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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9 18:11 수정 : 2019.07.30 09:20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일본 정부가 한국 경제를 향해 수출규제라는 화살을 꺼내 들었다. 안보 문제라는 이유를 대지만 실은 역사 문제에 대한 경제보복임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무역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와 아베의 움직임에 전세계가 우려 일색이다.

우리의 상대를 잘 이해하기 위해 일본 경제의 현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베 정부는 장기불황과 디플레에서 탈출하기 위해 2013년부터 소위 세개의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를 실행했다. 중앙은행의 대담한 양적·질적 완화 정책, 경기부양을 위한 기동적인 재정정책 그리고 투자 촉진을 위한 성장전략이 그 수단이었다. 이후 일본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국채수익률을 통제하는 등 더욱 강력한 금융 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2016년 아베노믹스 2단계에서는 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는 일억총활약플랜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목표로 한 강한 경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육아 지원, 노인요양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보장 등 새로운 세개의 화살을 쏜 것이다. 이 계획은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청년의 삶을 개선하여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강조한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실현하는 궁극의 성장전략이다.

아베노믹스 이후 6년, 그 성과는 어땠을까. 경기는 회복되어 아베노믹스 이후 연간 평균 성장률 1.2% 정도의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과 기업 이윤이 크게 증가했고 주가는 2배로 뛰었으며 설비투자도 촉진됐다. 경기회복과 인구감소를 배경으로 지난해 실업률은 25년 만에 최저인 2.4%를 기록했고 구직자보다 구인자가 1.6배나 더 많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금융시장의 중앙은행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재정적자는 여전하고 정부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의 240%에 이르지만, 명목 국내총생산과 세수가 늘어나 재정상황이 개선되고 부채 비율도 안정화되는 추세다.

문제는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이 0.2%, 민간소비 증가율이 0.4%에 그칠 정도로 임금 상승이 더디고 소비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회복과 투자 증가가 임금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은 멀고도 멀다. 아베노믹스 이후 실질임금 상승률은 두해 빼고는 마이너스였고 올해도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여, 실질임금 수준이 6년 전보다도 낮다. 정부는 근로통계의 조사 부정으로 임금상승률을 부풀려 발표해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업률은 계속 낮아지는데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은 늘어난 일자리 상당수가 여성과 노인의 일자리였으며 장기 불황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약하기 때문이다. 정규직보다 임금이 크게 낮은 비정규직 비율도 2012년 35.2%에서 2018년 37.9%로 높아졌다.

아베노믹스의 적극적이고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과 인구 문제에 대응하여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도 분명 배워야 할 지점이다. 그러나 임금은 오르지 않고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경기회복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대답이 80%를 넘고 아베노믹스의 지속보다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훨씬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집권여당이 생각보다 크게 승리하지 못했다. 오히려 탈원전, 소비세 폐지, 그리고 최저임금 1500엔 등의 급진적인 공약을 제시한 레이와 신센구미가 돌풍을 일으켰다.

일본 경제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글로벌 가치사슬을 뒤흔드는 보호주의의 흐름은 일본 경제에도 나쁜 뉴스라는 점이다. 아베노믹스 이후 경제성장 기여도에서 순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지만, 올해 들어 일본의 수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일본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아베 총리가 강조했던 것처럼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자국에도 도움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선순환과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베노믹스에 임금 인상이라는 네번째 화살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금 일본 정부가 쏘아야 할 화살은 이웃 나라를 향한 것이 아니라 임금과 가계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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