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연구자 지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시청한 사람들이 대체로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은 다음의 두가지다. 후보자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며(“몰랐고 죄송합니다”는 여전히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그런 후보자의 임명 지지율을 반등시켜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하게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검찰 수사와 청문회가 남아 있지만, 정권의 장관 임명은 현재로서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후보자 본인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제1야당이 청문회에서 사태를 반전시킬 역량이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과 여당이 실제로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를 묻는다면 낙관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특히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건을 두고 정권 지지층은 심각하게 갈라졌으며 상처가 당분간은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장관 임명 건을 두고 더 이상 논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사람들이 일치된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대화 가능한 상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의 지지자들은 비판자를 적 또는 공허한 이상론자로 간주하며, 역으로 후자는 전자를 광신도로 경멸한다. 지난 2주간의 전투에서 강성 지지자들은 재빠르게 결집하여 커다란 목소리와 신속한 행동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집단을 설득해 다수파를 형성해야 하는 정치적 전쟁에서의 승리로 이어지진 않았다. 논쟁적인 주제에서 여론이 갈리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으나, 서로 간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지점까지 간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20대·대학생층의 강한 거부감과 실망감이다. 정권 지지자들에게는 후보자 규탄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야당 지지자나 극단적인 우파로 비난하는 게 상식처럼 되어 있으나, 현실은 그것보다는 복잡하다. 집회가 어떠한 정당과의 결합도 거부한 데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듯, 심지어 정권에 비판적인 20대라 할지라도 자유한국당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20대에게 자유한국당이 경멸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다.) 여러 20대는 보수우파의 기준에서 후보자를 규탄하는 게 아니라, 후보자와 정권의 윤리적 기준이 보수우파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현재의 20대는 나이 든 세대에 비해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편법·불법에 훨씬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며, 따라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해명이 역으로 더 큰 반발을 초래한 결과가 놀랄 일은 아니다. 세대에 따라 도덕적 감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20대를 보수화와 집단이기주의에 물든 세대로만 여긴다면 대화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뿐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집권여당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일부 의원이 후보자를 위해 내놓은 해명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켰으며, 여당은 지지층 사이에서 발생한 논란이 분열로 이어지기까지의 흐름을 사실상 방치했다. 그들이 꿈꾸는 “20년 집권”을 위해서라면 중도층과 젊은 세대가 정권과 당으로부터 이토록 쉽게 등을 돌리게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당장의 싸움이라면 열성 지지층의 분투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집권당이 그게 가진 패의 전부가 아닐 만큼은 책임감 있고 유능한 정당이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칼럼 |
[기고] 조국 사태, 여당이 잃은 것 / 이우창 |
인문학연구자 지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시청한 사람들이 대체로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은 다음의 두가지다. 후보자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며(“몰랐고 죄송합니다”는 여전히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그런 후보자의 임명 지지율을 반등시켜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하게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검찰 수사와 청문회가 남아 있지만, 정권의 장관 임명은 현재로서는 기정사실로 보인다. 후보자 본인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제1야당이 청문회에서 사태를 반전시킬 역량이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과 여당이 실제로 무엇을 얻고 잃었는가를 묻는다면 낙관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특히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건을 두고 정권 지지층은 심각하게 갈라졌으며 상처가 당분간은 쉽게 아물 것 같지 않다. 장관 임명 건을 두고 더 이상 논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사람들이 일치된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대화 가능한 상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의 지지자들은 비판자를 적 또는 공허한 이상론자로 간주하며, 역으로 후자는 전자를 광신도로 경멸한다. 지난 2주간의 전투에서 강성 지지자들은 재빠르게 결집하여 커다란 목소리와 신속한 행동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집단을 설득해 다수파를 형성해야 하는 정치적 전쟁에서의 승리로 이어지진 않았다. 논쟁적인 주제에서 여론이 갈리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으나, 서로 간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지점까지 간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20대·대학생층의 강한 거부감과 실망감이다. 정권 지지자들에게는 후보자 규탄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야당 지지자나 극단적인 우파로 비난하는 게 상식처럼 되어 있으나, 현실은 그것보다는 복잡하다. 집회가 어떠한 정당과의 결합도 거부한 데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듯, 심지어 정권에 비판적인 20대라 할지라도 자유한국당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20대에게 자유한국당이 경멸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곤란하다.) 여러 20대는 보수우파의 기준에서 후보자를 규탄하는 게 아니라, 후보자와 정권의 윤리적 기준이 보수우파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현재의 20대는 나이 든 세대에 비해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편법·불법에 훨씬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며, 따라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해명이 역으로 더 큰 반발을 초래한 결과가 놀랄 일은 아니다. 세대에 따라 도덕적 감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20대를 보수화와 집단이기주의에 물든 세대로만 여긴다면 대화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뿐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집권여당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일부 의원이 후보자를 위해 내놓은 해명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켰으며, 여당은 지지층 사이에서 발생한 논란이 분열로 이어지기까지의 흐름을 사실상 방치했다. 그들이 꿈꾸는 “20년 집권”을 위해서라면 중도층과 젊은 세대가 정권과 당으로부터 이토록 쉽게 등을 돌리게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당장의 싸움이라면 열성 지지층의 분투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집권당이 그게 가진 패의 전부가 아닐 만큼은 책임감 있고 유능한 정당이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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