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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06 19:49 수정 : 2014.01.06 19:49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월14일에는 ‘자위대 탄약 지원’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박 대통령, 당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오는 1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1년 전 박 대통령은 51.6%의 득표율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108만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대통령 재임 중 가장 중요하다는 초반 1년을 두 달여 남겨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성적표는 썩 좋지 않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심기일전하지 않으면 나머지 임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가 대선 1년을 계기로 당시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상대로 표적집단 심층좌담(FGD)을 했더니 8명 중 3명이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주된 이유는 소통 부족이었다. “야당과 소통하지 않고 담을 쌓고 있으니 나라가 돌아가는 게 뭐가 있나” “한참 가속도를 내야 할 시점인데 선거 개입 등 과거에 발목이 묶여 있다. 이 문제를 빨리 털지 못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드라마 <오로라공주>를 욕하면서도 보듯 실망하기에는 이르고 기댈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지율이 높다고 본다”는 등의 호된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을 통합하지 못하고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지지 철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금 행태를 보면 지난 대선의 표심을 거꾸로 읽고 있는 것 아닌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지난 대선의 시대정신은 누가 뭐래도 경제민주화와 복지였다. 유권자들은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더 안정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표를 몰아주었다. 대탕평 인사 등 국민 대통합에도 박 대통령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행보는 이와는 정반대다. 종북세력 척결을 내세워 공안통치를 일삼고, 권력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을 나 몰라라 하면서 나라를 이리저리 찢어놓았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은 상당 부분 폐기 또는 후퇴했다. 대선 후보 시절의 박 대통령과 지금의 박 대통령이 다른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통치 행태나 공약 이행 면에서 표변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선 당시 국민과 한 약속을 되새기면서 지난 1년여를 점검하고 반성해야 한다.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서민과 약자에게도 눈을 돌리며 대통합을 지향하는 따뜻한 보수 대통령을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은 극우 보수의 좁은 틀에 갇혀 있다. 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다수 국민을 외면하는 불통의 정치를 계속하다간 더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대선 당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내일 대선 1년…이제 ‘미래’를 경쟁할 때

내일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한 대선의 1주년이다.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이 드러나면서 한반도에는 불안한 안개가 깔린다. 경기 회복은 더뎌 서민·중산층의 삶은 팍팍하다. 중국의 패권적 팽창과 일본의 배타적 재기(再起) 사이에 한국은 비좁게 끼여 있다.

국내외 상황이 이렇게 중한데 대선 1주년이건만 한국은 여전히 대선의 유령에게 잡혀 있다. 매일매일 갈등이 커진다. 혼란의 핵심은 승자와 패자가 각자의 길을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1년 전 승자는 51.6%, 패자는 48%를 얻었다. 분명하게 경기가 끝났는데 양자는 다시 싸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건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물론 사건이 대선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쳤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리고 야당 쪽에서도 일부 전공노·전교조 조합원이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나 ‘군’의 정치 개입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단어는 현대사의 상처에 연결돼 있다.

48% 중 상당수의 정서와 문제의식을 박 대통령은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재발 방지를 보장해야 한다. 북한 정세가 위중하다 해서 국정원 개혁에 소홀해선 안 된다. 오히려 더 엄정한 수술로 대북 정보에 관한 한 국정원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제도 개혁 못지않게 정권이 국정원을 활용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승자는 소통에 더 적극적이고 관대해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박 후보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였었다. 대선 후에는 경선 부정과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얽혀 있다. 하지만 그래도 국회의원 여럿을 가진 엄연한 대한민국 정당이다. 그런 정당의 해산을 청구하는 중요한 일을 대통령은 외국 방문 중에 결재했다. 이런 자세는 승자가 너무 패권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문재인 의원과 지지세력은 최근 대선에 재도전한다는 사실상의 출정식을 가졌다. 사실 최근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그래서 국정원 개혁마저 오히려 가로막고 있는 대선 불복 움직임을 풀 당사자는 대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문 의원이다. 경쟁의 한 당사자가 분명히 승복을 선언한다면 이런 혼란은 없을 수 있다. 이제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20세기 이래 세계에서 가장 억울한 대선 패배자는 2000년 미국의 앨 고어였다. 재검표가 끝까지 진행됐다면 그는 백악관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고어는 2004년 대선 때 유력한 민주당 후보였다. 그러나 그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이 다시 나서면 미국은 재검표 파동으로 돌아갈 것이며, 이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문 의원은 고어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패했지만 민주당은 국정의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사실상 의회 권력의 절반을 가진 것이다. 이제 대선 의혹들은 검찰과 법원에 맡기고 당은 미래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당이 변하지 못하니 문재인과 안철수가 다시 뛰는 것이다.


[논리 대 논리]
대통령 ‘초심’ 강조한 한겨레, ‘야당 협조’ 당부한 중앙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2월1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당선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선거 진기록을 거두었다. 역대 대선에서 처음으로 과반수 득표를 거두었을뿐더러,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자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부녀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까지 얻었다.

대통령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당선 후 1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레임덕으로 휘청거리게 마련인 임기 후반과는 달리, 정권 초기에는 국정을 장악하고 국가적인 어젠다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쉬운 까닭이다.

하지만 한겨레와 중앙의 ‘박 대통령 1년’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한겨레는 아예 “박 대통령의 성적표는 썩 좋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중앙 또한 “날마다 갈등이 커진다”며 부정에 가까운 평가를 내놓았다.

사실, 두 사설은 박 대통령 1년의 공과를 제대로 짚어낸 듯이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비교적 높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원칙’을 앞세워 개성공단 정상화를 이끌어 내는 등 대북관계와 외교에서 눈에 띄는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 신문의 사설은 박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그 이유는 박 대통령 당선 1주년 즈음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 현안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 사회의 지도자에게는 ‘권력의 정통성’이 있어야 한다. 권력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권력을 얻지 않았을 때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곤 한다. 과거 군사정권들은 정통성 있는 권력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나라 전체가 분열과 혼란에 휩싸이곤 했다. 다행히 저항과 투쟁의 결과는 민주주의의 승리로 이어졌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결코 손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지금의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은 권력의 정통성을 뒤흔들 수 있을 만한 심각한 문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앙은 국정원이나 군(軍)의 정치 개입은 우리 현대사의 상처와 연결되어 있음도 분명히 한다. 한겨레 또한 “선거 개입 등 과거에 발목이 묶여 있다” 등등의 표현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히 한다.

하지만 두 사설은 모두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보다, 박 대통령의 ‘소통’ 능력을 더 큰 문제로 꼽는 듯한 느낌이다. 한겨레는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국민을 통합하지 못하고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비중 있게 다룬다. 중앙 또한 “승자는 소통에 더 적극적이고 관대해야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을 비판한다.

나아가 한겨레는 박 대통령을 향해 “더 늦기 전에 대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권력의 정통성 자체가 문제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중앙은 국정원의 개혁을 엄정히 해서 재발 방지를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는 쪽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두 사설은 모두, 지금 시점에서는 과거의 문제를 털어내는 데 힘을 모아야지 여기에 발목 잡혀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싶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그러나 해법에 있어 두 신문은 완전히 다른 입장을 취한다. 중앙은 ‘문재인 역할론’을 내세운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앨 고어가 그랬듯, 경쟁 당사자였던 문 의원이 분명히 대선 승복을 선언해야 과거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극우 보수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서민과 약자에게도 눈을 돌리며 대통합을 지향하는 따뜻한 보수 대통령”이 되라고 충고한다. 중앙은 야당 쪽에, 한겨레는 집권자에게 가야 할 방향을 일러주고 있는 셈이다.

두 사설이 칼날을 겨누는 방향은 다르지만 정치권에 요구하는 점에서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여당도 야당도 현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조정과 협상 없는 원칙이란 없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51%와 반대편에 섰던 48%는 적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을 함께 꾸려나가야 할 국민이다. 정책 갈등은 죽고 사는 전쟁이 아닌 상생을 추구하는 토론의 모양새로 나타나야 한다. 박 대통령 집권 1주년, 지금의 여야의 모습은 어떤가? 두 사설을 읽고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추천 도서]




맹자
맹자 지음, 박경환 옮김
홍익출판사 펴냄, 2005년

<맹자>와 <군주론>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필독서 같은 책이다. <맹자> 첫머리에서 맹자는 ‘나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것인가?’라는 양혜왕의 물음에, 오직 인의(仁義)가 중요할 뿐이라며 잘라 말한다. 원칙과 도덕성만이 사회를 올곧고 살기 좋게 만든다는 믿음이 드러난다. 힘에 기대는 패도(覇道) 정치는 타도해야 한다.

군주론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 외 옮김
까치글방 펴냄, 2008년

반면 <군주론>은 ‘현실정치’를 앞세운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는 ‘사자의 힘과 여우의 간교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은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 지도자는 원칙을 굳건히 지켜야 하는가, 실리를 위해서 정치적 타협에 응해야 하는가? 명분이 먼저인지 실리가 먼저인지 하는 정치의 고갱이를 이루는 이 물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당선 1주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점검

18대 대통령 당선 직후, 박근혜 후보는 “선거 중에 크게 ‘민생 대통령’, ‘약속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의 세 가지를 약속했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원칙과 신뢰’, ‘약속 이행’은 정치인 박근혜의 색깔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선 1년이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이 내세웠던 공약 중 수정되거나 심지어 폐기된 것도 적지 않다. 기초 연금, 4대 중증 질환 지원,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 18개월로 군 복무 단축, 60세 정년 법제화 등은 시행이 늦추어지거나 실행 목표가 하향 조정되었다.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를 전 금융회사로 확대하겠다던 공약은 더 이상 국정과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해 7월, 대선 후보 출마 선언 당시 ‘국민 행복을 위한 3대 핵심 과제’의 첫번째 항목이던 ‘경제 민주화’라는 용어는 국정과제에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를 놓고 각계에서는 ‘공약 파기’인지, ‘국정 목표 현실화’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관련 가계부는 임기 5년 동안 134조8000억원을 마련해, 104개 과제를 이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올해 국가 채무가 500조원대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임을 알면서도 당선을 위해 공약(空約)을 내세운 것인지, 경기 불황과 현실적 여건으로 공약을 현실화시킨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어찌되었건 핵심 공약의 선택과 집중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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