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자신 역시 비정규직이면서도 회사 관리자의 눈에 들어 정규직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바람으로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파렴치한 인간들까지 모두 정규직이 되는 것이야말로 내가 볼 때에는 ‘채용 비리’에 해당한다. 기업들이 사무직 또는 전문직 노동자들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채용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였다. 회사로서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을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발할 필요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산직 노동자들을 공채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이른바 ‘공돌이’ ‘공순이’ 등으로 부르며 생산직 노동자들을 무시하던 시절, 제조업 생산직은 다른 사람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취업할 만큼 유인 동기가 있는 일자리가 아니기도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인사노무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공채보다 임의 소개 채용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이 파업 결의를 했을 때,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취업한 노동자들은 그 연줄이 노동자들을 옭아매는 끈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취업할 때 중간에서 소개를 해준 지인이 회사의 사주를 받고 찾아와 “네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내 입장이 곤란해진다”거나 “네가 파업에 참여하면 나까지 회사의 미움을 받아 승진을 포기해야 한다”며 만류하는 일이 왕왕 벌어지곤 했다. 청년실업 현상이 심각해지고 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일자리 자체가 귀해지자 사무직·생산직을 가리지 않고 매우 힘든 일자리에도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 경쟁이 치열해졌고, 따라서 공정한 채용 절차가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신입사원을 불공정하게 선발할 경우 채용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그 잘못을 도저히 묵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정 경쟁 채용 방식이 적용되지 않은 채, 소개를 받아 취업하는 관행이 남아 있던 부분이 바로 비정규직이었다.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이 하찮은 허드렛일을 주로 담당하는 상황에서는 그 일자리를 탐내는 사람이 없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남에게 숨겨야 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그 자리에 누가 오든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계약직’ ‘임시직’으로 일컬어지는 자리에 회사 임직원 친인척이 잠시 머물다가 떠나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업장마다 비정규직들 중에 직원 친인척이 적잖이 섞여 있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동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거의 매번 “우리가 열심히 싸워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연줄로 들어온 회사 임원 친인척까지 정규직 되는 것이 배가 아프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비정규직으로 오랫동안 업무를 담당해오다가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 중에 회사 직원 친인척이 섞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 비리’라고 규정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정규직화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 시점에 취업한 사람들 중에 회사 임직원 친인척이 유독 많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비추어 딱히 그렇다고 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취업에 관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도록 독점했다거나 선발 과정에 불공정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아직은 어렵다. 웃지 못할 이상한 현상은 보수 야당이 이번 일을 문제 삼으면서 노동조합·민주노총·서울시장·더불어민주당 등을 모두 한통속인 것처럼 싸잡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민주노총의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 등의 표현이나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방향에 발맞추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리하게 서울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개입해 특권을 누렸다”는 식의 주장이 그러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극우보수의 입장에서는 자신들 왼쪽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좌파’로 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한국 사회에 깊이 배어 있는 노동운동에 대한 비정상적 혐오감이 결합한 결과이다. 자신 역시 비정규직이면서도 회사 관리자의 눈에 들어 정규직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바람으로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파렴치한 인간들까지 모두 정규직이 되는 것이야말로 내가 볼 때에는 ‘채용 비리’에 해당한다.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들 중에 직원 친인척이 섞여 있다고 “고용세습·특혜·비리·부정·도둑질…”이라고 규탄하는 사람들이 같은 비정규직 동료들을 온갖 수단으로 괴롭히다가 자신들이 탄압해온 바로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해 정규직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문제 삼는다면, 그 주장의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믿겠다.
칼럼 |
[하종강 칼럼] 비정규직 중에 직원 친인척이 있는 이유 |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자신 역시 비정규직이면서도 회사 관리자의 눈에 들어 정규직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바람으로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파렴치한 인간들까지 모두 정규직이 되는 것이야말로 내가 볼 때에는 ‘채용 비리’에 해당한다. 기업들이 사무직 또는 전문직 노동자들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채용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였다. 회사로서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을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발할 필요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산직 노동자들을 공채로 채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이른바 ‘공돌이’ ‘공순이’ 등으로 부르며 생산직 노동자들을 무시하던 시절, 제조업 생산직은 다른 사람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취업할 만큼 유인 동기가 있는 일자리가 아니기도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인사노무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공채보다 임의 소개 채용 방식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노동조합이 파업 결의를 했을 때,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취업한 노동자들은 그 연줄이 노동자들을 옭아매는 끈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취업할 때 중간에서 소개를 해준 지인이 회사의 사주를 받고 찾아와 “네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내 입장이 곤란해진다”거나 “네가 파업에 참여하면 나까지 회사의 미움을 받아 승진을 포기해야 한다”며 만류하는 일이 왕왕 벌어지곤 했다. 청년실업 현상이 심각해지고 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일자리 자체가 귀해지자 사무직·생산직을 가리지 않고 매우 힘든 일자리에도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 경쟁이 치열해졌고, 따라서 공정한 채용 절차가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신입사원을 불공정하게 선발할 경우 채용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그 잘못을 도저히 묵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정 경쟁 채용 방식이 적용되지 않은 채, 소개를 받아 취업하는 관행이 남아 있던 부분이 바로 비정규직이었다.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이 하찮은 허드렛일을 주로 담당하는 상황에서는 그 일자리를 탐내는 사람이 없었을 뿐 아니라, 그러한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남에게 숨겨야 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그 자리에 누가 오든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계약직’ ‘임시직’으로 일컬어지는 자리에 회사 임직원 친인척이 잠시 머물다가 떠나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업장마다 비정규직들 중에 직원 친인척이 적잖이 섞여 있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동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거의 매번 “우리가 열심히 싸워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연줄로 들어온 회사 임원 친인척까지 정규직 되는 것이 배가 아프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비정규직으로 오랫동안 업무를 담당해오다가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 중에 회사 직원 친인척이 섞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 비리’라고 규정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정규직화 조치가 시행되기 직전 시점에 취업한 사람들 중에 회사 임직원 친인척이 유독 많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비추어 딱히 그렇다고 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취업에 관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도록 독점했다거나 선발 과정에 불공정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아직은 어렵다. 웃지 못할 이상한 현상은 보수 야당이 이번 일을 문제 삼으면서 노동조합·민주노총·서울시장·더불어민주당 등을 모두 한통속인 것처럼 싸잡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민주노총의 권력형 채용비리 게이트” 등의 표현이나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방향에 발맞추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리하게 서울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개입해 특권을 누렸다”는 식의 주장이 그러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극우보수의 입장에서는 자신들 왼쪽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좌파’로 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한국 사회에 깊이 배어 있는 노동운동에 대한 비정상적 혐오감이 결합한 결과이다. 자신 역시 비정규직이면서도 회사 관리자의 눈에 들어 정규직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바람으로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파렴치한 인간들까지 모두 정규직이 되는 것이야말로 내가 볼 때에는 ‘채용 비리’에 해당한다.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들 중에 직원 친인척이 섞여 있다고 “고용세습·특혜·비리·부정·도둑질…”이라고 규탄하는 사람들이 같은 비정규직 동료들을 온갖 수단으로 괴롭히다가 자신들이 탄압해온 바로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에 무임승차해 정규직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문제 삼는다면, 그 주장의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믿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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