하나, 애초의 김영란법에 비해선 후퇴한 것이어서 공직자 부패 근절에는 미흡해 보인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패의 온상으로 지적돼온 스폰서 문화까지 뿌리뽑을 수 있도록 실효성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김영란 당시 권익위원장이 만든 원안에는 공직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약속받는 경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받은 금품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법무부가 “직무 관련성이 없는 일체의 금품수수를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벽에 부닥쳤다. 결국 권익위가 법무부의 반론을 받아들여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한테서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만 처벌하고, 그것도 받은 액수의 5배 이하 과태료만 물리는 선으로 대폭 완화했다.

이런 잠정 합의안에 대해 비난이 잇따르자 이번에 총리가 나서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문제는 여전하다.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다 ‘사실상의 영향력’이란 표현도 애매해 결국 법원으로 해석의 책임을 떠넘긴 인상이 짙다. 이런 정도의 규정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공직 부패와 스폰서 문화가 말끔히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법무부 쪽은 정당인 등과 달리 공직자만 강하게 처벌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정치인에 대해 법 테두리를 벗어난 일체의 정치자금 수수를 형사처벌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없다.

법무부는 ‘과잉금지’ 운운했으나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이유 없이 공직자에게 금품을 건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김영란법의 원안대로 법을 만들더라도, 받은 돈이 직무와 무관한 다른 이유에 따른 것이었음을 공직자가 명백히 입증할 경우 면책되도록 한다면 과잉금지 논란도 사라질 것이다. 결국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중재안보다는 원안이 훨씬 낫다.

[중앙일보 사설] ‘부패 근절’ 김영란법 정신 흩뜨려선 안 된다

고질적 청탁 문화는 한국 공직사회를 오염시켜 온 온상이다. 그간 검찰 등 수사 기관이 공직자 부정부패에 대해 수도 없이 사정(司正)을 벌였지만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부정청탁금지 및 이해충돌방지법’(김영란법) 논란은 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당시 위원장 김영란)가 입법 예고한 이후 정부 내 이견이 노출돼 온 이 법에 대한 정부 조정안이 그제 나왔다. 정홍원 총리가 권익위와 법무부의 이견을 조정한 결과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그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수수는 대가 관계가 없더라도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직무관련성이 없는 돈을 받은 경우엔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김영란법 원안이 1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을 때는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토록 한 것에 비하면 한 단계 완화한 것이다.

이번 조정안은 법무부 등의 ‘과잉 처벌’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과태료 부과로도 해당 공무원은 중징계돼 공직 생활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설명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만으로 ‘떡값’ 문화를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한 수사 없이는 부적절한 금품수수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른바 ‘스폰서’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선의(善意)로 준 것”이라며 교묘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조정안 중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수수’ 부분이 지나치게 애매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률의 생명은 명확성이다. “법원 해석에 맡기자”고 하는 건 옳지 않은 자세다. 다만 “한 끼 대접을 받아도 처벌되느냐”는 불안감이 있는 만큼 수수액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의 청렴도 평가에서 45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하락했다. “공직자는 어떠한 돈도 받아선 안 된다”는 인식이 뿌리내리지 않는 한 공정사회도, 일류국가도 요원한 일이다. 그 중요한 입법이 부처 간 입장 절충으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논리 대 논리]
법규 명확하면 될까, 시민 감시도 필요할까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우리 사회의 뇌물은 뿌리 뽑기 어렵다. 축의금과 부의금, 행사 찬조금 등으로 일상에서도 서로 돈을 주고받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어느 것이 뇌물인지를 가리기는 쉽지 않다. 현재의 형법에서는 돈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된 혜택을 노리고 돈을 주었음을 입증해야만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떡값’, ‘촌지’를 막기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금품 수수를 적발해내도, 대가성이 없었다며 잡아떼면 그만인 탓이다.

완화된 처벌 규정에 여론 들끓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 법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공무원은 무조건 처벌할 수 있다. 공무원과 관련된 금품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린 셈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벌의 수준이 지나치게 과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그 결과, 법안에서의 처벌은 ‘금품을 받은 자는 과태료(받은 금품의 5배 이하)를 부과’하는 것으로 완화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상황은 총리가 나서서 조정안을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정안에 따르면, 법안에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직무를 통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한다’는 문구가 추가된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 사설은 모두 반대 입장이다. 막스 베버에 따르면, 관료조직은 이익집단화하는 경향이 있다.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은 관료집단끼리의 힘겨루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법무부는 행정부를 대변하며, ‘금품수수를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식의 논리를 편다. 관직 사회의 부패 고리를 끊는 역할을 맡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움직임에 맞서는 모양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두 신문, 총리 조정안도 부실 질타

중앙과 한겨레 사설은 둘 다 총리 조정안의 부실함을 꼬집는다. 중앙은 “‘사실상 영향력을 통한 금품수수’ 부분이 지나치게 애매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제점을 짚어낸다. 한겨레 또한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다 ‘사실상의 영향력’이란 표현도 애매해 결국 법원으로 해석의 책임을 떠넘긴 인상이 짙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관료조직은 법과 예산에 따라 움직인다. 투명한 행정을 위해서는 법과 예산 규정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총리의 조정안은 되레 뇌물 처벌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해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두 신문의 사설은 이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다.

사실, 김영란법은 공직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법이다. 경조사의 축의금이나 부조금 등으로, 상대방이 뇌물 성격이 짙지만 거절하기도 곤란한 금품을 내놓는다 해보자. 이럴 때 김영란법은, “마음은 알지만, 이러저러한 법이 있어서 받기 어렵습니다”라며 정중하게 돌려보낼 명분을 준다. 그럼에도 관련부처에서 김영란법의 도입을 굳이 반대하는 까닭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막스 베버의 주장대로, 관료조직이 스스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해법은 다르지만 ‘공기’ 역할 충실

언론은 부패와 부정을 막는 사회의 공기(公器)다. 이 점에서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은 충직하게 자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대목에서 두 사설은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중앙은 ‘법률의 생명은 명확성’에 있음을 강조한다.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도입하되, ‘수수액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등, 법의 잣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법 규준의 엄밀함을 강조하는 법치주의 정신으로 공직 부패를 청산해나가자는 취지로 읽힌다.

반면 한겨레는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도입하되, ‘받은 돈이 직무와 무관한 다른 이유에 따른 것이었음을 공직자가 명백히 입증할 경우 면책되도록 한다’는 대안을 내놓는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자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활동을 공개하고 평가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이 점에서 한겨레 사설에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행정 감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음이 느껴진다.

언론사마다 제각각 다양한 목소리들을 내는 사회는 건강하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채롭고 풍부한 해법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을 함께 읽어 보는 것은 유익하다. 다양한 주장들 속에서 한쪽이 놓친 부분을 다른 한쪽으로 보완하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은 공직자가 100만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았을 경우,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민간 부분에 있다 고위 공직자로 임용되는 경우에는, 직전 2년 동안의 활동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법은 현재, 발의자의 이름을 따서 ‘김영란법’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헌법 제37조 2항에 적혀 있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직무 관련자에게 금품을 받았을 때만 처벌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비판만 받았다. 그러자 국민권익위원회와 법무부는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금품을 받은 자는 과태료(받은 금품의 5배 이하)를 부과하는 것으로 처벌을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직무를 통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국무조정실은 수정안이 ‘김영란법의 원안과 권익위 및 법무부의 합의안 사이의 절충점을 총리가 찾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수정된 법안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 한다. 하지만 수정안에 대한 반발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를 없애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추천 도서]


행정의 공개성과 정치 지도자 선출 외
막스 베버 지음, 이남석 옮김, 책세상

관료제
루트비히 폰 미제스 지음, 황수연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막스 베버에 따르면, 관료조직은 끊임없이 이익집단화하는 경향이 있다. 관료조직을 견제하는 임무는 의회와 정치가들에게 있다. 의회는 법률 제정을 통해서, 정치가들은 임명직 관료에 대한 인사권을 통해 관료조직을 단속한다. 미제스에 따르면, 관료조직의 목적은 이익을 목표로 하는 회사와 다르다. 관료들은 주어진 법규와 규칙에 따라 행정을 꾸려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관료제 아래서 성과에 대한 책임은 공무원들에게 있지 않다. 책임은 관련 법규를 만든 정치가와 정책 입안자의 몫이다. 관료제를 다룬 이 두 권은 관료조직은 민주주의 사회를 이끄는 ‘도구’일 뿐임을 일러준다. 나아가 관료제는 부패하기 쉬우며 건강한 정부조직을 꾸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정치의식과 참여가 중요함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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