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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5 20:11 수정 : 2018.06.25 20:1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폼페이오의 ‘2년6개월 비핵화’ 발언을 주목한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마칠 시점의 시급성을 알고, 이를 신속히 이행해야 함을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한 것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한국을 찾은 그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2년6개월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다”라고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처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2년6개월 내 주요 비핵화’ 발언은 논란 많은 ‘비핵화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많은 핵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엔 최소한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에 비춰보면,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시간표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연내 완전한 비핵화’ 또는 아예 ‘즉각적인 북한 핵·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이 맞물려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조급한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중요한 건 현실성 떨어지는 당위적 주장이 아니다. 북-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단계적이고 분명한 비핵화 과정을 밟아나가는 게 훨씬 긴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식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중앙일보 사설] 폼페이오의 “2년 반 안에 북한 CVID” 발언에 주목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그제 방한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여럿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했듯 지난 12일의 정상회담은 “전쟁과 핵,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서 세계인들을 벗어나게 한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귀가 닳도록 외쳐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함께 핵 폐기의 시한과 방법도 합의문에서 빠져 미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화협상 중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한국 내 안보 불안이 번지고 있다. 이러다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불거진다.

이 와중에 미국의 외교 수장인 폼페이오가 직접 나서 우리의 불안감을 덜어줄 내용을 밝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북한을 향해 “2년 반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 바란다”고 압박한 대목이다. 그는 또 “합의문 안의 완전한(complete) 비핵화란 표현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장담대로 2년 반 안에 CVID가 이뤄지면 이보다 다행한 일은 없다.

하지만 어려운 과제일수록 거저 되는 일은 없는 법이다. 2년 반이란 기한 내에 북한이 비핵화를 단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일사불란한 공동작전을 펴야 한다. 한쪽에선 대북제재를 죄는데 다른 편에서 풀면 그 정책이 먹힐 리 없다. 그러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증명되지 않는 한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폼페이오의 발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대미 불신과 함께 핵무장과 같은 극단적 주장이 국내에서 힘을 얻을 것이란 점도 양국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북-미 신뢰 쌓으며 단계적으로 가야”…중앙 “한-미 일사불란한 공동작전 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북핵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자신이 마련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회담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유일한 반응은 실망뿐”이라고 혹평했다. 북핵 해결의 핵심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언급이 없을뿐더러, 언제까지 어떻게 핵무기를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벌어졌던 핵 갈등의 경우에는 6개월이라는 협상 시한을 정해놓았다.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결과를 강제할 만한 규정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2년6개월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를 바라”며, 이렇게 “해낼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다”라는 발언은 큰 의미가 있다. 모호했던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폼페이오의 발언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중앙은 “미국의 외교 수장인 폼페이오가 직접 나서 우리의 불안감을 덜어줄 내용을 밝혔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한다. 한겨레는 “‘2년6개월 내 주요 비핵화’ 발언은 논란 많은 비핵화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후한 점수를 준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2년6개월’의 의미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한겨레는 “북-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단계적이고 분명한 비핵화 과정을 밟아가는 게 훨씬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가 검증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신뢰가 생기면 검증도 가능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학자들 또한, ‘CVID’가 공동발표문에서 빠졌기 때문에 오히려 조속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싱가포르 성명은 비핵화만큼이나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앞세우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쌓인 불신의 벽이 높기에, 먼저 관계를 회복하고 신뢰를 쌓은 뒤에야 핵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도 열린다는 논리에서다. 한겨레의 주장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겨레는 “연내 완전한 비핵화 또는 아예 즉각적인 북한 핵·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너무 조급한 주장”으로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잘라 말한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이후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려 했다. 그러나 합의를 이루어놓고도 서로를 믿지 못하기에 핵무기 개발과 북한 공습 등의 적대정책을 내려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식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는 한겨레의 충고에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신뢰 회복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 듯 보인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반면 중앙은 “2년 반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 바란다”는 폼페이오의 발언을 “압박”으로 해석한다. 또한 “합의문 안의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는 발언 또한 비중 있게 소개한다. 나아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증명되지 않는 한 유엔 대북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폼페이오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폼페이오는 북한 관영매체가 “북-미 정상이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에 동의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무시해도 좋은 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대화를 계기로 북핵 회담을 이끌어내며 국제적인 제재를 느슨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면서 핵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고 국제사회의 경제 원조만 챙겨갔다. 중앙이 “2년 반이란 기한 내에 북한이 비핵화를 단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일사불란한 공동작전을 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사설은 신뢰 회복이 먼저인지,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이 우선해야 하는지를 놓고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논란을 잘 보여준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3층 서기실의 암호

태영호 지음, 기파랑 펴냄, 2018년

2014년 북핵 위기 당시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결론은 못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숨겼다는 짐작만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핵무기를 가지려 한다는 ‘추측’만으로 자신들을 공격하지는 못하리라 확신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쓴 것으로 북한의 ‘벼랑 끝 외교’에는 냉철한 판단이 숨어 있음을 말해준다.


평양 프로젝트

오영진 지음, 창비 펴냄, 2006년

북한은 위협적인 주적(主敵)인 동시에 잠재적인 경제 파트너다. ‘민족’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만큼이나 북한의 현실을 아는 학생은 별로 없다. 저자 오영진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일 년 넘게 북한에 머물렀던 만화작가이다. 그때 경험을 살려 북한의 생활을 만화로 담담하게 풀어준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과 이후 전개 과정

지난 6월12일 북한과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4개 항에 합의했다. 북한이 발표한 합의의 내용은 이렇다. “1.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두 나라 인민들의 염원에 맞게 새로운 조미 관계를 수립해나가기로 하였다.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할 것이다.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27일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 4.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 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 확인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하였다.”

나아가 두 정상은 조만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의 “해당 고위인사” 사이의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협상 직후부터 새로운 내용이 없는 부실한 합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에 “안전 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한다는 표현 때문에 핵 포기 없이 북한의 체제만 보장해준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일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다음날 서울을 방문해 “우리는 북한이 2년 반 안에 주요 비핵화 조치를 달성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인 비핵화 시한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기간 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다음주에는 공동성명에 명시된 6·25 전쟁 때 전사한 미군들의 유골이 송환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도 본격화되리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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