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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6 17:36 수정 : 2019.06.07 09:36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류 문명의 역사는 에너지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이 불을 이용하게 되면서 문명이 시작되었고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농업에서 공업으로 인류 문명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온 산업혁명은 석탄과 증기기관의 작품이었다. 이어 1850년대 이후 석유가 내연기관의 연료와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면서 현대 문명은 석유의존형 구조로 재편됐다. 19세기부터 활용된 전기에너지는 이용의 편리성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부터 산업현장까지 인간의 삶과 문명 변화의 주역이 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에너지의 등장은 기술진보와 함께 세상을 더 편하고 풍요롭게 변화시켰다. 에너지가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세상이 에너지를 바꾸기도 한다. 중동의 지정학적 변수로 인한 1970년대 석유위기와 유가폭등은 원자력, 천연가스, 재생에너지의 등장과 역할 확대를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의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의 전환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2016년 11월 발효된 유엔 파리협약에 따라 각 국가는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제출하고 이행을 해야 한다. 또 1986년 체르노빌에 이어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전의 역할을 재검토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중앙집중형 에너지수급구조를 구축해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해왔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의 94% 이상을 수입하고, 1인당 에너지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났다. 이는 에너지안보 문제와 함께 국내 경제가 유가 변화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적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또한 에너지가 국내 온실가스의 87%를 배출하는 상황에서,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해야 한다. 더불어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화석에너지로 향하게 했다. 경주·포항 지진과 각종 사고들은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고, 발전소·송전망 등 대형 에너지시설에 대한 수용성도 낮아졌다. 이렇게 에너지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 에너지체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오랜 기간의 고민과 진통을 거쳐 2040년까지 국가 에너지의 청사진을 담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3차 계획은 2008년과 2014년에 수립된 1차 및 2차 계획에서 제시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 구축이라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소비 전 단계에 걸친 에너지체계의 전환에 중점을 두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수요관리와 효율향상을 통해 2040년까지 18.6%의 수요를 줄여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선진국형 고효율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안보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를 추진한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와 국민 참여형 구조 확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밖에 산업과 일자리 확대를 위해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도 중요한 과제로 포함됐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와 같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17년 이미 35%를 넘어섰다. 원전 비중이 절대적인 프랑스도 원전 비중 75%에서 2035년까지 50%로 감축을 추진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회의 등에서도 최근 가장 중요한 의제는 에너지 전환을 통해 기후변화와 경제성장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것이다. 변화의 과정에 고통이 있을지라도 때론 익숙한 것과 결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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