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26 19:24
수정 : 2013.04.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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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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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편집인의 눈]
반대자를 ‘공공의 적’으로 보는 강경파들 요직 배치
매카시즘 종결자는 언론…정치적 편향성 집중검증을
청소년들은 왜 ‘왕따’를 만들어 괴롭히는 짓을 일삼을까? 죽음까지 유발하는 철부지들의 행동에 어른들은 어이없어 하지만, 어른들 역시 적과 동지를 만드는 데 익숙하다. 나치즘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카를 슈미트는 저서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정치는 곧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 했다. 슬라보이 지제크 등 좌파 정치철학자들까지 슈미트를 자주 인용하는 것은 그가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내면을 잘 파악한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나치즘이 끝내 붕괴했듯이 본성에 내맡긴 정치는 파멸에 이르기 십상이다.
취임 한 달째 지지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꼴찌로 추락한 것은 적을 설정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해왔던 독재자들의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국면에서는 ‘적’일 수 있는 상대편을 당선 뒤에도 포용하지 못한 탓이다. 그가 국민 절반을 여전히 ‘적’으로 본다고 판단할 근거는 정부 요직 인사에서 드러난다.
박근혜 인사의 결정적 코드는 도덕성이나 능력보다 충성도나 저돌성을 높이 친다는 건데, 그것은 격파해야 할 적대세력을 상정할 때 중시되는 참모 인선 기준이다.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는 기자 채용시험에도 낙방했으면서 독설로 ‘공공의 적’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해 히틀러의 신임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윤창중씨를 ‘자신의 입’으로 삼은 이유도 짐작이 간다. 윤씨는 대선 직후 국민을 “대한민국 세력”과 “반대한민국 세력”으로 구별짓고, 박 당선인에게 “반대세력에 대해 섣부른 감상주의, 낭만주의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단칼’로, ‘한 방’으로 ‘박근혜 정권’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하는 인터넷 칼럼을 썼다.
국민통합에 부적격자라는 숱한 비판에도 그를 인수위에 이어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신임한 것은 박 대통령 스스로 반대세력에 대해 전선을 구축하고 싶었기 때문이라 볼 수밖에 없다. 가령 강성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박근혜 자신이 적대감을 드러낸다. 그는 2007년 한 강연에서 “강성·귀족·비리노조”라고 지칭하며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야당과 진보언론은 정부 요직 후보자 중 12명을 낙마시켰으니 박 정권의 인사전횡에 상당한 제동을 걸었다고 자부할 수도 있다. <한겨레>는 25일에도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거액 국외 비자금계좌 운용과 세금 탈루 의혹을 특종보도해 사퇴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그리고 사설 등을 통해 대통령이 ‘인사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23일) 하고, ‘사과해야’(26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교훈’과 ‘사과’뿐 아니라 인사팀을 문책한들 크게 달라질 게 있을까? 인사 실패의 몸통은 박근혜 자신이다. 대선 직후 이 난에서 지적한 것처럼 ‘고장난 민주주의 제도의 비극’(12월26일)을 끝내려면 제도와 정치풍토를 바꿔야 한다. 내각제 개헌이 당장 어렵더라도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전에 대통령 후보별로 ‘예비 내각’ 명단을 발표하게 언론이 유도하는 건 어떨까?
이 국면에서 야당과 진보언론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박 정권이,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선 국민들을 적으로 돌리는 ‘대국민전선’을 형성하는 데는 별 차질이 없었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당의 요직을 강성 우파 정치인과 ‘뉴라이트’ 출신 학자 등이 차지했고, 체제나 정권 유지와 관련된 정부 요직에 공안검사 출신과 극우 안보지상주의자가 대거 포진했다. 그들은 정권 반대세력을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적’으로 몰아붙이는 데 익숙하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우파 언론까지 ‘종합비리세트’로 지적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에 대해 “좌파가 낙마시키려는 후보를 물러나게 할 수 없다”며 옹호했다. 이동흡 후보는 끝내 사퇴했지만, 그것으로 나아진 게 무엇인가? 헌재 재직 시 이동흡과 거의 같은 보수적 의견을 냈던 박한철 후보로 선수교체가 이뤄졌을 뿐이다. 한술 더 떠 검사 출신이 처음으로 헌재까지 접수하게 된 것이다. 법무부 장관과 낙마한 차관이 강성 공안검사 출신이고, 인사검증을 맡은 청와대 민정수석과 민정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이 모두 검사 출신이니, 검사, 특히 공안검사 최전성기가 도래한 것인가?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공안검사 출신이니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를 규율하려는 조바심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다.
박 정권의 또다른 축은 ‘안보지상주의’를 부르짖는 군부 강경파들이다. 육군참모총장 출신 둘이 청와대 참모로 발탁된 데 이어 국가정보원장에도 참모총장 출신이 내정됐다.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는 스스로 규정한 ‘좌파’에 극도의 증오심을 표출한 적이 있는데, 원세훈 전 원장보다 사상적 편향이 더 심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안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국가안보와 정권안보를 동일시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청문회 국면에서 <한겨레>가 좀더 집중해야 했던 분야는 공직자로서 사상적,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지 않은지를 검증하는 일이었다. 공직자의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편향성이야말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가 천안함 사건 다음날과 애도기간에 군골프장 출입을 했다는 기사(2월28일치)는 감정에 치우친 지엽적 보도라 할 수 있다. 그는 예비역이기도 하지만 현역일지라도 부대 내 계룡대골프장에 있는 것은 비상대기하는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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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시민편집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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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없지 않은가?
사상 검증을 비판하면서도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사상적 편향성을 문제 삼는 이유는 그것이 국민을 상대로 사상 검증을 하려는 포석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핵심요직을 차지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앞으로 5년간 한반도에서 이념갈등이 얼마나 더 고조될지 걱정된다. 안보라인과 공안라인은 이제 강경일변도로 북한을 대하고 남한을 다스리려 들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다시 매카시즘의 광풍 속으로 들어가는 전조로 보인다. 그들의 대북관에 동조하지 않을지라도 우파 정당들이 합세해 소수의 입을 봉하려는 태도는 ‘말하는 집’이라는 뜻인 의회(Parliament)의 목적에 어긋난다.
1950년대 미국 사회에 몰아친 매카시즘을 걷어낸 종결자는 언론인이었다. 당시 시비에스(CBS) 방송진행자였던 에드워드 머로는 매카시 상원의원에 대한 심층보도를 통해 매카시즘의 허구성을 낱낱이 폭로했다. 그의 특집방송 마지막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반대와 (조국에 대한) 불충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이봉수 시민편집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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