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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2.02 20:43 수정 : 2015.02.02 20:43

류대성 흥덕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법개정 취지 뒤흔드는 연말정산 보완대책

정부와 새누리당이 21일 연말정산 파동과 관련해 몇몇 세액공제의 폭을 늘리고 이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납세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당정회의를 열어 보완대책이라며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득세법을 개정한 취지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문제가 많다. 더욱이 당정은 왜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원칙이나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중요한 국가정책을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자녀 세액공제와 독신근로자 표준 세액공제, 연금보험료 세액공제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고, 자녀 출생·입양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한편,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의 분할납부를 허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특히 소득세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되 2014년도 귀속분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적용하기로 했다. 일단 현행대로 연말정산을 진행한 뒤, 개정된 항목에 대해서는 해당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되돌려주겠다는 이야기다. 이리되면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일그러진 소득세 체계를 바로잡으면서 과세 기반을 넓힌다는 애초 법 개정 목적이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미흡한 수준이긴 하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를 높이기도 어려워지게 된다.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을 생각할 때 걱정스럽다. 역시 정부와 새누리당은 불평등 해소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법을 고친 뒤 해당 조항을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방안을 보고서는 쓴웃음이 나온다. 이는 당정이 수시로 강조하는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들에게 자칫 나쁜 신호를 보내고 법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일을 당정이 앞장서서 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당정은 국민들의 불만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어서 잘한 일이라고 애써 자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일은 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연말정산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혼란을 불러오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싶다.

그런 만큼 정부와 새누리당은 보완대책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설령 추진하더라도 연말정산 결과를 본 뒤 정밀점검을 거쳐 필요한 부분에 한해 미세조정하도록 해야 한다. 대신 법인세 등의 인상을 중심으로 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세수 부족 예상액이 11조원에 이르는 등 3년째 세수 결손이 빚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중앙일보 사설] 얼빠진 정부와 정치권이 연말정산 분노 불렀다

연초부터 불거진 ‘연말정산 파문’에 정부와 여당이 긴급 당정협의를 갖고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올해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돌려받기는커녕 토해내게 된 사람들에게 추가 납부 금액을 나눠서 내도록 했다. 세 부담이 늘어난 다자녀가구와 독신근로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했다.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보험료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당정은 여기다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보완 대책을 올해 연말 정산분에 소급 적용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연말정산 분노’의 여론에 밀려 정치권이 입법 원칙까지 내팽개친 채 총력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은 정부의 무성의와 정치권의 무신경이 합작해 만들어낸 인재나 다름없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세제 개편으로 일부 소득계층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연말정산 방식의 변경으로 환급액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추가 납부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며 대국민 설득에 성의를 다하지 않았고, 정치권은 그런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꼼꼼하게 신경 쓰지 않고 덜컥 통과시켰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는 그렇지 않아도 울화통이 터지는 국민들을 두 번 화나게 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연말정산이 분노의 여론으로 확산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겹쳐졌다. 하나는 다달이 떼는 원천징수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바꾸는 바람에 연말정산에서 환급액이 줄거나 추가 납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이다. 그러나 이 대목은 국민들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난해 낸 세금 총액과 올해 연말정산에서 확정된 총 납부세액을 차분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세금을 먼저 많이 떼고 나중에 더 돌려준다고 해서 연간 부담하는 세금 총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정부와 정치권의 무성의와 무신경을 질책해야 할 대목은 세제 지원을 해줘도 시원찮을 일부 계층의 세 부담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이 초미의 국가적 과제임에도 다자녀가구에 대한 세액공제가 축소되고 양육비 공제와 출산 공제가 없어졌다. 또 중산층의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저축에 대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돼 환급액이 줄어들었다.

당정이 이런 불합리한 세제를 시급히 바로잡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연말정산 보완 대책의 소급 적용은 법체계의 안정성과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힌다며 새로운 포퓰리즘의 불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연말정산 파문’을 계기로 국민이 내는 세금 문제를 결코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세금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당정 논거 없이 정책 결정해”…중앙 “정치권 전체 무신경 탓도 커”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기획재정부 간부들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 1월21일 오후 국회에서 연말정산 세액 증가와 관련해 당정협의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세금의 사전적 의미는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하여 국민이나 주민으로부터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금전’이다. 강제성은 대한민국 헌법 제38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세금은 공동체를 위한 경비로 사용된다. 이 경비에는 국가 기반시설에서 다양한 계층을 위한 복지비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2014년 연말정산 파동에 대해서는 어떤 사회적 이슈보다 많은 사람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근로소득자’이기 때문이며 법인세와 고소득 자영업자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징수 세액이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는 제도의 취지와 결과를 이해시키지도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세금 폭탄’, ‘연말정산 분노’로 표현되는 여론에 밀려 정부가 다급하게 보완대책을 내놓았지만 한겨레와 중앙의 사설은 한 목소리로 질타한다. 누가 보더라도 졸속 추진이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연말정산 파동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는 미묘하게 온도 차이를 보인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회의를 통해 제시한 ‘세액공제 폭을 늘리고 이를 소급 적용하는’ 보완대책은 근본적으로 소득세법 개정 취지를 뒤흔들었다고 분석한다. 연말정산 파동의 보완 대책에 대해 당정은 원칙과 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국가의 중요 정책을 졸속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앙은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소급 적용 방안까지 추진하는 개선 대책은 ‘정치권이 입법 원칙까지 내팽개친’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부는 대국민 설득에 성의를 다하지 않았고 정치권은 세재개편안을 꼼꼼하게 신경 쓰지 않고 통과시켰는데 그 책임을 서로 떠넘긴다고 지적한다. 한겨레가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을 정조준하고 있다면 중앙은 정부는 물론 야당을 포함함 정치권 전체의 무신경이 연말정산 파문을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또한 한겨레는 연말정산 보완 대책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소득세 체계를 바로잡아 과세 기반을 넓히고 ‘소득 재분배 효과’를 높이겠다는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정부와 새누리당은 불평등 해소에 큰 관심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중앙은 ‘세제 지원을 해줘도 시원찮을 일부 계층의 세 부담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런 불합리한 세제를 시급히 바로잡기로 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연말정산 보완대책의 ‘소급 적용’에 대해서는 두 사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겨레는 ‘납세자들에게 나쁜 신호를 보내고 법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으므로 ‘당정이 수시로 강조하는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중앙도 ‘법체계의 안정성과 소급입법 금지 원칙’을 고려하지 않으면 ‘새로운 포퓰리즘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고 비판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연말정산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보완 대책을 내놓아 혼란을 일으켰고 연말정산 결과를 지켜본 뒤 필요한 부분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겨레는 법인세 등의 인상을 중심으로 세제 개편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중앙은 국민이 내는 세금 문제를 결코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충고한다. 두 사설 모두 이번 연말정산 파동의 책임 소재를 묻고 보완대책을 평가하고 있지만 조금씩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소득 재분배 효과’ 문제를 제기한 한겨레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문제 삼는 중앙은 연말정산의 근본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관점의 차이를 보인다.

대다수 근로소득자들이 납득할 만한 근본적인 보완대책이 마련되고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근로소득자의 세금뿐만 아니라 법인세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 형평성 문제 등 조세 체계와 징수 방법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조세정의의 실현이다. 공평한 과세는 조세 정의의 첫걸음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금에도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숨어있다. 연말정산 문제부터 직접세와 간접세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비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자. 나와 무관할 것 같지만 오늘 찍은 교통카드에도 세금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연말정산

연말정산은 근로소득자들이 1년 동안 간이세액표에 따라 국세청에 납부한 근로소득세를 연말에 다시 따져보고 실소득보다 많은 세금을 냈으면 그만큼을 돌려받고 적게 냈으면 더 내는 절차를 말한다. 여기서 근로소득세는 소득세법 시행령의 근로소득간이세액표에 따라 원천 징수되는 세금을 말한다. 근로소득간이세액표는 근로자의 월 급여 수준과 공제 대상 부양가족 수에 따라 세액을 규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근로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이듬해 1월분 급여를 지급하는 때에 1년간 지급한 급여액에서 비과세 소득을 차감하고 근로자가 제출한 소득공제신고서에 따라 각종 소득공제액과 세액공제액을 계산해 근로자별로 부담해야 할 연간 소득세액을 확정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2014년 연말정산부터는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기준이 달라졌고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근로소득자들에게도 법 개정의 목적과 결과에 대해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연말정산 결과 환급금을 2013년도와 단순 비교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정부는 9000억원에 이르는 증세 효과를 거뒀으니 근로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이 9000억원 늘었다는 의미다.

이번 연말 정산 파동은 단순히 근로자가 1년간 세금을 얼마나 더 내고 덜 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어디에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향점과도 관계가 있다. 누구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지, 그 세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또한 간접세와 직접세가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어떻게 부과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추천 도서]

청소년 경제 수첩
크리스티아네 오퍼만·한대희 지음, 신홍민 옮김
양철북 펴냄, 2007년

아침에 눈뜨고 밤에 잠이 들 때까지 우리는 단 한 순간도 경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먹고, 입고, 자고, 쉬고, 앞으로 일을 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알기 쉽게 경제 문제를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생산과 소비는 물론 노동과 소득에 따른 세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꼭 필요한 경제 문제를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돈의 인문학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1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자본으로부터 인간이 소외된다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저자는 돈과 삶의 관계를 분석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돈’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돈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 인간에게 돈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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