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온 국민이 ‘공정성’에 민감한 이유는 분명하다. 차별과 특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면 이보다 억울한 사회는 없다. 신분제가 사라졌으나 계층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형태와 방식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권력과 부에 따라 신분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어렵게 됐다. 평범한 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선언이 헛된 구호에 불과했다는 상실감 때문이다. 과연 기회가 균등했는가. 과정은 정말 공정했는가. 결과는 약속처럼 정의로웠는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할 수 있었던 ‘학부형 인턴십’은 학교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인맥을 형성한 학부모들이 자녀 대학진학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했다. 지방이나 농어촌 지역 일반고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균등한 기회는 보장되지 않았다. 고교생이 2주간 인턴십 참가를 토대로 학술지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 게다가 의과대학 연구팀 소속으로 등재된 학술지 논문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에도 적시했다. 2010학년도 당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의 1단계 평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비교과 내용을 포함했다. 별도로 제출하는 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공지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했고, 자기소개서에 관련 내용을 기술했다면 정성적이고 종합적인 평가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것이 비단 조국 후보자에게만 국한된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는 현실에 우리는 절망하게 된다. “개별면접 평가표 점수를 잘못 입력한 것은 사실이나, … 환산한 것일 뿐, 점수를 허위로 입력한 것은 아니며 그로 인해 합격 여부에 영향이 없으므로, 고발대리인(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절차 위반으로 인해 합격할 수 없는 지원자가 합격하는 등 최종 합격자 선발 결과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하나고 부정입학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 가운데 일부다. 그러나 실제 평가표를 보면, 합격생이 받았던 평가점수 12점을 15점으로 3점이나 올려서 잘못 입력했다. (점수를 잘못 입력한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불합격생의 평가점수는 13점에서 14점으로 1점만 오른 것으로 입력돼 있었다. 합격한 학생만 3점이나 더 올려준 평가표를 확인하고도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이다. 단 한명만 선발했던 이 시험에서 최종 합격생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거대 언론사 사장의 딸이었다. 입시 비리에 무감각한 검찰의 민낯이다. 특권층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과거 이명박 정권 당시엔 청와대 고위공직자 아들이 심각한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그런데 처벌 없이 강남구 소재 학교로 전학했고, 고려대 경영학과에 수시로 합격했다. 어디 이뿐인가. 학교 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이성 교제 문제로 퇴학 처분을 받았던 학생은 사회 저명인사였던 부모의 간절한 요청으로 특별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아무런 처벌 없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자칫 이런 논의가 수시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성적 평가는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 젊은이들이 공정성에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권과 부정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
칼럼 |
[기고] 우리 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 전경원 |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온 국민이 ‘공정성’에 민감한 이유는 분명하다. 차별과 특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면 이보다 억울한 사회는 없다. 신분제가 사라졌으나 계층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형태와 방식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권력과 부에 따라 신분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어렵게 됐다. 평범한 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선언이 헛된 구호에 불과했다는 상실감 때문이다. 과연 기회가 균등했는가. 과정은 정말 공정했는가. 결과는 약속처럼 정의로웠는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학술지에 논문을 등재할 수 있었던 ‘학부형 인턴십’은 학교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인맥을 형성한 학부모들이 자녀 대학진학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했다. 지방이나 농어촌 지역 일반고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균등한 기회는 보장되지 않았다. 고교생이 2주간 인턴십 참가를 토대로 학술지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 게다가 의과대학 연구팀 소속으로 등재된 학술지 논문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에도 적시했다. 2010학년도 당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의 1단계 평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비교과 내용을 포함했다. 별도로 제출하는 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공지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했고, 자기소개서에 관련 내용을 기술했다면 정성적이고 종합적인 평가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것이 비단 조국 후보자에게만 국한된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는 현실에 우리는 절망하게 된다. “개별면접 평가표 점수를 잘못 입력한 것은 사실이나, … 환산한 것일 뿐, 점수를 허위로 입력한 것은 아니며 그로 인해 합격 여부에 영향이 없으므로, 고발대리인(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절차 위반으로 인해 합격할 수 없는 지원자가 합격하는 등 최종 합격자 선발 결과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하나고 부정입학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의 불기소 결정문 가운데 일부다. 그러나 실제 평가표를 보면, 합격생이 받았던 평가점수 12점을 15점으로 3점이나 올려서 잘못 입력했다. (점수를 잘못 입력한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불합격생의 평가점수는 13점에서 14점으로 1점만 오른 것으로 입력돼 있었다. 합격한 학생만 3점이나 더 올려준 평가표를 확인하고도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이다. 단 한명만 선발했던 이 시험에서 최종 합격생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거대 언론사 사장의 딸이었다. 입시 비리에 무감각한 검찰의 민낯이다. 특권층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과거 이명박 정권 당시엔 청와대 고위공직자 아들이 심각한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그런데 처벌 없이 강남구 소재 학교로 전학했고, 고려대 경영학과에 수시로 합격했다. 어디 이뿐인가. 학교 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이성 교제 문제로 퇴학 처분을 받았던 학생은 사회 저명인사였던 부모의 간절한 요청으로 특별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아무런 처벌 없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자칫 이런 논의가 수시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정성적 평가는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 젊은이들이 공정성에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망하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권과 부정에 맞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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