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18 22:31
수정 : 2015.05.1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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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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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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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민주주의 모욕한 박상옥 대법관 인준
국회가 6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검사팀의 일원이었던 박 후보자를 두고는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많은 국민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조차 ‘자격 미달’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힘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뚜렷한 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끌었다. 그 결과, 꽃다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인 야만적이고 반인간적인 사건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대법관의 자리에 앉는 역설적이고 기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
박상옥 파동은 국회 인사청문회나 인준 표결 등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울에 불과한지도 확실히 보여주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법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으나, 실제 청문회 내용을 보면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법무부는 박종철씨 사건 수사 자료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국회의 권능과 인사검증권을 철저히 무시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변호인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 이런 미흡한 인사청문회 때문에 아직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강행처리는 표면상 법에 정해진 절차 준수라는 외양을 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절차적 정당성마저 온전히 지켜지지 않은 우격다짐 인사인 것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새누리당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대책은 호되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야당은 애초 특별한 전략도 없이 인사청문회 개최를 거부하다가 여당과 보수세력들의 공세에 밀려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했으나, 후속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철저한 검증으로 낙마시키겠다’는 공언은 한낱 허언으로 끝났고, 그 뒤에도 아무런 정치력이나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표결에 불참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투다. 야당이 여당에 끌려다니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머리도 뒷심도 없는’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
이번 박상옥 대법관 인준 강행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길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무능한 검사, 외압에 굴복하고 권력과 타협한 검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이나 정치권 모두 저세상에 있는 박종철씨의 영령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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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공백 메운 대법원, 한명숙 사건 속도 내야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야당 의원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투표가 이루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야당이 끝까지 협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의장으로서 단호하게 결정해야 된다”며 직권상정 철회 요청을 거부했다.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이다.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이 지연되면서 지난 2월 17일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 자리는 80일째 공석 상태다. 신 전 대법관이 속했던 대법원 2부는 원래 4명이 해야 하는 재판을 3명(이상훈·김창석·조희대 대법관)이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2부에 배당된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 국무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사건과 이재현 CJ회장의 횡령·탈세 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의 선고가 미뤄지고 있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2013년 9월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이후 대법원에서 1년8개월 동안 머물러 있다.
사실 박상옥 대법관 임명이 늦어지기 전에도 한 전 총리 사건은 늑장 처리 논란에 휩싸였었다. 한 총리가 불구속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평균 8개월인 상고심 처리기간에 비해 선고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박 대법관 후보 임명에 계속 시비를 걸었던 이유도 한 전 총리 사건 선고를 최대한 지연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전 총리의 혐의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다. 증거의 신빙성 등 사실관계를 놓고 다툼이 있겠지만 법리적으로는 그리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이렇게 오래 시간을 끌 사건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법조계에서 재판은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한 전 총리 사건 등 지연된 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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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대 논리]
한겨레 “절차적 민주주의 허울임을 증명”…중앙 “지체된 정의는 정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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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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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지난 6일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 1월26일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꼭 100일 만이다. 동의안은 새누리당 의원 158명만 표결에 참여해서 찬성 151표, 반대 6표, 무효 1표로 가결됐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가 검사 시절인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 수사검사로 참여해 경찰의 사건 은폐·축소를 방조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면서 인사 청문회를 거부해왔다.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70여일 만인 지난달 7일에야 청문회를 열었으나 야당은 다시 청문 결과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당일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상정 연기를 요청했지만 정 의장은 직권상정 철회 요청을 거부함으로써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이에 대해 중앙과 한겨레는 사설 제목에서부터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 ‘공백 메운 대법원, 한명숙 사건 속도 내야’로, 한겨레는 ‘민주주의 모욕한 박상옥 대법관 인준’으로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일관되게 박상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지연됨으로써 발생되는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의 전력을 들어 대법관으로 임명하기에는 ‘자격 미달’ 임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중앙은 ‘박 대법관 후보 임명이 지연되면서 지난 2월17일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 자리는 80일째 공석 상태’이고, ‘신 전 대법관이 속했던 대법원 2부는 원래 4명이 해야 하는 재판을 3명이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법조계에서 재판은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할 때 쓰는“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예로 들면서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이 마무리된 만큼 지연된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를 두고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많은 국민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조차 자격 미달이라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새누리당이 힘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고, 야당은 뚜렷한 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끌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꽃다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인 야만적이고 반인간적인 사건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대법관의 자리에 앉는 역설적이고 기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고 개탄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지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중앙은 한명숙 새정치연합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사건 등 중요한 사건들의 선고가 미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2013년 9월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이후 대법원에서 1년 8개월 동안 중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야당이 박 대법관 후보 임명에 계속 시비를 걸었던 이유도 한 전 총리 사건 선고를 최대한 지연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박 후보자의 자격 논란 외에 인사청문회나 인준 표결 등의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덧붙이고 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법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으나 실제 청문회 내용을 보면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법무부는 박종철씨 사건 수사 자료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국회의 권능과 인사검증권을 철저히 무시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변호인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한 사람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두 신문이 이렇게 확연히 다른 시각으로 갈리는 현실을 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 진보, 보수 진영 간 갈등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대결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디서 어떻게 시각차가 나는지를 보다 면밀하게 살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대법관과 임명동의안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인으로 구성된다. 대법관의 임용자격은 45세 이상인 자로서 20년 이상 판사 ·검사 ·변호사로 종사한 자 또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그 밖의 법인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자,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던 자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2000년 국회법이 개정되어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경우 국회의 동의에 앞서 국회에서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갈려 결국 100일 동안 대법관 공백 사태를 맞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평가 또한 팽팽히 맞서있다. 대법관 자질 자체에 대한 논란과 이를 평가하는 법제도와 절차 준수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00일만에 가결됐는데 2012년 김병화 인천지검장이 대법원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는 야당 반대로 117일간 대법관이 공백 상태였으며, 2011년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파동 때는 여당 반대로 14개월 헌재 재판관이 공석이었다. 그런만큼 대법원 후보자 자질 검증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과 이를 지킬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추천 도서]
견제와 균형: 인사청문회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최준영, 조진만 지음
써네스트 펴냄, 2013년
대한민국 인사청문제도가 던진 질문들과 그 해법을 찾아 본 책으로 선진 인사청문제도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인사청문제도가 본래 도입 취지인 견제와 균형 논리에 입각해서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기울어진 저울: 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이춘재·김남일 지음
한겨레출판사 펴냄, 2013년
지난 10년 대법원 개혁과 좌절의 역사를 통해 ‘그들만의 대법원’이 아닌 ‘우리들의 대법원’ 만들기를 지향한 책으로 사법 정의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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