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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5 18:26 수정 : 2019.07.26 11:41

이형주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보이스피싱이 기승이다. 사회활동을 접은 노인들이 쉬운 먹잇감이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멀쩡한 젊은 사람들도 걸리면 벗어나기 어려운 기막힌 수법을 쓴다. 주로 서민인 피해자의 돈을 탈탈 털어갈 뿐 아니라 심지어 대출까지 받게 한다. 최근 방송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공익광고를 시작했으나, 라디오 광고를 들어보니 실효성 없는 맹탕이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첫째, 공익광고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 보이스피싱이 수사기관을 사칭하고 은행 저금리 대출을 빙자하거나 가족 납치 공갈 등을 수법으로 쓰는 것은 대체로 안다. 라디오 광고는 딱 여기까지다. 그런데 어느날 전화를 받았더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김한석 검사라면서, 내 계좌가 사기범죄에 도용됐는데 내가 범죄에 연루되었는지를 알려면 강제수사와 임의수사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강제수사는 구속 상태에서, 임의수사는 일단 계좌 잔고를 전부 인출하여 조사 뒤 돌려준다고 하면 대부분 쫄아서 후자를 선택한다. 이것만으로 걸려들지 않으면 웹사이트를 불러주면서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해보라는데, 따라 하면 검찰청 홈페이지에 내 계좌가 조사 중인 것이 확인된다. 여기까지 가면 수법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에게는 백발백중이다. 이 과정에 발신된 휴대폰 번호는 엉뚱한 개인 번호를 좀비로 활용하는 지경이다. 최신의 방법들을 여러 가지 상황극으로 만들어 구체적으로 알려야 하는 이유다.

둘째, 얼떨결에 행동책이 되지 않도록 홍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본부를 운용하는 주범이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서 송금하거나, 피해자가 송금한 돈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소위 송금, 인출, 전달책이다. 뉴스에서 체포됐다는 보이스피싱 범인들의 99%는 이들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주범과 보이스피싱 범죄를 공모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사건은 장담하건대 존재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일을 했다는 증거만 존재할 뿐이다. ‘하루 일당 10만~30만원’이라고 올리면 일꾼들은 무한정 공급된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비자금 처리, 자금세탁, 세금 절약, 해외 송금, 도박자금 등으로 둘러댄다. 실제로는 일을 하면서 보이스피싱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는데도 계속함으로써 편면적으로 방조했는지 여부를 따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보이스피싱 엄단이라는 형사정책적 이유로 ‘엄격한 증명’과 ‘의심스러울 때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원칙이 완화되지 않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공익광고로 행동책에게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해서 한가지 더. 해외 유입 행동책을 막아야 한다. 이런 일꾼들은 국내에서도 계속 공급되지만 본부를 운영하는 주범이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통해, 중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중국, 다음으로 말레이시아, 최근엔 대만에서도 입국하고 있다. 상당수가 양산되는 말레이시아인들을 위해, 법무부 장관 명의로 말레이시아 정부나 서울 주재 대사에게 협조문을 보내 말레이시아~한국 노선 출국장에 ‘보이스피싱 관련 돈 심부름을 하면 안 된다’는 안내문을 배포하도록 하면 좋겠다.

셋째, <한국방송>의 ‘개그 콘서트’ 제작진에게 부탁한다. 예전에 보이스피싱 풍자 코너가 있었는데, 창궐하는 범행이 제대로 잡힐 때까지 코너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창작을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인데 다양한 최신 기법이 사건으로 제공되니 얼마나 편하고도 유익한가!

이상 공익광고 제작진, 법무부 담당관, ‘개콘’ 피디나 작가분들은 필자에게 연락을 주시라. 쌍수 들고 환영하며, 무한정 무료 봉사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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