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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8 17:46 수정 : 2019.07.19 14:41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얼마 전에 한 금융공기업의 부장급 승진 인사위원회에 참석했다. 15년 이상 경력의 승진 후보자들은 놀랍게도 모두 남성이었다. 특별 배려로 여성 2명이 후순위로 추가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상위권의 남성 후보자들과 입사 동기였다. 육아휴직 등으로 보직과 평가에서 밀렸다는 설명이었다. 치열한 논쟁 끝에 기관 역사상 최초로 여성 부장이 탄생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겪었을 희생과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최초’라는 이름의 고위직 여성들은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직장과 가정을 정상적으로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구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철의 여인’들이다. 고위직 승진 후에도 각종 소문과 잘못된 평판에 시달리기 일쑤다. 더욱이 ‘최초’가 되지 못하고 과로와 질병으로 중간에 포기하고 좌절한 여성들은 얼마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 사회와 포용 사회를 강조하고 적극적인 균형인사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 최초로 ‘균형인사 기본계획’을 만들어 여성 관리자 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장관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고 있다. 아울러 장애인과 지역인재, 다문화가정과 저소득층, 북한이탈주민에 이르기까지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균형인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전체 공무원의 여성 비율이 50%에 이르지만 고위직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다. 우선 여성 장관이 다수 임용됐는데도 차관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한다. 18개 부처 중 여성 차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여성가족부 단 2곳뿐이다. 국장급 이상 전체 고위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일반직 고위공무원의 경우 총 1000여명 중 겨우 60명 수준이다.

여성 고위공무원 중에 중앙부처 본부 국장들은 극히 드물다. 외교부는 본부 국장 27명 중 여성이 1명뿐이다. 국토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는 여성 본부 국장이 아예 없다. 지난 정부 여성 대통령하에 여성 장관이 1명에 그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시도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장급 이상 고위관리직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에도 여전히 약 500명 중에 25명 정도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권익 신장과 인사 우대 정책은 과다하다고 말할 수 없다. 통계가 말해주듯이 고위직 여성 비율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도 미달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에 힘들어하는 여성과 장애인이 아직도 많다. 공직 사회 내 지역 차별이나 학력 차별에 말없이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 대한 보직과 승진, 평가상의 불리한 처우도 여전하다.

균형인사는 사회적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아니다. 정부 전체의 대표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1944년 도널드 킹즐리 교수는 처음으로 소위 ‘대표관료제’를 주장했다. 당시 영국 고위공무원 조사 결과, 중산층 출신 신사들로 구성된 신귀족주의 공직 현실을 개혁하고자 한 대안이었다. 능력 중심의 실적주의는 공직 구성을 왜곡하고 책임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중심의 선발제도에 치중한 우리도 깊이 새겨볼 주장이다.

균형인사는 대표성 강화와 함께 다양성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 다양성은 창의성과 경쟁력의 원천이며 민주주의의 전제요건이기 때문이다. 이제 ‘균형인사법’의 제정도 생각해볼 때다. 공직 사회 내 인사상의 차별과 편견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포용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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