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7월 1일에는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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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부총리’ 없어 ‘책임행정’ 못했나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청와대의 모습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쪼갰다가 붙이고, 없앴다가 다시 만들고, 아침에 만든 것을 저녁에 뜯어고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는 안전행정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혁신처로 이관한다고 발표하더니 8일 만에 방침을 바꿔 조직 기능은 그대로 안행부에 두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국민 담화 때는 일언반구도 없던 교육·사회·문화 총괄 부총리 신설 방침도 갑자기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발표했다. 문제의 본질은 덮어놓은 채 책상머리에서의 ‘즉흥 입안’과 ‘졸속 수정’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사회문화 부총리 신설에 대해 청와대가 ‘책임행정을 위한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부터 우습다. 박근혜 정부 내각이 여태껏 책임행정을 구현하지 못한 이유가 부총리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은 청와대가 더 잘 알 것이다. 새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가 신설됐으나 부총리가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경제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장관들이 국·실장 인사 하나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관가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운영 스타일을 고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책임내각제를 운영할 생각이라면 먼저 대선 때는 ‘책임총리제’를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은 대목부터 설명해야 한다. 공약 파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제 와서 책임내각제를 다시 거론해서는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총리의 역할을 “법질서와 공직사회 개혁, 사회 안전, 비정상의 정상화 등”으로 국한한 것도 책임총리제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박 대통령 말대로라면 총리는 앞으로 ‘국무를 총괄하는 총리’가 아니라 ‘공직개혁 총리’ 내지는 ‘법질서 총리’로 격하되게 된다. 총리에게 대폭 권한을 위임하는 것과는 반대로 권한이 오그라든 ‘반쪽 총리’가 된다는 이야기다.
거듭 말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은 이렇게 서둘 일이 결코 아니다. 정확한 진단도 없이 섣부른 처방전을 내놓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거두어들이는 식이 되풀이돼서는 병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게다가 지금 밀실에서 새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드는 사람들은 현 정부 출범 때 개편안을 짰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다시 정부조직안을 만드는 것부터가 한편의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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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권한 위임 없는 책임 부총리는 옥상옥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15개월여 만에 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밝힌 조직개편의 핵심은 각 분야를 책임질 부총리제의 도입이다. 총리는 공직사회 개혁과 사회 안전, 법질서 확립,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전담하는 동시에 국정의 총괄 운영을 맡기로 했다. 대신 경제 분야는 경제부총리가, 외교·국방·안보는 국가안보실장이, 비경제 분야인 교육·사회·문화·고용 등은 사회부총리가 각각 책임을 지게 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정 분야별로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둬 정부 정책의 조정을 좀 더 강화하는 한편, 국정 운영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대통령이 국정의 세세한 것까지 지시·명령하면서 각 부처 장관은 이를 받아 적는 식의 만기친람(萬機親覽)형 국정운영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분권형 책임 부총리제로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방향이다.
분권형 책임 부총리제가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부총리가 각 부처의 장관들을 총괄할 수 있도록 자리에 걸맞은 권한을 위임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부총리를 중심으로 각 부처들이 충분히 조율하고 정책 대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책결정 과정에서 자율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이런 권한 위임과 자율성 부여 없이는 책임 부총리는커녕 의사결정 과정만 복잡하게 만들고 부총리 자리만 늘리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하다.
특히 사회부총리는 교육·고용·복지라는 각기 전문적인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다. 여러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는 능력,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획 능력이 필요하다. 교육부총리가 2001년 생겼다 7년여 만에 폐지된 것도 정책 조정 기능의 부재 탓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이 사회부총리에 걸맞은 능력 있는 인물을 찾아 과감한 권한 위임을 통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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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5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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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중앙 “자리 맞는 권한 위임을”…한겨레 “정확한 진단 없는 졸속”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정부조직개편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8일 만인 5월27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해 29일 입법예고 했다. 통상 20~40일 걸리는 입법 예고 기간을 일주일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대국민담화 때 청와대와 정부는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안전처 신설, 해경 해체,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사실상 해체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27일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에서 안전행정부는 인사업무만 총리 산하에 신설될 인사혁신처로 보내고 조직기능은 그대로 지켜 과거의 행정자치부로 존속하게 되었다.
또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교육·사회·문화부총리를 신설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 미래창조과학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등의 정책도 관장하도록 했다. 박대통령은 경제 정책 분야는 부총리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총괄조정하고 외교 국방 안보는 국가안보실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는데, 비경제 정책 분야는 그러지 못해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부총리직 신설은 “정책결정에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입법예고 기간을 다소 줄여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모든 걸 혼자서 챙기는, 이른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로는 세월호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므로 “분권형 책임 부총리제로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방향이다”라고 일단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그러나 중앙은 여기에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자리에 걸맞은 권한’의 위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리’에 실질적인 힘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윗선의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일을 하고 정책결정을 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자율성의 확보를 위해서 권한을 위임하라는 것이 중앙의 논리다. 이러한 자율성의 부여, 권한위임 없이는 의사결정 과정만 복잡하게 만드는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고, ‘부총리 자리만 늘리는 옥상옥(屋上屋)’에 불과할 것이라고 중앙은 단적으로 지적한다.
한겨레는 정부조직개편안이 ‘즉흥 입안’과 ‘졸속 수정’이라고 비판한다. 교육·사회·문화 부총리 신설을 두고 청와대가 ‘책임행정을 위한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부터가 ‘우습다’는 것이 한겨레의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은 ‘자리’에 권한을 위임하라는 중앙의 논리와도 맥을 같이 한다. ‘장관들이 국·실장 인사 하나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관가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라며 한겨레는 권한 위임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한 ‘책임총리제’를 지키지 않은 대목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약 파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제 와서 책임내각제를 다시 거론해서는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책임총리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대통령제 하에서 최고 권력을 견제하고 분권적 리더십으로 국정을 운영하자는 견지에서 나온 개념이 책임총리제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의 공약을 폐기했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중앙은 사회부총리는 교육·고용·복지라는 각기 전문적인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이므로 여러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는 능력,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획 능력을 가진 인물을 찾고,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할 것을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총리의 역할을 “법질서와 공직사회 개혁, 사회 안전, 비정상의 정상화 등”으로 국한한 것을 문제 삼는다. 이는 책임총리제의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총리는 국무를 총괄하는 총리가 되어야지 ‘공직개혁’ 내지는 ‘법질서’를 담당하는 총리가 되어서는 오히려 권한이 축소된 ‘반쪽 총리’가 된다는 것이 한겨레의 지적이다.
한겨레는 아예 정부조직 개편을 서두르지 말라고 당부한다. 서둘러야 할 일은 ‘현 정부 출범 때 개편안을 짰던 바로 그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더 급선무임을 지적한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책임총리제
‘책임총리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극복하자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곧잘 거론된다. 물론 총리는 대통령의 파트너이지 적이 아니다. 헌법 제86조도 분명히 밝혀놓고 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라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것이 총리의 책임이다.
책임총리 제도 하에서는 총리가 대통령에게 국무위원(장관)으로 누구누구를 임명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한, 이른바 ‘각료제청권’을 갖는다. 대통령이 국무위원 인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기능이 총리의 ‘각료제청권’이다. 이를 통해 총리는 자신과 함께 일할 국무위원을 스스로 고를 수 있다. 이와 같은 책임총리제가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총리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총리는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사실상 책임총리제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해찬 당시 총리에게 명시적으로 ‘책임총리’ 지위를 부여하기도 했다.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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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정도전의 건국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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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정도전의 건국 철학 김용옥 지음
통나무 펴냄, 2004년
김용옥의 『삼봉 정도전의 건국철학』이 전하는 ‘조선경국전’의 한 대목이다. “임금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없이 귀한 것이다. 그러나 단 한번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이방원은 왕권을 강화하고 조선을 ‘이씨’의 나라로 만들려 했지만 정도전의 생각은 달랐다. 책이 전하는 정도전은 왕은 절대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유능한 재상을 선출하고 이들이 합리적으로 정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용옥은 이 책에서 정도전이 “이념의 설계를 완성했고 그 설계를 구체적 현실로서 실현할 수 있는 권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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