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7.15 18:30 수정 : 2014.07.15 18:30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라디오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집회에 관한 뉴스가 나오자,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가 댓바람에 욕을 한다. “이런 씨○놈들은 멀쩡히 잘 있는 사람들을 왜 들쑤셔가지고 생난리를 하게 하고 지랄이여!” 가만히 듣다 보니 전교조 교사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비난하는 말이다.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나이 많은 분들은 대부분 전교조를 욕하던데, 기사님은 좀 특별하시네요.” 택시기사가 답한다. “전교조가 특별한 게 아니에요. 우리 세대는 중고등학교 때까지 어떤 교육을 받았냐 하면요….” 제도권 교육의 잘못된 내용들을 조목조목 설명하더니 “그런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자는 게 전교조예요. 전교조가 별게 아니에요”라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전교조는 특별한 게 아니다. 심지어 해직당한 교사들조차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전교조 가입 교사들의 명단을 파악했고, 그다음 해 조합원 탈퇴서를 제출하지 않은 교사들 1500여명을 파면·해임·직권면직시켰다. 주요 간부 직책을 맡았거나 활동을 특별히 많이 한 교사들을 선별한 것도 아니었다.

전교조 지회 행사가 끝난 뒤 교사들과 식당에서 마주앉았다. 옆자리의 머리가 허옇게 센 선생님이 말한다. “그러니까 그때, 조합원 탈퇴서에 이름 석자 쓰고, 안 쓰고, 딱 그 차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내가 그 종잇장에 이름 석자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뒤 십년 동안 해직교사로 살았잖아.” 앞자리의 머리가 벗어진 선생님이 또 말한다. “그때 그 종잇장에 이름 석자 쓰고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내가 그 뒤 십년 동안 자네 앞에서 죄인처럼 살았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선생님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전교조가 굳이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생각은 교사와 노동조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미개한’ 발상이다. 유럽에서는 교장들도 교사노조에 가입하고, 영국에는 교장노동조합이 아예 따로 있다.

2010년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교사 명단을 발표했을 때, 시민교육운동 십년 했다는 학부모 대표는 텔레비전 시사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교사 노조는 없어야 하는데 합법화된 겁니다. 그래서 문제가 시작된 거예요. 노동조합은 상품을 만드는 그런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교사들에게는 필요 없는 거예요. 저는 솔직히 이번 기회에 부끄러움을 느낀 선생님들이 많이 탈퇴해서 전교조가 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명단 공개에) 찬성했습니다.”

전국에 중계되는 방송에 나와 아무 부끄러움도 없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교조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 정서를 바탕으로 정치적 산수를 한 정부는 전교조가 노조가 아니라는 결정을 했고, 법원은 그에 부응하는 판결을 했다. 법원이 “윤리성, 중립성, 공공성 등 교원의 직무 특수성에 비춰봤을 때 교원노조는 초기업단위 노조와는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한 것은 위에 나온 학부모 대표의 생각을 법률적 용어로 좀더 세련되게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법원이 통설과 판례에 따라 교원노조법 2조, 노조법 2조 4호 라목 조항을, 전교조가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했다. 다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뿐이다.

택시가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 기사 양반에게 물었다. “혹시 시민단체 같은 곳에서 활동하시나요?” 택시기사가 답했다. “그냥 일개 택시기삽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생각이 ‘일개 택시기사’보다 못할 때가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전교조의 여러 잘못들에 대해 깨알 같은 충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전교조가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행동’도 같이 해 보자고…. 와이엠시에이(YMCA) 교사모임으로부터 시작해 교사협의회·평교사협의회·교사평의회를 거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되기까지 온갖 문제점들도 다 지켜본 일개 활동가의 심정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하종강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