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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30 16:57 수정 : 2019.05.31 17:12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성장률에 대한 예측치가 낮아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성장률 둔화가 추세적인 것이라면 추경보다 중장기 재정정책에 대하여 숙고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인구구조, 산업 및 기술체계, 그리고 경제사회구조의 전환이라는 중첩적인 변화의 과정에 있다.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인하여 재정에서 의무지출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러나 사람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저출산인데 아이 낳기 어려운 사회환경과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때문이다. 자식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요시하고, 자신의 삶에 가치를 두는 것은 잘못된 일도 아니며 정책적으로 바꿀 수도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계와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기술환경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인구가 줄어도 로봇과 함께라면 생산요소로서 부족함 없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은 아이를 낳기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여건 때문이기도 하다. 여건 개선을 위하여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재정도 적극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국면에서 신산업정책이 요구된다. 미국의 거대 인터넷기업들과 국가자본이 뒤를 받쳐주는 중국 기업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이라는 대-중소기업과 정부, 연구소의 협업적 플랫폼을 추구하는 것은 위기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고 일본도 유사한 구상을 하고 있다. 전세계는 정부 투자의 중요성을 깊이 인지하면서 큰 리스크를 수반하는 기술 및 에너지 전환, 공유경제의 플랫폼 구성 등에서 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을 챙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의존형 경제에서 내수를 키우고 중소기업이 같이 발전하는 경제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의 발전 방식이 소득 양극화와 지속성 측면에서 명백한 한계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은 사실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변화하는 경제환경에서 근로조건과 대-중소기업 간 거래조건의 제도적 발전과 함께 재정은 사회보험과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큰 몫을 담당해야 한다.

재정 확대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이들은 고령화로 의무적인 재정지출의 확대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량적인 지출의 확대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늘리는 일이므로 가능한 한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는 달랐다. 기금은 2018년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재정 확장과 개혁적인 조처들을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그렇게 하는 경우 기금은 지출 확대를 통하여 야기되는 재정적자와 누적부채보다 지출 확대의 결과로 제고된 성장률에 의하여 재정수입이 증가하여 재정이 도리어 건전해진다고 분석했다. 물론 재정 확대에 필요한 재정수입이 모두 성장률 제고로 해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통화기금도 재정수입의 상당한 부분은 증세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했다. 노동, 복지, 교육에 이르는 지출은 사회적 투자에 해당하는 분야이지만 조세부담률 제고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국제통화기금의 분석은 우리의 거시경제적 상황을 적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재정 확장이 경제성장에 이르게 하는 선순환의 구체적인 경로를 찾아내는 일이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어떤 유형의 지출이 경제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중요한 사안이 그렇듯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결정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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