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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새내기 대학생이 안내문에 그려진 교내 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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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강화 우선인가, 공익성 제고 먼저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의 구조개혁이 시급한 시점에서 교육부가 2014년 1월28일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모든 대학에 대해 3년마다 평가를 하여 2017년까지 4만명, 2020년까지 5만명, 2023년까지 7만명 등 현재 56만명인 대입 정원을 40만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모든 대학을, 최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 미흡 등 5개 등급으로 평가해, 최우수가 아닌 4개 등급 대학에 대해선 등급별로 일정 비율씩 정원을 감축시킬 계획이다. 대학들은 이번의 개혁안이 일방적(정부 주도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학 평가 방식 등이 공정하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대학들은 이번 개혁안으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결과적으로 지방대학 죽이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구조개혁의 대원칙은 대학 경쟁력의 강화이어야 한다’라는 문구가 중앙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앙은 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이해집단의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충고도 덧붙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집단이란 구체적으로 대학 퇴출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학교재단과 교직원, 졸업생과 재학생, 더 넓게는 지역사회의 주민들일 것이다. 중앙은 세계의 유수 대학과 경쟁할 종합대,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야 할 강소(强小)대학, 지방을 세계화하는 글로컬대학을 경쟁력이 있는 대학의 예로 들면서 대학마다 역사와 문화, 경영 여건이 다르므로 구성원들이 미래상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단계적 개혁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이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하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중앙이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면 한겨레는 ‘공익성’과 ‘형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겨레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일반대와 전문대 등은 각각 고유한 역할이 있으므로 어느 한쪽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역량 미달인 대학을 무조건 배려하면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특정 대학의 퇴출이 특정 지역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한겨레는 우려하고 있다. 공익성과 형평성과 함께 한겨레가 대학 구조개혁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투명성’과 ‘신뢰성’이다. 소위 ‘정치적인 입김’이 배제된 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주문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한겨레는 대학 쪽도 구조개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앙이 대학 구조개혁이 이해집단의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대목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겨레는 대학 구조개혁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 역시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문·전공을 조정하고, 경영방식을 쇄신하며, 고교·기업과의 연계를 갖는, 개혁이어야 함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중앙이 말하고 있는 학문·전공 조정, 경영방식 쇄신, 고교·기업과의 연계 등의 방안은 결국 대학 구조개혁이 경쟁력의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주장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중앙이 대학 구조개혁을 대학이라는 시스템의 내부에 초점을 맞추어 말하고 있다면 한겨레는 시스템의 외부에 초점을 맞추어 말하고 있다. 학문·전공 조정, 경영방식 쇄신 등이 시스템의 내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앙의 주장이고, 지역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익성은 시스템의 외부에 초점을 맞추는 한겨레의 주장이다. 한겨레가 공익성과 아울러 강조하는 ‘투명성’과 ‘신뢰성’도 대학이라는 시스템의 외부, 정치인들과 행정관료들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주문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앙이 시스템 내부의 개혁을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한겨레는 시스템 외부의 공정성과, 시스템 외부와의 공생, 다시 말해 대학과 지역사회의 공존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경쟁력과 공익성 포도가 많이 생산되는 곳에 위치한 대학에 와인을 만드는 학과가 있고 이 학과에서 세계적인 와인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하여 일정한 경제적 성과를 거둔다면 바로 이런 경우가 경쟁력과 지역사회의 이익, 공익성이라는 두 가지의 토끼를 다 잡는 경우라고 하겠다. 섬유 생산 단지에 위치한 대학에 의류학과를 설립하고, 이 학과에 제도적·금전적 지원을 활성화한다 해도 역시 경쟁력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공익성과 경쟁력이 행복하게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상당한 규모의 4년제 대학의 설립을 지방에 허가하면 지역 경제의 활성화, 즉 공익성의 증진에 효과를 거두겠지만 재단의 비리와 부실한 경영과 낮은 질의 교육 콘텐츠는 대학의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와인 제조와 관련한 좋은 질의 교육 콘텐츠를 확보하고 능률적인 경영으로 대학 내부의 경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경쟁력 확보는 지역사회의 공익성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먼저 지역사회의 필요성, 공익성을 위해 특정 학과를 설립하고, 이 학과에 제도적·금전적 지원을 활성화해도 학과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경쟁력과 공익성은 결코 배타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추천 도서]
길용수 지음, 알렙 펴냄, 2013년 ‘위기의 한국 대학에 던지는 대학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책의 부제답게, 책은 한국 대학 위기의 본질을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대학 위기의 본질을 학령인구의 감소, 바로 대학의 초과 공급으로 보고 있으며, 부실 대학 퇴출, 자진 폐교 등의 사례를 볼 때, 양적 성장만을 위해 내달리고 특성화나 재정 건전성을 꾀하지 않은 대학들은 ‘대전환’의 기류를 감지하지 못한 결과로 진단한다. 저자는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물으면서 성공적인 대학 경영의 전략을 제시한다. 지역 사회의 과제와 대학의 사명, 국가적 비전을 합해서 학생 중심 가치를 만들어내고, 특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의지를 가질 때 작지만 강한 대학, 강소대학(强小大學), 바로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 대학의 이상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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