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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13 19:56 수정 : 2014.01.13 19:56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1월21일에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채택 논란’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한겨레 사설] 정부의 총체적 무능 드러낸 ‘일본군 실탄 차입’

전쟁터에 총도 없이 나간다는 말이 있다. 준비도 없이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을 비아냥댈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분쟁지역인 남수단에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한빛부대가 실탄이 부족해 현지의 일본 육상자위대로부터 소총 실탄 1만발을 지원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군 작전 계획의 수립은 철저한 정보 판단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번 사안은 기본적으로 우리 군이 현지 치안 상황과 반군들의 활동 동향, 교전 가능성 등을 사전에 정밀히 파악해 이에 따른 주도면밀한 작전·군수지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다. 그리고 내전 상황이 점차 악화하는데도 수수방관하다가 우리 장병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맞닥뜨리자 허겁지겁 일본군에 손을 내민 것이다.

한국에 탄약을 빌려준 일본군도 우리처럼 공병 위주의 비전투부대지만 탄약 비축분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군의 무능과 판단착오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국방부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확률이 1%인 상황도 있고 0.1%일 때도 있는데 어떻게 다 대비하면서 사느냐”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뿐이다.

우리 군은 순수한 군사적 판단에서도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지만 정무적 판단 역시 무능함을 노출했다. 일본이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군수물자도 아닌 실탄을 공급받는 것은 실로 중대한 문제인데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는 단순히 군의 판단착오를 넘어선다. 이런 민감한 문제는 대령급의 현지 부대장 판단에 의존할 일도 아니고 국방부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일본이 총리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한국군에 대한 실탄 지원 문제를 논의하고 뒤에 관방장관 명의의 담화문까지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사안은 우리 정부 외교·안보 라인 책임자들의 안이함과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일본이 한국군에 대한 실탄 제공을 적극적 평화주의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도록 한국이 스스로 멍석을 깔아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이 ‘일본군의 무기·탄약 제공 국가 1호’로 등장하면서 일본의 ‘홍보대사’ 노릇을 자임하고 나섰으니 참으로 창피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번 한빛부대 실탄 차입 사건은 그냥 어물쩍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군의 초기 판단착오에서부터 시작해 실탄을 지원받게 된 정확한 경위, 구멍 뚫린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 등을 면밀히 점검해 관련자들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만날 안보·외교 분야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더니 정작 중요한 군사·외교 문제에서는 극도의 무능함을 노출하고 있으니 참으로 실망스러울 뿐이다.

[중앙일보 사설] 자위대 실탄 지원, 정치적 이용 말아야

아프리카의 신생독립국인 남수단의 평화유지와 재건을 돕기 위해 파견된 한국군 부대가 최근 현지 일본 자위대로부터 탄약을 지원받았다. 사안의 민감성에 대한 고민 없이 자위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과 함께 일본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꼴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부대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취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 차원에서 2011년 조직된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에는 50여 개국에서 파견된 7600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210명의 공병과 70명의 특전사 병력으로 구성된 한빛부대를 파견했고, 일본 자위대도 공병대 위주로 320명을 파병했다.

이달 중순 현지에서 일어난 쿠데타가 내전으로 비화하면서 평화유지군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한국군 부대장은 UNMISS를 통해 실탄 지원을 긴급요청했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5.56㎜ 구경 실탄을 일본이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현지 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 발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는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부대들끼리 긴급한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대원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현지 부대장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정치적 고려는 부대원의 안전이 최우선인 부대장의 소관 밖이다. 한국군 부대장이 자위대에 직접 요청을 했느냐가 논란이지만 설사 했더라도 문제될 건 없다. 위기 상황에서 유엔 채널과 별도로 실무급 부대장 간에 얼마든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쿠데타 발생 일주일이 넘도록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유감이다. 기민한 정세 판단에 따라 보다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가 정치·외교적 논란으로 확대된 것은 이번 일을 집단적 자위권과 연결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 때문이다. 이번 일은 적극적 평화주의와 무관한 유엔 차원의 협력 문제다. 일본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일이 아니다.


[논리 대 논리]
총체적 무능 질타한 ‘한겨레’, 필요 조처 수긍한 ‘중앙’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전세계 분쟁지역에 파견되어 국제평화유지활동을 하는 대한민국 해외파병 부대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군의 해외파병 여부에 관한 논란은 많았으나 장병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나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본자위대의 실탄 지원을 받은 이번 남수단 주둔군 사례는 우리 사회의 해외파병 부대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부주의를 일깨워주는 군사적 사건이었다. 동시에 이번 사건은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소속 현지 부대 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상대가 일본 자위대였다는 점에서 정치외교적인 문제의 성격도 지닌다. 남수단에 파견되어 평화유지활동(PKO)을 해오던 유엔평화유지군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을 빌린 일을 두고 국내외적인 논란이 일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사건의 발단은 물론 급박한 현지 분쟁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우리 군의 위기 대처 방식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반군과 교전중이던 정부군의 박격포탄 두 발이 한빛부대 가까운 곳에 떨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하자 개인화기만을 가지고 있던 우리 군이 다급하게 유엔에 실탄 지원을 요청하고 이에 현지의 일본 자위대가 1만발의 실탄을 지원한 것이 사건의 개요다. 이에 대해 두 신문 사설은 전혀 상반된 접근 방식을 보인다.

<중앙>은 ‘부대원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취한 적절한 조치였다’는 기본 입장을 전제로 단지 일본 정부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고려 자체를 현지 부대장으로서는 ‘소관 밖’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이번 일을 사설 제목부터 ‘정부의 총체적 무능 드러낸’ 사건으로 규정하고 ‘전쟁터에 총도 없이 나간’ ‘우리 군의 무능과 판단착오’를 지적하면서 군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 역시 무능’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 지원을 받은 일을 두고 <중앙>은 부대원의 안전을 위한 부대장의 조치를 적절하다고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한겨레>는 해외파병에 임하는 우리 군의 준비 부족과 판단 착오를 지적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중앙>은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는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부대들끼리 긴급한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면서 특히 ‘부대원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유엔을 통하지 않고 한국군 부대장이 자위대에 직접 요청을 했느냐에 대한 논란까지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위기 상황에서 유엔 채널과 별도로 실무급 부대장 간에 얼마든지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기본적으로 ‘이번 사안은 우리 군이 현지 치안 상황과 반군들의 활동 동향, 교전 가능성 등을 사전에 정밀히 파악해 이에 따른 주도면밀한 작전·군수지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군사적 측면에서의 실책뿐 아니라 ‘일본이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고 있는 현 정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정무적 판단 역시 무능’한 처사였다는 지적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번 사건을 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두 신문이 동일하게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 이번 사건이 ‘정치·외교적 논란으로 확대된 것이 집단적 자위권과 연결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 때문’이란 지적이고 이를 ‘일본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일이 아니다’는 주장까지 덧붙이고 있다. <한겨레> 역시 ‘일본이 한국군에 대한 실탄 제공을 평화주의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지 부대장의 판단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두 신문 모두 비판적 입장이다. <중앙>은 쿠데타 발생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데 대한 ‘유감’과 기민한 정세 판단에 따른 보다 신속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지적하고 있으며, <한겨레>도 이런 민감한 문제는 대령급인 현지 부대장이나 국방부 차원의 판단에 의존할 일이 아닌 중대한 현안인데도 ‘정부 관계자들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적 지적을 하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두 신문 간 온도는 확연히 다르다. <중앙>은 ‘유감’이나 ‘아쉬움’을 나타내는 정도로 그친 반면, <한겨레>는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책임자들의 안이함과 불감증’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이번 실탄 차입 사건 전반을 면밀히 점검해 ‘관련자들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묻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추천 도서]




나는 좀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박재현 지음, 공명 펴냄
2013년

이 책은 ‘유엔보안담당관 박재현의 특별한 도전 이야기’란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지구 위에 폭력과 전쟁이 사라지는 그날을 향해 달려가는 한 젊은이의 열정적 삶을 담은 보고서이다. 유엔평화유지군 역시 지구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다국적 군대라는 점에서 국제평화와 유엔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일본의 평화주의를 묻는다
하야시 히로후미 지음
현대일본사회연구회 옮김, 논형 펴냄

2012년

이 책은 일본 지식인의 눈에 비친 ‘끝나지 않은 일본의 전쟁 책임과 평화주의’에 대한 고백서로서 일본인 저자의 눈으로 본 우리의 과거 극복에 대한 현주소를 그리고 있는 내용으로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워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유엔평화유지군

유엔평화유지군은 세계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해 국제연합(UN)이 파견하는 다국적 군대다.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은 유엔이 민간인이나 군사요원으로 활동단을 구성해 무력의 사용 없이 분쟁지역의 평화 유지 또는 회복을 돕기 위하여 펼치는 활동을 말하는데 군사요원은 통상 경무장한 ‘평화유지군’(PKF)과 무장하지 않은 ‘군 감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다.

평화유지군은 개별 참여국에 의해 파견된 전투부대(보병)와 특수근무 지원부대(공병ㆍ의무 등)로 편성되어 유엔의 지휘하에 활동하는 무장부대를 말하며, 크게 정전감시단과 평화유지군으로 나뉜다. 평화유지군은 1948년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들 간의 휴전협정 이행ㆍ감시를 위해 결성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평화유지군의 역할은 평화 유지에 국한되며 무력 행사는 자기방어의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고 개인화기, 장갑차 등 방어용 무기로 경무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해외파병 부대는 남수단의 한빛부대를 비롯하여 모두 5개인데, 이 외에도 정전감시요원 등 개인 파병요원들까지 합하면 15개국에서 총 116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 파병을 시작으로 앙골라 공병부대, 서부사하라 의료지원부대, 동티모르 상록수부대, 레바논 동명부대, 아이티 단비부대 등이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도 최소한의 무장으로 평화유지활동 중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해외파병 부대원들의 안전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점검의 필요성이 제기된 반면, 일본 자위대의 실탄 지원에 따르는 정치외교적인 파장 등을 좀더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 등이 동시에 제기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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